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인셉션 ❷

다른 이의 무의식 세계에 침입해 그의 가장 내밀한 비밀을 추출해내는 코브(Cobb•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아더(Arthurㆍ조셉 고든 레빗)는 말하자면 ‘산업 스파이’ 직군職群(공식적으로 그런 직종이 있는지 모르겠지만)에 해당한다. 요즘 한참 뜨는 직종인 ‘해커’의 일종인 셈인데, 코브 일당은 타인의 의식을 뚫고 들어가는 최첨단 미래형 해커다. 
 
영화 속에서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코브와 아더 콤비는 전직 군軍특수요원이었던 듯하다. 군에서 적국이나 적군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약물을 이용한 최면기법을 통해 비밀첩보 작전을 수행했던 모양이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사회에 복귀한 이들은 군에서 익힌 기법을 활용해 산업 스파이로 나선다. 사회에 나가 그들이 습득한 군사기술로 떼돈을 벌려고 작정하고 제대했는지, 제대하고 보니 할 일이 마땅치 않아 그 길로 들어섰는지는 명확치 않다.
 
이들은 타인의 무의식 세계를 마음대로 헤집고 다닐 수 있는 최첨단 최면 약물과 최첨단 과학장비로 무장한 벤처사업을 일으켜 번창한다. ‘길 닦아 놓으면 개가 먼저 지나간다’는 말처럼 과학기술의 진보는 그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샛길로 빠지곤 한다. 철기의 발명은 생활용품보다 철기로 만든 강하고 날카로운 무기의 총아가 된다. 라이트 형제가 하늘을 나는 꿈을 이루자마자 비행기에 폭탄을 싣고 날아다니며 폭탄 퍼부을 궁리부터 한다. 노벨의 TNT 폭탄이나 페르미의 핵물리학이 그렇다.
 
우주항공기술은 김정은이 사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된다.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대량생산되면 분명 산업현장보다는 로봇군대로 적진을 뭉갤 구상부터 할 듯하다.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항상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 코브는 사이토를 지키는 수호자를 자처하고 사이토는 코브를 믿고 고용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전역한 코브가 사회에서 수행한 가장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일본의 거대 에너지기업 사이토 회장(와타나베 켄)의 무의식 속에 침투해서 기업비밀을 빼오는 일이었던 모양이다. 사이토는 냉철한 기업인이다. 코브 일당에게 한번 된통 당했지만 그의 실력만은 인정하고 한때의 원수였던 코브를 쿨하게 고용한다. 서로가 서로를 먹고 먹히는 정글의 세계에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프로의 세계에 ‘사감私感’은 금물이다.
 
고용 최종결정에 앞서 사이토 회장은 코브에게 자신의 꿈속에 침투해서 자신의 비밀을 추출해보라며 테스트를 한다. 영화의 도입부는 사이토 회장이 코브 일당의 실력을 검증하는 몽환적인 액션으로 채워진다. 시간과 공간이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또 부서진다. 블록버스터 액션도 미학적으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놀란 감독이 일깨워준다.
 
적군의 침입을 예상하고 만반의 방어태세를 갖춘 적진을 뚫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겠지만 그 어려운 일을 코브의 일당은 해낸다. 괜히 업계 1등이 아니다. 코브에게 한번 당해봐서인지 사이토의 방어기제도 만만치 않다. 무의식 세계 속에서 사이토와 ‘꿈 도적떼’ 사이에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진다.
 
▲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할 국회가 공직부패가 심각한 기관 1위로 꼽혔다.[사진=뉴시스]
영화에서 코브가 남의 꿈속에 침투해 구사하는 기법은 ‘Conning’ 기법으로 소개된다. ‘Conning’은 영어 슬랭에 가깝다. ‘Confidence(자신감ㆍ신뢰)’의 약칭이지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풀어서 말하면 ‘Confidence trick(신뢰 사기)’이다. 상대로 하여금 자신을 믿게 만들어 상대가 자신에게 자발적으로 자신의 모든 비밀을 털어놓게 하는 사기술이다. 가장 평범하면서도 궁극의 사기 기법이다.
 
사이토의 꿈속에 침입한 코브는 사이토를 노리는 자들로부터 사이토를 지키는 ‘수호자’를 자처하고 사이토에게 접근한다. 정체불명의 집단이 사이토를 공격하고 코브는 그들에 맞서 사이토를 보호하고 피신시킨다. 사이토는 코브를 신뢰하고 아무도 모르는 자신의 비밀 은신처까지 그에게 공개한다. 사이토는 사기꾼 코브의 수중에 떨어지게 된다. 이제 코브에게 탈탈 털릴 일만 남은 셈이다.
 
우리 사회에도 수많은 ‘코브 일당’이 횡행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재산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수호자인양 국민을 현혹한다. 국민들이 그들을 믿는 순간 그들은 ‘신뢰 사기꾼(Confidence trickers)’의 본 모습을 드러내고 자신을 신뢰하고 모든 것을 맡긴 국민들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그들의 모든 것을 탈탈 털어간다. 
김상회 정치학 박사 sahngwhekim5353@g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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