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下

남편은 실직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아내는 남편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싫어서 부채를 숨겼다. 그러다보니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가계는 ‘적자투성이’로 전락했다. 이제 지출 플랜을 명확하게 세워 ‘적자’를 벗어나는 게 강씨 부부의 과제다. 핵심은 ‘단돈 100원을 쓰더라도 부부가 공유하는 것’이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의 ‘실전재테크 Lab’ 40대 강씨 부부의 재무설계 두번째 이야기다.

▲ 당장 갚아야 할 부채가 있는 가계는 재무설계의 1순위를 부채상환에 둬야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강승현(가명ㆍ42)씨와 김은영(가명ㆍ39)씨 부부의 가계부는 적자투성이다. 부부의 월소득은 410만원(남편 320만원ㆍ아내 90만원)인데, 매월 462만원을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부가 서로에게 밝히지 않은 채 부채(남편 800만원ㆍ아내 400만원)를 쌓은 게 화근이 됐다. 강씨 부부의 과제는 ‘적자’를 털고 ‘흑자가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필자는 이 부부에게 지출플랜을 세우라고 조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1차(11월 7일), 2차 상담(11월 13~14일) 이후 강씨 부부가 제출한 지출 계획표는 아쉽게도 현실성이 부족했다. 줄이기 어려운 세금과 교육비 등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11월 24일 진행한 3차 상담에서는 가계부채 조정과 함께 지출 계획표를 현실적으로 수정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우선 강씨 부부가 ‘지출을 줄이겠다’고 밝힌 부분을 살펴보자. 강씨 부부는 매월 52만원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세금(15만원→10만원), 통신비(15만원→8만원), 교육비(62만원→52만원), 생활비(70만원→60만원), 보험료(65만원→40만원) 등 57만원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나머지 5만원은 부채를 상환하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실천할 수 있느냐다. 강씨 부부가 5만원 줄이겠다고 밝힌 세금에는 여름철ㆍ겨울철 냉난방비 등이 포함돼 있다. 사실 4인 가족이 세금으로 한달에 15만원을 쓰는 것도 상당히 적은 수준이다. 더 줄이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통신비도 마찬가지다. 이 가정은 현재 가장 저렴한 휴대전화ㆍ인터넷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 강씨 부부는 알뜰폰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지만 휴대전화 요금에 할인약정이 있어 해지하면 오히려 환급금을 물어줘야 할지도 모른다. 결국, 세금과 통신비를 각각 5만원, 7만원 줄이겠다는 계획은 실천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철회했다.

자! 월 65만원을 납부하는 보험료는 어떻게 손을 봐야 할까. 강씨 부부는 일단 25만원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분석해보자. 월 65만원은 소득(부부합산 410만원) 대비 15%가 넘는 금액이다. 보험료 지출이 많은 전형적인 가계의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적정 보험료 비중을 소득 대비 6~10%라고 조언한다. 보험료는 아무리 많아도 소득의 10%를 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거다.

이에 따라 강씨 부부는 최소 규모인 6%를 상한선을 두고 보험을 분석했다. 강씨 부부의 보험은 CI(중대질병)종신보험과 가족통합보험으로 나눠져 있었다. 4년 전 가입한 CI종신보험의 보험료는 한달에 52만원(남편 35만원ㆍ아내 17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높은 보험료에 비해 보장을 받는 건 쉽지 않았다.

뇌졸중ㆍ심근경색 등으로 25% 이상의 장애가 남거나 말기 진단을 받아야 사망보험금의 80%를 지급 받을 수 있는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가족통합보험은 실손보험과 입원비 특약이 보장돼 있었지만 갱신형 보험으로 보험료 부담이 증가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상담을 거듭한 끝에 CI종신보험을 과감하게 해지하기로 했다. CI종신보험 해지에 따른 환급금 998만원(원금2496만원ㆍ환급률 40%)은 부채를 상환하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가족통합보험에도 메스를 댔다. CI보험과 마찬가지로 가족통합보험도 해지했다. 새로 가입한 보험은 납입기간을 길게 잡아 보험료를 낮추는 쪽으로 재설계 했다. 남편 건강보험과 실손보험(12만원), 아내 실손보험(4만원), 두 아이의 실손보험(5만원) 등으로 구성해 보험료를 21만원으로 낮춰 44만원 절감했다. 그리고 가족통합보험 해지로 발생한 환급금(104만원)도 부채를 갚은데 사용하기로 했다.

지출계획에는 빠져 있지만 월 80만원(남편 50만원ㆍ부인 30만원)에 이르는 부부의 용돈도 조정대상이다. 지난호(268호)에 언급했듯 부부는 서로에게 밝히지 않은 채무가 많았고, 이를 용돈으로 상환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강씨 부부의 카드론 부채는 1200만원(남편 800만원ㆍ아내 400만원)이다. 이 중 1100만원은 CI종신보험 해지 환급금(998만원)과 가족통합보험 해지 환급금(104만원)을 활용해 상환하기로 했다.

나머지 100만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해 갚았다. 강씨는 한도 1500만원, 연이율 3.85%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이 경우 100만원을 빌릴 때 한달에 3300원의 이자만 부담하면 된다. 이를 통해 강씨는 35만원, 부인 김씨는 15만원의 용돈을 줄였다. 아이들의 용돈은 새로 마련했다. 내후년이면 중학생이 되는 첫째에겐 4만원(일주일에 1만원), 작은아이는 2만원(1주일에 5000원)의 용돈을 주기로 했다.

이밖에 의류ㆍ미용비 10만원(25만원→15만원), 자동차 관리비(25만원→20만원) 등을 줄여 총 109만원의 지출을 아꼈다. 아이들 용돈 6만원을 제외해도 103만원의 여유가 생긴 셈이다. 월 평균 52만원에 이르는 적자에 시달리던 강씨 가계가 흑자 재정(51만원)으로 탈바꿈했다는 얘기다.

이제 강씨 부부가 해야 할 일은 부채를 탕감하는 거다. 참고로 부채를 갚는데도 우선순위가 있다. 이자율이 높은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대부업 대출 등은 가장 먼저 갚아야 할 부채다. 부채가 용처用處가 어딘지도 수시 체크해야 한다.

강씨 부부는 여유자금 51만원 중 21만원을 마이너스 통장의 대출을 상환하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나머지 30만원은 적금에 가입해 또다른 여유자금을 만들기로 했다. 그렇다고 강씨 부부가 안정적인 재정을 갖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털어내야 하고, 혹시 모를 지출에 대비한 비상금도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강씨 부부는 3개월에 한번씩 가계 재정 상황을 점검 받기로 했다. 필자가 강조한 건 “단돈 100원의 지출도 부부가 공유하라”는 것이었다. 적자 가계의 책임이 남편이나 부인 한쪽에 있는 게 아닌 만큼 문제점도 ‘함께’ 풀어나가라는 취지였다. 그게 무엇이든 신뢰가 쌓이면 공통목표가 생기고, 문제점이 쉽게 해소된다. 강씨 부부는 “지출을 공유하니까 목표가 더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좋은 시그널이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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