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누가 벌써 샴페인의 뚜껑을 땄나
조선, 누가 벌써 샴페인의 뚜껑을 땄나
  • 고준영 기자
  • 호수 268
  • 승인 2017.12.22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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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 진짜 부활했나

국내 조선사의 수주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한편에선 ‘조선3사가 부활가를 부르고 있다’며 호들갑을 떤다. 하지만 “부활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비관론이 더 많다. 지금의 실적개선이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효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유다. 화물운임지수 하락 등 지표도 좋지 않다. 한국 조선업, 부활은 아직 멀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조선업의 현주소를 분석했다.

▲ 올해 조선사들의 수주실적이 지난해 대비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평년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사진=뉴시스]

불황에 신음하던 국내 조선업에 봄볕이 스며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들어 선박 발주량이 부쩍 증가한 게 가장 큰 이유다. 글로벌 조선ㆍ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세계 선박 발주량은 1951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ㆍ선박 부가가치와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한 무게 단위)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누적 발주량인 1168만CGT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었다.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올 1~10월 539만CGT을 수주해, 지난해 한해 수주한 220만CGT을 두배 이상 넘어섰다. 수주절벽에 시달리던 조선사들의 숨통이 트였다는 거다. 조선업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 지금의 실적개선세가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현상일 수 있어서다.

실제로 올해 실적만 놓고 보면 여느 때 불황과 다르지 않다. 유례없는 침체기였던 지난해 대비 실적이 조금 개선됐을 뿐이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수주실적은 평년 대비 60%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2018년엔 회복세가 더욱 빨라질 거란 전망이 나오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세계 선박 발주량은 평년의 80%에 그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통계를 꼼꼼히 뜯어보면, “샴페인을 터뜨려선 안 된다”는 지적은 공허한 비관론이 아니다. 국내 조선사들의 올해 수주량(539만CGT)은 2014년(1290만CGT), 2015년(1070만CGT) 실적에 한참 못 미쳤다. 최근 10년 간 선박 발주량의 회복세가 2년 연속 이어진 사례도 없다.

조선업이 초호황을 누리던 2007년 9420만CGT에 달했던 세계 선박 발주량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779만CGT으로 급감했다. 2010년 4742만CGT으로 반등한 발주량은 2011년 3640만CGT으로 다시 떨어졌고, 2012년엔 2612만CGT으로 더 고꾸라졌다.

‘반등 후 침체 공식’은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 발주량이 6037만CGT로 치솟으며 상승기류가 이어지나 싶었지만 2014~2015년 각각 4480만CGT, 3970만CGT으로 줄었다. 올해 회복세를 ‘부활의 전주곡’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이유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선박을 건조하는 데 2~3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수급이 미스매치가 날 수밖에 없다”면서 “선사들의 발주가 몰렸다가 한동안 수그러드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기저효과 벗으면 여전히 불황

‘비관론’에 힘을 실어주는 변수는 또 있다. 2018년 발주될 가능성이 높은 선종 중에서 국내 조선사가 수주를 따낼 수 있는 선박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최진명 애널리스트는 “시황이 좋아지는 것과 국내 조선사의 실적이 개선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년에 발주될 가능성이 높은 선종은 벌크선과 LNG선이다. 탱커는 올해 발주가 이뤄졌고, 컨테이너선은 소량의 교체수요만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벌크선은 중국 조선사에 경쟁력이 밀리고 수주 가능성이 높은 건 LNG선인데, 그나마도 국내 조선사들의 기대치를 충족하기엔 발주량이 적을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화물운임지수의 하락세도 ‘비관론’을 부상시킨다. 이 지수가 떨어지는 건 물동량 감소와 함께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공급과잉 문제가 엮여있기 때문이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국내 조선사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선종이다.

수주실적과 매출의 ‘시간차’도 문제다. 일반적으로 조선사가 수주계약을 체결하면 해당 계약의 매출은 최소 2년 후 발생한다. 조선사들은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할 때 대부분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을 취하는데, 이 경우 전체 건조대금의 10~20%만 선수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인도 후에 받는다. 쉽게 말해, 조선사들의 올해 매출은 2015년 이전에 체결한 수주계약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2018년 이후엔 더 큰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높다. 2018년 이후부턴 2015~2017년 체결한 수주계약에서 영업이익이 발생하는데, 이 시기에 극심한 침체를 겪었기 때문이다. 조선사 관계자는 “2018년부터 수주가 증가한다고 해도 영업이익은 되레 감소하기 때문에 경영난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주절벽에 매출절벽 2중고

실제로 조선3사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다. 9월 30일 기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쌓아놓은 수주잔고(올해 수주실적 포함)는 각각 32조593억원, 40조5110억원, 24조6379억원에 그쳤다. 본격적인 수주절벽이 닥치기 전인 2015년 말 3사의 수주잔고가 86조5667억원, 51조146억원, 40조3042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폭 줄어든 셈이다.

3사의 영업이익률이 5%를 오르내린다는 점을 따졌을 때남은 수주잔고를 통해 발생하는 영업이익은 2조원 안팎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조선사가 수주절벽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매출절벽까지 2중고를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조선사를 위협하는 암초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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