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지역주택조합은 집 없는 서민에겐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청약통장ㆍ청약순위 등이 필요 없는데다 일반 분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내집을 장만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유의할 점도, 리스크도 많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다 낭패를 본 최씨 부부의 가계부를 점검했다. ‘실전재테크 Lab’ 3편 제1강이다.

▲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할 때는 토지사용승낙서 확보 비율 등 사업추진 현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를 빼고 재테크를 이야기하긴 힘들다. 서민의 가장 큰 꿈이자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약 당첨은 복권 당첨보다 어렵다. 당첨이 돼도 중도금과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대출을 받아야 한다. 경기도 안산에 살고 있는 최종철(가명ㆍ36)씨와 박은진(가명ㆍ33)씨 부부의 고민도 내집 마련이다.

결혼 5년차인 부부는 네살배기 딸아이와 월세로 거주하고 있다. 내집 마련이 최대 목표이긴 하지만 써야 할 돈은 언제나 버는 돈을 초과하기 일쑤다. 여기에 아내의 출산으로 외벌이를 하면서 수입이 크게 줄었다. 최씨 부부가 투자는커녕 변변한 적금통장 하나 마련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씨 부부는 내집 마련과 재무환경 개선이라는 목표를 갖고 재무상담을 신청했다. 첫번째 상담은 2017년 1월 23일 이뤄졌다.

우선 최씨 부부의 재무상황을 살펴보자. 경기도 소재 중소기업 총무팀에서 일하고 있는 최씨의 월 소득은 세후歲後 260만원이다. 결혼을 하면서 마련한 빌라에서 월세(보증금 4000만원ㆍ월세 40만원)로 살고 있다. 많지 않은 소득으로 생활을 이어가다보니 지출구조는 단순했다.

소비성 지출을 살펴보자. 우선 매월 월세(40만원)와 각종 세금(15만원) 등 주거비로 55만원을 지출했다. 식비를 포함한 가족의 생활비는 60만원이다. 여기에 교통비 15만원, 통신비 13만원, 부부 용돈(남편 30만원ㆍ아내 20만원)으론 78만원을 쓴다. 합치면 월 193만원에 이른다.

 

비정기 지출로는 경조사비ㆍ휴가비ㆍ모임비 등을 포함해 월 평균 25만원(연 30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결혼 전 장만한 자동차 관리비로 20만원을 사용한다. 금융상품으로는 부부의 보장성 보험과 딸아이의 어린이 보험을 합해 매월 35만원을 지출한다. 종합하면 최씨는 매월 소비성지출(193만원), 비정기지출(45만원), 금융상품(35만원) 등 273만원을 사용한다. 월 소득 260만원보다 13만원 더 쓰는 셈이다. 다행히 정부에서 지원하는 양육수당 10만원을 활용해 적자를 겨우 메우고 있었다.

2차 상담은 2월 1일에 이뤄졌다. 2차 상담에서는 자산현황에 관한 상담이 이뤄졌다. 최씨 부부는 모아둔 자산이 전혀 없었다. 임신과 출산으로 지출이 증가했다는 걸 감안해도 비상금 하나 없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 문제의 시작은 내집 마련에 있었다. 최씨 부부는 월세 계약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16년 4월 혹할 만한 광고를 봤다.

지역주택조합에서 조합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이었다. 조합의 계획은 그럴듯했다. 조합원이 거의 모집돼 늦어도 가을에는 공사가 시작, 3년 뒤에는 입주가 가능하다고 광고했다. 가격 혜택도 좋았다. 계약금과 중도금 1억원만 있으면 번듯한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하나 없던 최씨에겐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겨졌다. 최씨는 그동안 모아둔 자산 6000만원에 부모님께 4000만원을 빌려 덜컥 조합에 가입했다(가입비 총 1억원). 하지만 공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여기서 잠깐. 서민의 내집 마련 꿈을 이뤄주는 수단이라는 지역주택조합을 살펴보자. 지역주택조합은 청약통장ㆍ청약순위가 필요 없다. 그래서 일반분양 주택보다 저럼한 가격에 내집을 장만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덕에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 건수는 2011년 10건(5566가구)에서 2016년 104건(6만9150가구)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지역주택조합은 단점이 많다. 무엇보다 조합 탈퇴가 어렵다. 사업이 지연될 경우 추가 분담금이 발생한다. 조합원 간 갈등으로 사업이 무산돼 피해를 보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할 때는 사업의 지속 가능성, 탈퇴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2016년 2월 5일, 2월 21일 각각 진행한 최씨 부부의 3차ㆍ4차 상담에선 지역주택조합 문제를 짚어봤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최씨 부부가 가입한 지역주택조합의 상황은 실망스러웠다. 토지사용승낙서 확보 비율은 사업추진에 필요한 80%를 훨씬 밑돌았다. 주택조합 설립인가에 필요한 조합원수도 기준(주택건설 예정세대수 50% 이상)을 충족하지 못했다.

 

최씨는 조합원을 탈퇴하면서 투자금 1억원 가운데 추가분담금 900만원을 제외한 91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최씨 부부의 재무상황을 조정했다. 지역주택조합을 제외하면 별 문제가 없었다. 최씨 부부의 같은 경우엔 ‘보험’을 손댈 수밖에 없다. 알뜰하게 사는 가계에 ‘지출을 더 줄이라’고 조언하면 삶의 만족도가 떨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먼저 월 35만원을 납입하는 가족의 보장성보험을 재편했다.

불필요한 특약을 제거하고 필수적인 보장만 남겼다. 임신 때 가입했던 어린이 보험은 연령에 맞는 상품으로 갈아탔다. 이를 통해 남편 실손보험 5만원, 아내 실손보험 6만원, 어린이 보험 5만원 등으로 축소해 기존 35만원에서 16만원으로 19만원 절약했다. 보험 하나만 손질해 적자였던 재무구조(마이너스 13만원)를 흑자로 돌렸지만 여기서 끝내선 안 됐다.

현재 재무상황에선 미래를 준비하기 어려웠다. 최씨 부부에게 한가지 과제를 줬다. 월세 40만원을 아끼기 위해 돌려받은 지역주택조합 투자금으로 전셋집을 마련하라는 것이었다. 다음 재무상담은 3개월 후인 2017년 5월 3일 진행됐다. 다음편에서는 최씨 부부의 바뀐 현금흐름과 재테크 솔루션을 살펴보기로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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