청년층 위한 재테크 시장 활성화해야

▲ 청년세대의 좌절감이 비트코인 투기 열풍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젊은층을 위한 재테크 시장을 활발하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사진=뉴시스]
아프리카 평원의 치타는 영양보다 더 빨라야 굶어죽지 않는다. 반대로 영양은 치타보다 더 빨라야 잡아먹히지 않는다. 이와 같이 쫓고 쫓기는 진화적 경쟁을 시카고대 진화학자 밴 베일른은 ‘붉은 여왕의 효과(Red queen effect)’라고 불렀다.

소설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는 앨리스가 ‘붉은 여왕’을 만나 그에게 손목을 붙잡힌 채 정신없이 시골길을 달리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리 빨리 달려도 제자리걸음을 할 뿐이었다. 여왕은 “이곳에서는 있는 힘을 다해 달려야만 제자리에 머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생물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도태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했다 멸종한 모든 생물은 붉은 여왕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땅의 젊은 세대는 지금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둘러싸여 있다. 취업하기도 바늘구멍이지만 막상 일을 해도 초식동물처럼 마구 내달리는 지출을 감당할 수 없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부모 도움 없이 내 집 마련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2017년 우리나라 가계빚은 1700조원에 달한다. 회사에서 퇴직하거나 사기를 한번만 당하면 그대로 노숙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열심히 일했지만 재정파탄에 이른 이유는 사치를 부려서가 아니다. 집값, 교육비, 의료비의 과잉 지출 때문이다.
 
붉은 여왕의 덫에 걸린 한국 청년 

1976년 도입된 재형저축은 파격적인 세금혜택과 높은 금리로 ‘근로자 1호 통장’으로 불렸다. 젊은 급여생활자들은 이 상품으로 돈을 불려 아파트 중도금을 마련하고, 자녀 학비를 댔다. 대출이 필요하면 즉시 납입액의 90%를 대출할 수 있는 만능통장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재정 부담을 이유로 어느날 갑자기 없앴다. 최근 18년 만에 재형저축이 부활했지만 금리가 저축은행보다 낮고 세제혜택도 미미해 인기가 시들하다.
 
한국의 대표 공기업을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국민주 공모’도 요즘엔 없다. 저렴하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줬던 직장주택조합이나 공공분양 아파트도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와 정치권은 젊은이의 재테크 사다리를 걷어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 위험요인은 가득한데 중산층으로 올라서는 길을 막아놓은 셈이다. 서민을 겨냥한 세제 금리우대 상품은 낯 간지러운 수준이다. 국민을 뭘로 보고 그러는지…. 100세 시대가 코앞인데 청년세대는 평생 빚이나 갚으며 살라는 얘기인가. 
 
투자대상으로 주식은 너무 위험해 함부로 권하기 어렵다. 펀드 역시 신뢰도가 낮아 자칫하면 수수료만 뜯기기 십상이다. 세금을 빼면 연 1~2% 수익률에 불과한 은행 예금은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오히려 마이너스다. 보험은 저축이 아니라 위험대비용 상품이라고 봐야 한다. 주택임대사업은 정부가 가장 ‘혐오하는’ 재테크 상품이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으로 간주하고 세금 폭탄이라도 터뜨릴 기세다.
 
한국의 가상화폐 비트코인 투자 열풍은 외신이 우려할 정도다.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가상화폐 마니아들 사이에서 한국은 일종의 ‘그라운드 제로(폭발의 중심지점)’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 중 21%가 한국에서 이뤄진 이유가 있다. 젊은 투자자들이 일확천금을 노리는 탓이다. 탈출구를 찾는 청년세대의 좌절감이 비트코인 투기열풍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젊은층 사이에서는 비트코인과 관련해 ‘(투자성공해서) 당장 회사를 그만두거나, (실패하면) 죽을 때까지 일하거나 둘 중 하나’라는 유머까지 나돈다. 연초 한개에 100만원 수준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20배 넘게 올라 최근 2400만원을 넘기도 했다. 과거 유럽에서 광풍을 촉발했던 튤립투기는 튤립뿌리라도 남았지만 비트코인은 아무것도 없다는 지적은 한귀로 넘겨들을 수 없다.
 
정부가 ‘빅 브라더’가 돼서 비트코인 투기를 막겠다면 원인부터 정확히 찾아야 한다. 비트코인은 전세계에서 거래되므로 한국 정부가 홀로 규제할 방법은 별로 없어 보인다. 막연한 규제보다는 증시에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 주식시장이 더 좋은 투자처라는 신뢰를 줘야 한다.
 
젊은 세대를 위해 재테크 시장의 문호를 파격적으로 열어줘야 한다. 특히 부동산 간접상품에 큰폭의 세제혜택을 주고, 여기서 마련된 재원으로 청년세대를 겨냥한 저렴한 주택을 짓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세수稅收 몇푼 축난다고 걱정할 일 아니다. 노후준비가 안 된 세대는 미래 정부와 후손에게 큰 부담이 된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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