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레이블과 그린워싱

미국 뷰티업계에 유해첨가물을 최소화하고 성분을 간소하는 ‘클린 레이블(Clean Label)’ 바람이 불고 있다. 식품과 생활용품에서 성분을 따지던 소비자들이 뷰티제품에서도 자연성분을 요구하고 있는 거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껍데기만 그럴싸하게 녹색으로 포장하는 꼼수 업체가 덩달아 늘고 있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교활한 그린워싱의 덫을 취재했다.

▲ 유해물질을 최소화하는 ‘클린 레이블’이 열풍이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최근 몇년 간 화학물질 논란이 연이어 불거졌다. 그러는 사이 소비자들은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졌다. 최소한의 자연성분으로 제조한 제품들이 인기를 끈 이유다. 대표적인 게 아르간, 코코넛, 호호바 등 100% 천연오일 제품이다.

화학물질을 기피하는 건 우리나라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미국 소비자들도 유해한 화학성분이 함유된 제품보다 자연유래성분을 제품을 선호하는 움직임이 몇년 전부터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선 2015년 인체에 유해한 합성 플라스틱 마이크로비트를 화장품 사용에 금지하는 법안을 상정, 2018년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NPD그룹이 발표한 ‘2017년 페이셜 스킨케어 소비자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스킨케어 소비자 중 절반가량(48%)은 자신의 피부가 ‘민감성’이라고 말했다. 2015년 같은 조사 대비 4%포인트 증가했다. 피부에 자극을 주는 성분을 배제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다.

자연성분제품 시장이 커지고 있는 건 매출로도 나타나고 있다. NPD그룹이 스킨케어 시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6년 9월~2017년 8월 12개월간 자연성분을 강조한 제품의 매출액은 13억 달러(1조4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3% 더 팔렸다. 전체 스킨케어 시장이 6%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두배 이상 커졌다.

관련 업체들도 주목받고 있다. 2013년 설립된 뷰티카운터(Beauty Counter)는 1만5000개의 ‘Never List’를 만들어 인체에 유해하거나 유해가 의심되는 성분을 화장품에 첨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스킨케어와 색조화장품으로 출발한 뷰티카운터는 소비자들의 신뢰에 힘입어 현재 바디, 유아용 제품으로까지 품목을 확대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겐 굳이 인지가 높은 브랜드가 아니어도 된다. 도덕적인 철학을 가진 브랜드라면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린워싱에 염증 느끼는 소비자

미국에서 클린 레이블 바람이 불고 있는 건 소비자들이 그린워싱(greenwashingㆍ친환경위장) 제품에 염증을 느낀 결과다. 그린워싱이란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는 마케팅 행위다. 기업의 비양심적인 행위를 직ㆍ간접적으로 경험한 소비자들이 스스로 성분을 따지게 된 거다.

전문가들은 이런 바람이 우리나라 업체들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아직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우리 업체들이 쌀겨, 인삼, 달팽이점액 등의 자연성분을 내세워 그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게 있다. 안일하게 마케팅으로 그쳐다간 그린워싱 제품으로 낙인 찍혀 외면받을 수 있다는 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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