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여성 도착하다 展

▲ ❶ 별건곤(표지화 안석주), 개벽사, 1933.9., 오영식 소장 ❷ 양주남, 미몽, 1936, 47분 ❸ 나혜석, 자화상, 1928추정, 캔버스에 유채, 88×75㎝,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소장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여성이 시각적 이미지로 재현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근대에 들어서면서 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영화, 광고, 잡지 등 대중매체에 여성이 대거 등장했다. 이들은 ‘신여성’이라 불렸다. 
 
신여성이라는 단어는 19세기 말 유럽과 미국을 시작으로 20세기 초 일본 등 아시아 국가로 퍼져나갔다. 국가마다 신여성에 대한 정의나 개념은 달랐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여성이 겪는 사회ㆍ정치적 불평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자유와 해방을 추구하는 새로운 여성상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신여성은 18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출현했다. 근대 교육을 받고 교양을 쌓은 신여성이 늘어갔지만 사회에는 억압과 모순이 만연했다. 당시 신여성들은 제국주의, 식민주의, 가부장제를 겪음과 동시에 동서양 문화가 충돌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피식민지인이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근대화의 주된 동력이 될 수 없었다. 
 
국립 현대미술관은 그동안 남성 중심적 관점에서 다뤄졌던 근대의 역사, 문화, 미술을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신여성 도착하다’ 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회화, 조각, 자수, 사진, 인쇄미술(표지화ㆍ삽화ㆍ포스터), 서적, 잡지 등 500여점의 작품을 통해 신여성을 다각적으로 해석한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신여성 언파레-드’에서는 남성 예술가가 재현한 신여성 이미지들을 전시한다. 일본 식민 체제하의 근대성과 전근대성이 각축을 벌이는 틈새에서 신여성을 둘러싼 긴장과 갈등 양상이 어땠는지 보여준다.
 
2부 ‘내가 그림이요 그림이 내가 되어’는 근대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기생작가 김능해ㆍ원금홍, 동경여자미술학교 출신의 나혜석ㆍ이갑향ㆍ천경자ㆍ박래현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여성이 미술교육과 직업영역에서 창작자로서 어떻게 정체성을 추구했는지 엿볼 수 있다. 
 
3부 ‘그녀가 그들의 운명이다’는 남성 중심의 미술 문학 사회주의운동, 대중문화 분야에서 선각자 역할을 한 다섯 여성을 조명한다. 나혜석(미술)ㆍ김명순(문학)ㆍ주세죽(여성운동)ㆍ최승희(무용)ㆍ이난영(대중음악)이 그들이다. 당시 찬사보다 지탄의 대상이었던 이들 신여성은 사회통념을 전복하는 파격과 도전을 시도했다. 
신여성의 등장, 존재,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2018년 4월 1일까지 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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