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은행원재무설계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실시한 2017년 사회조사 결과에서 19세 이상 국민 중 65.4%는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노후준비 방법으론 국민연금이 전체의 53.3%로 예ㆍ적금(18.8%), 사적연금(9.8%), 공적연금(8.8%)보다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국민연금만으로 노후 준비를 완벽하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보장성보험에 무턱대고 가입해서도 안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 불안한 마음에 보험 숫자만 늘리다보면 보장이 중복되기 일쑤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월 218만원 버는 월급쟁이가 20년 동안 국민연금을 냈다면 나중에 얼마씩 받을 수 있을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 의뢰해 받은 자료를 토대로 올해 국민연금에 새로 가입한 사람이 20?30년간 보험료를 내고 노후에 받을 예상연금액을 분석했다.

그 결과, 월 218만원의 평균소득자가 20년간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연금수령연령에 도달했을 때) 월 45만원, 30년 동안 냈을 땐 월 67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 설문조사에서 20?74세 성인 2000명은 노후 최소생활비로 가구당 177만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국민연금만으로는 편안한 노후를 장담할 수 없다는 거다.

광주광역시의 한 은행에 다니고 있는 정선필(가명ㆍ43)씨에게도 노후 준비는 숙제다. 미혼인 그는 일흔이 넘으신 홀어머니를 모시고 생활한다. 그 때문인지 혼자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마음 한쪽에 웅크리고 있다. 그가 본인뿐만 아니라 어머니 몫의 노후 관련 상품을 일찍부터 이것저것 들어놓은 이유다. 하지만 잘 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서질 않아 재무상담을 받아 보기로 했다.

정씨는 월소득 360만원 중 3분의 1을 보험료로 내고 있다. 본인과 어머니의 건강보장성보험, 어머니의 치매ㆍ간병보험 등 보험만 6개다. 불안한 마음에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고 들다보니 과도한 진단금과 중복보장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정씨의 가계부는 소비성 지출보다 금융상품 조정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Q1 지출구조

 

정씨의 월 평균 수입은 360만원이다. 월급을 받으면 가장 먼저 어머니께 100만원을 떼어 드린다. 모임 회비와 본인의 용돈도 각각 50만원 쓰고 있다. 아파트 관리비(15만원), 도시가스비(5만원), 통신비(15만원), 교통비(20만원)도 매달 빠져나간다. 3만원씩 5개 단체에 내는 기부금은 15만원. 비정기 지출 20만원까지 포함하면 정씨의 한달 소비성 지출은 240만원에 이른다.

나머지는 모두 보험료다. 정씨 본인과 어머니 몫으로 든 보장성 건강보험에 각각 16만원, 13만원, 2년 전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한 조카의 부탁으로 든 보장성상품에 매달 11만원씩 빠져나간다.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상품도 많다. 10여년 전에 가입한 변액연금보험에 30만원, 2개의 연금저축보험엔 30만원, 15만원씩 납부해왔다. 보험료만 115만원이다. 이렇게 정씨는 한달에 355만원을 쓴다. 남는 5만원은 그냥 통장에 두고 있다.

Q2 문제점

 

정씨는 ‘보장성’이 강한 금융상품에 가입했다. 그 탓에 진단금이 과도하거나 보장이 중복돼 있는 상품이 많았다.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기준이 별도로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보험에 가입할 때 신중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나름의 기준을 잡지 않고 진단금을 늘리면 결국 보험료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보장 내용마다 통상적으로 가입하는 규모를 확인하는 게 좋다. 그다음 가족력이나 우려되는 부분만 강화하거나 특정 보장상품을 추가로 가입하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정씨의 경우, 2년 전 조카의 부탁으로 가입한 보장성보험(11만원)이 기존 보험들과 중복되지만 다행히 1회만 더 채우면 납입이 끝난다. 문제는 10여년 전에 든 변액연금상품(채권형 50%)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품이지만 정씨는 지금까지 펀드 변경을 한번도 하지 않아 10년이 지났는데도 원금을 회복하지 못했다.

Q3 개선점

 

정씨의 가계부에선 비소비성 지출 120만원(여유자금 5만원 포함)만 손보기로 했다. 가입된 6개의 금융상품 중 연금저축보험(15만원)과 본인과 어머니 몫의 보장성보험(16만원ㆍ13만원)은 그냥 두기로 했다. 보장성보험(11만원)은 다음달이면 끝나기 때문에 새로운 여유자금이 된다. 연금저축보험(30만원)과 채권형 50%에 가입한 탓에 수익이 악화하던 변액연금보험(30만원)은 해지하기로 했다. 여기에 여유자금 5만원까지 더하면 76만원이 생긴다.

먼저 주식형 연금저축펀드와 혼합형 연금저축펀드에 각각 30만원씩 배치했다. 16만원은 중수익형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렇게 정씨가 제시한 노후자금 만들기 첫번째 플랜이 완성됐다.
강수현 한국경제교육원 수석연구원 korifa@daum.netㅣ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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