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로 확산되는 학세권

학세권이 서울과 수도권을 찍고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대치동, 목동 등 전통의 학세권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선 송도ㆍ판교ㆍ광교 등 2기 신도시가 신흥 명문 학군으로 급부상했다. 수도권 외 지방에선 대구 수성ㆍ천안 불당ㆍ부산ㆍ제주도 등이 제2의 대치동을 꿈꾼다. 학세권 열기는 불황도, 지역도 불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학세권과 서울 엑소더스의 상관관계를 취재했다.

▲ 자녀 교육에 열을 올리는 학부모가 늘면서 학세권 부동산이 각광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명문 학군이 있는 지역은 부동산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 서울의 대표 명문 학군으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등의 집값이 높은 이유다. 그중에서도 학교나 학원가를 걸어갈 수 있는 권역, 이른바 학學세권인지 여부는 부동산 수요를 부르는 가장 강력한 변수 중 하나다.

KB부동산 시세자료(10월)를 살펴보자.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경우, 전용면적 84㎡(약 25평) 기준으로 ‘롯데캐슬 루나(2006년 11월 입주)’의 평균 매매가는 4억7000만원이었던 반면 ‘초안산 쌍용 스윗닷홈(2006년 3월 입주)’의 평균 매매가는 3억8500만원이었다.

같은 지역 같은 해 입주한 두 아파트의 가격을 벌려놓은 건 학교와의 거리였다. 롯데캐슬 루나는 월계초ㆍ신창중ㆍ염광고가 200m 이내, 월계중ㆍ염광여자메디텍고ㆍ월계고 등이 500m 안에 있고, 초안산 쌍용 스윗닷홈은 비교적 학군이 멀리 떨어져 있다. 학세권에 더 많은 수요가 몰렸다는 얘기다.

학세권은 신도시ㆍ택지지구 등의 분양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지난해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 분양한 ‘다산신도시 아이파크’와 ‘다산신도시 유승한내들’은 대표적 사례다. 초ㆍ중ㆍ고교 부지가 단지 바로 앞에 조성된 아이파크는 1순위 청약경쟁률이 10.99대 1에 달했던 반면, 학교와 거리가 떨어진 유승한내들은 1순위 청약경쟁률이 3.56대 1에 불과했다.

학세권은 최근 들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학부모들의 자녀를 향한 교육열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2년 23만6000원, 2014년 24만2000원에서 지난해 25만6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과도한 분양물량과 대출규제, 금리인상 등 여파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점도 부동산 투자자ㆍ수요자의 눈을 학세권으로 쏠리게 하는 이유다.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선 상대적으로 시세가 하락할 가능성이 낮은 학세권이 안전장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많고 거래가 활발해 환금성이 뛰어나다는 점, 주변에 학교가 많으면 유해시설이 적어 주거환경이 쾌적하다는 점도 학세권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학세권이 서울에서 수도권 및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다. 수도권에선 송도ㆍ판교ㆍ광교 등 2기 신도시가 신흥 명문 학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도권 외 지방에선 대구 수성ㆍ천안 불당ㆍ부산ㆍ제주도 등이 제2의 대치동을 꿈꾸고 있다.

특히 경신고ㆍ대륜고ㆍ경복고 등 우수 학교들이 포진해 있는 대구 수성구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수요가 몰리니 당연히 집값도 상승세를 탔다. 이 지역 아파트의 3.3㎡(약 1평)당 평균 매매가는 1069만원이다. 3.3㎡당 평균 매매가가 1000만원을 돌파한 건 지방 최초다. 천안 불당동은 3.3㎡당 평균 아파트 가격이 877만원으로, 천안시 평균 가격인 630만원을 한참 웃돌았다.

부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수 학군으로 인정받는 동래구ㆍ수영구ㆍ해운대구는 매해 가격이 상승해 가구당 평균 매매가가 각각 2억7125만원, 3억3128만원, 3억1559만원에 달했다. 지방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명문 학교와 학원이 밀집한 울산 남구는 가구당 평균 매매가가 2억6415만원, 대전 유성구는 2억7433만원이었다. 학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지역 내에서 가장 집값이 높았다. 학군과 학세권이 집값을 금값으로 만든 셈이다.

 

제주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외유학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분양 열기가 뜨겁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제주국제영어교육도시 인근 분양단지들이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건 이를 잘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지난 6월 한화건설이 공급한 제주국제영어교육도시 최초 브랜드 아파트인 꿈에그린은 청약접수 결과, 평균 12.3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3일만에 완판됐다.

지난해 11월 제주국제영어교육도시 O-5블록에 분양한 이노건설의 ‘이노에듀파크’는 오피스텔을 100% 분양했고, ‘이노에듀타운’과 ‘남영에듀클래스’도 분양 이후 짧은 기간에 오피스텔과 상업시설을 모두 분양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어떤 학세권을 주목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초ㆍ중ㆍ고교가 모두 있는 단지를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서울 송파구 리센츠 주공 2단지는 단적인 예다. 초등학교를 비롯해 중학교ㆍ고등학교가 모두 단지 내에 있는데, 이곳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3257만원으로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만 있는 잠실트리지움의 평균 매매가보다 300만원가량이 비싸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