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비 빌려 임대료 내는 전략적 선택 괜찮을까

저유가 시대가 길게 이어졌다. 국내외 관광객도 늘었다. 최근 항공업계가 고공행진을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들의 재무제표를 두고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투자자가 많다. 그간 여러 대의 항공기를 빌려 임대료만 내는 걸 ‘전략적 선택’으로 포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9년부터는 이 꼼수가 통하지 않는다. 항공업계, 괜찮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IFRS의 업종별 리스크를 살펴봤다. 그 둘째편으로 항공업이다.

▲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항공업계 전체의 부채비율이 상승한다.[사진=뉴시스]

비싼 항공기는 한대 가격만 2000억원을 웃돈다. 항공사들이 항공기를 빌려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금융기법이 활용된다. 방식은 크게 두 개,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다.

금융리스는 할부구매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금융회사가 리스회사에 항공기 구입비를 대출해주면 리스회사는 제조사로부터 항공기를 구매해 항공사에 빌려준다. 리스 계약이 끝나면 항공사는 항공기 소유권을 받을 수 있다. 운용리스는 항공기의 소유권이 리스회사에 남는다는 점에서 금융리스와 다르다. 항공사가 항공기를 계약기간에만 이용하고 리스회사에 돌려준다.

최근 국내 항공업계는 금융리스보다 운용리스가 대세로 통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장부상 부채 평가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금융리스를 선택한 항공사는 항공기를 자산과 부채로 재무제표에 동시에 기록해야 한다. 항공기라는 자산이 생기는 동시에 할부 잔액만큼의 부채도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반면 운용리스를 선택한 항공사는 해당 회계연도에 지급한 리스료만 손익계산서에 비용으로 반영한다. 항공기는 사용권만 있을 뿐, 자산으로 기록되지 않아서다.

항공업계는 항공기 대수가 가격경쟁력을 결정하는 규모의 경제가 통하는 시장이다. 운용리스는 부채를 늘리지 않고도 여러 대의 항공기를 사용할 수 있는 국내 항공사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문제는 이 전략이 2018년까지만 통한다는 점이다. 2019년부터 재무제표에 운용리스 비용을 감춰놓는 게 불가능해졌다. 국제회계기준 ‘IFRS16’은 운용리스 부채도 부채와 자산항목에 산입하게 했다.

당장 양대 대형항공사(FSC) 중 아시아나항공이 날벼락을 맞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총 83대의 항공기를 운항하고 있는데, 이중 51대를 운용리스를 통해 확보했다. 자본금이 적은 저비용항공사(LCC)의 선택도 아시아나항공과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LCC는 항공기를 모두 운용리스로 보유 중이다. 산업은행 산업기술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새 회계기준을 적용하면 LCC 부채 증가율의 평균은 181%에 달한다.

운용리스 비율이 높은 항공사들은 “숫자만 달라질 뿐 실제 현금흐름이 바뀌는 건 아니다”고 항변한다. 그렇다고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부채비율은 투자자들이 기업 재무상황을 꼼꼼히 비교할 수 있는 강력한 기준이다. 이미 빨간불은 감지됐다. 아시아나항공은 10월 1년 6개월 만기 6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하지만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 주문은 30억원에 불과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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