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유류분 청구

부모가 특별히 좋아하는 자녀에게 재산을 몽땅 물려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유언을 쓰고 공증을 받았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직계가족이라면 유류분遺留分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류분을 청구할 때는 명심할 게 있다. 유류분 청구와 동시에 가족관계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와 변호사닷컴이 유류분 제도를 살펴봤다.

▲ 상속 분쟁 이후 가족관계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상속 분쟁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상속재산의 분할에 관한 처분’ 접수 건수는 2010년 435건에서 2015년 1008건으로 2.3배나 늘었다. 상속 분쟁의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누군가에게 상속재산이 더 가고 덜 가는 상황에서 발생한다는 점은 똑같다.

현행법은 상속재산을 물려주는 피상속인의 의지를 가장 먼저 존중한다. 이 때문에 한 상속인에게 상속재산이 쏠리고, 재산형성 과정에 일정 부분 기여한 나머지 상속인은 배제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현행법이 피상속인의 의지에 반하더라도 상속인들에게 비율에 따라 최소한의 상속 권리를 인정해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청주에서 30년 넘게 소아과를 운영한 의사 박만호(가명)씨. 그는 슬하에 2남1녀를 두고 있다. 부인과는 10년 전 사별했다. 첫째 아들 A씨는 소아과 전문의로 5년 전부터 박씨가 운영하던 소아과 병원(건물 포함 45억원 상당)을 물려받아 운영한다. 둘째 아들 B씨는 사업실패로 이혼한 후 별다른 직업 없이 박씨 집에서 지낸다. 셋째 딸 C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3년 전 대학교수와 결혼해 안정된 가정을 꾸렸다.

그러던 박씨가 올해 가을 지병으로 사망했다. 박씨는 사망하기 전에 상속재산 분할을 마쳤다. A씨에게는 소아과 병원을 물려주고, B에게는 자신이 살던 아파트(15억원 상당)를 물려준다는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했다. 혼자 힘으로도 잘 살던 C씨에게는 아무것도 물려주지 않았다.

C씨는 억울했다. 10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결혼 전까지 온 집안의 뒷바라지를 해온 이가 C씨였고, 박씨의 병간호를 했던 것도 C씨였기 때문이다. 상속을 바라고 한 건 아니었지만 아버지가 야속하다. C씨는 억울함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우리 민법에는 ‘유류분遺留分 제도’라는 게 있다. 피상속인이 유언을 통해 재산을 처분했다고 해도 공동상속인이 법률상 정해진 비율에 따라 최소한의 상속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유족의 생존권 보호와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기여,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유류분을 가질 수 있는 자’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 형제자매로 한정돼 있다.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이 유류분이다.

박씨 자녀들의 경우로 계산해보면 이렇다. 박씨의 총 상속재산은 60억원, 박씨의 배우자는 이미 사망하고 없기 때문에 자녀들의 법정상속분은 각각 20억원이다. 그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인 10억원이 바로 유류분이다. 따라서 C씨는 유류분을 초과해 상속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유류분반환청구를 진행해 최소 10억원은 받을 수 있다.

다만 제한이 있다. 유류분반환청구권은 피상속인이 상속의 개시나 증여, 유증을 한 사실을 유류분 권리자가 알게 된 때로부터 1년 내(피상속인 사망 이후 10년 이내)에서만 유효하다. 더 중요한건 가족을 상대로 소訴를 제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류분, 가족관계의 가치 등을 꼼꼼히 따져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최길림 법무법인 신광 변호사 mateofchoi@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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