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 과정 괜찮나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6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승자의 저주’를 예견하는 분석이 속출했다. 예상대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토해냈다. 워크아웃 졸업 후 승승장구하던 대우건설 재무구조는 엉망이 됐다. 어떤 인수자를 찾느냐가 인수금액만큼 중요한 이유다. KDB산업은행은 2017년 10월 대우건설을 시장에 내놨다. 그런데 이번에도 인수 후보자를 공개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대우건설 깜깜이 매각 과정을 살펴봤다.

▲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을 매각하면서 인수 후보자 선정 기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헐값 매각이다.” “국부 유출이다.” 대우건설이 또다시 매각 논란에 휩싸였다. 대우건설 내부에선 “매각 수난사가 다시 시작된 것 아니냐”는 한숨 섞인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건설업계에서 대우건설만큼 매각 과정에서 진통을 겪은 건설사를 찾기 힘들다.

대우건설의 수난사는 1999년 그룹 해체와 동시에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시작됐다. 워크아웃 졸업(2002년) 후 몇년간 승승장구하자 대주주였던 자산관리공사는 공적자금을 회수하겠다면서 대우건설 매각(2005년)을 진행했다.

이듬해 12월 대우건설을 인수한 건 금호아시아나그룹. 하지만 유동성이 부족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인수 직후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 그런데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내세워 대한통운을 인수ㆍ합병(M&Aㆍ2008년)하는 등 몸집을 부풀리는 데 힘을 쏟았다. 그 과정에서 대우그룹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대우건설 소유의 서울역 앞 사옥은 외국계자본에 팔렸고, 대우건설의 재무구조는 엉망이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재정 위기에 빠지면서 대우건설은 2009년 다시 시장에 나왔다.

‘죽음의 바다’에 빠졌던 대우건설을 거둬들인 건 KDB산업은행(2010년)이었다. 산은은 대우건설의 주가를 띄워 재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KDB산업은행이 인수한 이후 1만원 이하로 내려간 대우건설의 주가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자 산은은 2016년 말부터 매각을 검토, 2017년 10월 매각 공고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경기가 안 좋아질 거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더 나빠지기 전에 팔겠다는 게 산은의 입장이지만 논란거리가 많아 매각 과정은 순탄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논란이 헐값 매각이다. 현재 대우건설의 매각가는 1조원대 중반에서 최대 2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은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금액 2조1785억원에 못 미치는 매각가다.

여기에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설립한 유한회사(SPC)를 통해 1조원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산은으로선 밑지는 장사일 수밖에 없다. 그 돈을 다른 곳에 투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까지 계산하면 손실 규모는 더 커진다. [※참고 : 일부에선 산은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대금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줬으니 대우건설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사실상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수금을 논외로 하더라도 유상증자를 통해 공적자금이 투입된 것까지 부인할 수는 없다.]

2006년 금호에 팔리지 않았다면…

그럼에도 산은은 대우건설 매각 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깜깜이로 진행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대주주로서 최대의 값을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뭐든 공개를 하면 협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알려줄 수가 없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의 주장은 다르다. “협상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이해 못하는 게 아니다. 예비입찰후보자를 알려줄 수는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매각 계획과 일정, 산은 내부의 인수 후보자 선정 기준이라도 말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산은의 인수 후보자 선정 기준이 올바른지를 검증하고, 그 기준에 따라 인수 후보자의 적격성을 따져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더구나 대우건설 직원들은 매각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매각 공고 이후 수차례에 걸쳐 산은에 매각 계획과 인수 후보자 선정 기준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매각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비공개’라는 답변만 받았다”고 말했다.

인수 후보자의 선정 기준을 공개하는 건 중요한 문제다. 대우건설이 부실한 인수자 탓에 이리저리 팔려다닌 걸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대우건설에 15년간 몸담았던 직원은 “2005년 대우건설이 처음으로 시장에 나왔을 때 매각주체였던 자산관리공사가 인수자 선정 기준을 공개했더라면 대우건설의 운명이 바뀌었을지 모른다”면서 “그랬다면 돈이 없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지 못했을 테고, 지금처럼 또다시 대우건설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산은은 가격만 최우선으로 고려할 게 아니라 어디에 팔려 가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대우건설 노조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매각 주관사가 매각을 진행 중이고, 산은은 매각 주관사의 기준에 따르는 것뿐”이라면서 “매각이 다 끝나고 나면 선정 기준이나 과정 등을 다 공개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소를 잃고 나서 외양간 고치겠다는 논리다.

산업발전 도모가 산은의 역할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대우조선해양처럼 대우건설에서도 산은은 대주주로서 사실상 기업 경영에 충분히 관여했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기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음에도 모든 걸 비공개로 매각하겠다는 건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라면서 “내부적인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 이해당사자인 대우건설 내부 직원들에게라도 매각 절차와 내용에 관한 합의는 봐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꼬집었다.

▲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후부터 지금까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상인 서울대(행정학) 교수는 “산은이 협상 과정에서 모든 걸 공개하지 못하는 걸 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인수 후보자를 고르는 기본적 기준조차 공개하지 않겠다는 건 공공기관인 산은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산은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기업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경영관리의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하고, 계산기만 두드린다.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회사를 별도로 분리해서 관리하든 채권들을 시중은행에 매각하든 산은이 최대주주이자 주채권단이 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 산은의 무책임한 기업관리 행태를 바꿀 수 있다.”

산은은 이익만 추구하는 은행이 아니다. “산업의 개발ㆍ육성, 사회기반시설의 확충, 지역개발, 금융시장 안정, 그 밖에 지속가능한 성장 촉진 등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ㆍ관리함으로써 금융산업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한국산업은행법 제1조)”는 특별한 목적을 갖고 있다. 산은이 대우건설 매각을 ‘깜깜이’로 진행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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