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해외사례 살펴보니…

2010년 영국에서 처음 제정된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7년 현재 20개국이 도입했다.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데다 주주의 권익까지 높일 수 있다는 이상적인 취지에 세계 각국이 공감한 결과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혹여나 발생할 부작용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해외 국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스튜어드십 코드의 해외사례를 취재했다.

▲ 영국에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배당수익률이 오르는 양상을 보였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금융회사의 위험관리 부실을 막으려면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영국에서 발표된 한 보고서 내용 중 일부다. 이 보고서가 내린 진단은 연기금ㆍ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의 기업경영 참여를 확대하는 의결권 행사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제정의 근간이 됐다.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경영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고객과 주주의 권익을 극대화하고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게 스튜어드십 코드의 근본 목적이다. 주주는 수익률이 개선될 공산이 크고, 기업으로선 기업가치가 올라갈 수 있으니, 양측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될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선 스튜어드십 코드의 시행 여부를 두고 찬반양론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찬성하는 측은 “2200만 국민의 노후자금이 될 국민연금의 곳간이 갈수록 비고 있다는 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국민연금의 수익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 의견은 이렇다. “공공기관인 국민연금의 경영활동 참여는 정부의 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80곳이 넘는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보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먼저 도입한 해외에서는 어떨까. 이런 부작용은 없을까.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가는 영국ㆍ캐나다ㆍ네덜란드ㆍ남아프리카공화국ㆍ스위스ㆍ이탈리아ㆍ덴마크ㆍ일본ㆍ말레이시아 등 15개국이다. 여기에 미국ㆍ호주ㆍ인도ㆍ카자흐스탄ㆍ케냐가 올해 신규 도입했다.

이 가운데 영국과 일본이 정부 주도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영국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최초로 제정했다. 앞서 언급한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2009년 영국의 기관투자자 협의체 ISC가 ‘기관투자자 책임규범’을 만들었고, 2010년 영국 재무보고위원회(FRC)가 이를 다시 현재의 스튜어드십 코드로 정식 도입했다.

영국의 스튜어드십 코드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공시시스템이다. 영국에선 기관투자자들에 두가지 부분을 명확하게 공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첫째는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내부 방침, 둘째는 스튜어드십 활동 사항과 그에 따른 결과다. 아울러 스튜어드십 코드 관리당국에 해당하는 FRC(Financial Reporting Council)는 기관투자자들이 원칙을 얼마나 준수하는지에 따라 Tier1~3등급으로 나눠 발표하고 있다.

기관투자자가 상세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성실하게 원칙을 준수한다면 1등급을 받고, 기관투자자의 보고서에 투명성이 결여돼 있거나 개선이 필요하다면 3등급을 받는다. 쉽게 말해, 영국 FRC가 기관투자자의 성적표를 발표하는 셈이다. 기관투자자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해놨다는 얘기다.

일본은 2014년 아베 정권의 성장 전략 일환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추진했다. 본격적으로 시행된 건 2015년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일본 공적연금 GPIF가 도입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일본의 스튜어드십 활동 특징은 기업과의 대화를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기관투자자가 일방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업과 의견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 아울러 기업을 대상으로 기관투자자의 경영참여 활동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기관투자자에는 인터뷰를 진행해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지속적인 의견조율과 수정을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전시켜나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영국과 일본은 각각 2012년, 2017년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개정했다. 특히 영국은 기관투자자에게 2년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개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외에서도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건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완성단계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보강을 통해 점차 개선된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국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지표상으로도 크게 개선됐다. 영국 런던국제증권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100개 상장사로 구성된 FTSE10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전 16.9배에서 지난 4월 33.2배로 올랐다. 같은 기간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도 각각 52%포인트(59.1%→111.1%), 0.5%포인트(3.4%→3.9%) 올랐다.

김열매 애널리스트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IR활동에 미진하거나 폐쇄적인 경영을 하는 곳에 정보공개를 요구할 수 있어 투명성이 확보되고 기업가치도 오르게 된다”면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두고 우려가 많은데 법적인 강제수단이 아니라 자율적인 규범이기 때문에 따를 것인지 안 따를 것인지는 기업의 자유다”고 설명했다.

스튜어드십 따를 건지는 기업 자유

다만 해외의 사례와 우리나라를 똑같은 기준으로 적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건국대 교수)은 “해외의 경우 연기금이 독립기관이거나 공공기관이더라도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행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른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선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에서 국민연금을 민영화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과거 사례를 보면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 손길이 닿고 있는 경우가 많아 리스크는 여전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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