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정부가 ‘신남방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동남아 시장으로 넘어갈 좋은 기회다. 다만 제조ㆍ판매에만 몰두하면 곤란하다. 자동차 시장의 영역이 제조에서 서비스로 바뀌고 있어서다. 최근 빠른 경제발전과 함께 자동차 수요도 늘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 반걸음만 앞서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 자동차 관련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자동차 시장은 크게 두가지로 분류된다. 제조 시장과 서비스 시장이다. 어느 쪽이 더 클까. 바로 서비스 시장이다. 흔히 애프터마켓이라 일컫는데, 자동차용품, 애프터서비스(AS), 정비, 튜닝, 모터스포츠, 중고차, 보험, 리스, 렌트, 리사이클링 등 영역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애프터마켓 규모만 해도 약 100조원으로 추산된다.

자동차를 만들어 판매하기만 하는 전통적인 완성차 시장은 한계가 뚜렷하니 서비스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그럼에도 국내 자동차 시장은 여전히 제조 시장에 초점 맞춰져 있다. 완성차 수출이나 해외 현지 공장 활성화 등에만 신경을 쓴다는 얘기다.

정비 시장도 마찬가지다. 좋은 기술과 장비를 갖추고 있음에도 여전히 국내에서 4만5000여개의 정비업체들이 치열하게 레드오션을 나눠먹기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비기술이나 시설이 부족해 수리를 받기 위해 몇주씩 기다리기도 하는 해외 시장은 즐비했다. 자동차용품이나 초소형 전기차 마이크로 모빌리티도 해외에서라면 큰 시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자동차 시장은 좋은 테스트베드다. 연간 신차 판매대수는 약 180만대로 그리 큰 시장이 아니지만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선진국에 비해 낮지 않다. 오히려 더 까다롭다. 실제로 해외 선진국 시장에 상품을 출시하기 전에 국내시장에 먼저 출시해 반응을 살피고 시장성을 확인해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시장성을 갖춘 좋은 상품을 걸러내고 해외시장으로 확대하는 데 있어 좋은 관문인 셈이다. 해외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선진화된 시장을 개척하기란 쉽지 않지만 제3세대는 능히 공략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최근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신남방 정책’은 눈여겨볼 만하다. 중국처럼 사회주의로 인해 불안전한 시장보다는 동남아시아처럼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구매력이 커지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나 베트남은 다른 동남아 시장을 대표할 만큼 빠른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중동이나 러시아, 인도, 남미도 노려볼 만하다.

실제로 동남아 시장에서는 현재 기하급수적으로 신차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교통 관련 인프라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자연스럽게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소득도 가파르게 늘어 자동차를 보는 소비자의 눈높이도 달라지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럴 때 성장하는 시장이 바로 애프터마켓이다. 일본 완성차 브랜드가 동남아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절대 애프터마켓의 틈새를 잘 노린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현지 기업과 공동 투자도 좋고, 지사를 설립해 본격적인 진출을 꾀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우리보다 많이 뒤처져 있는 시장인 만큼 너무 빠른 속도로 앞서갈 필요는 없다는 거다. 딱 반걸음만 앞서가면 된다. 너무 앞서 가다보면 자신의 몸을 태우는 촛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 전략을 세워 공략하라는 얘기다.

또한 현지의 기후나 문화적 특성은 물론, 자동차와 같은 이동수단에 대한 인식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한다. 각 국가별로 다른 법과 제도 역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냉철한 분석과 남들보다 반걸음 앞선 전략, 실질적인 액션 플랜이 요구되는 시기다.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자.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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