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로 얼룩진 유커 경제학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중 관계가 해빙무드”라며 “곧 유커가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시선이 있는가 하면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들도 있다. 왜일까. 그간 많이도 당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이슈 이전으로 돌아갈 것처럼 하다가도 이내 빗장을 닫아버리곤 했다. 국내 업체들이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희비로 얼룩진 유커의 경제학을 취재했다.

▲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관광을 금지한 지 9개월여 만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유커가 입국했다.[사진=뉴시스]

중국이 다시 닫았던 문을 열었다. 12월 28일 중국 베이징시 여유국은 베이징 지역 주요 여행사들을 소집해 “한국행 단체관광을 정상화하겠다”고 통보했다. 중단했던 한국행 단체관광 판매를 허용하기로 한 거다. 이르면 1월부턴 산둥성 지역에서도 단체관광 판매가 재개될 거란 전망도 있다.

중국 국가여유국이 공식적으로 빗장을 푼 건 지난 3월 한국행 단체관광 판매를 중단한 지 9개월만이다. 당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이슈로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진 양국 관계는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한국을 방문한 유커 수만 봐도 알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상반기 항공운송시장 동향’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우리나라를 찾은 유커는 699만명이었다. 3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전년 대비 27.5% 줄어들었다.

발길이 뚝 끊긴 유커 탓에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는 건 당연했다. 특히 면세점 및 화장품 업계의 실적이 눈에 띄게 쪼그라들었다. 사드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주가도 춤을 췄다. 그나마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건 따이공代工, 보따리상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업체들이 중국 의존도를 과도하게 높여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사실 지금의 구조는 말이 안 되는 구조다. 글로벌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 그렇다한들 당장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떻게든 양국 관계가 풀리길 기다리는 것. 그것이 유일한 희망이자,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해빙 무드가 처음 감지되기 시작한 건 10월말이다. 한중 외교부는 10월 31일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로 촉발된 갈등을 봉합하고 교류협력을 정상화하는데 합의했다. 남관표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는 이날 “한중 간 교류협력 강화가 양측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는 데 공감하고,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그러자 “냉각된 분위기가 이제 좀 풀리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말들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희망이 결정적으로 부풀어 오른 건 약 한달 뒤인 11월 28일. 중국 국가여유국이 베이징과 산둥성 지역의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3월에 한국 단체관광 상품 판매가 중단된 지 8개월만이었다.

11월 28일 아시아나항공은 “베이징과 산둥성 여유국 회의에서 한국행 단체상품 판매가 일부 허용됐다”며 “베이징의 위에티엔 여행사와 연계해 32명의 단체 관광객의 비자를 주중 한국대사관에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사드 갈등 이후 ‘1호 단체비자’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1호 단체비자’ 주인공이 된 32명의 유커는 12월 2일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신라면세점은 12월 5일 “12월 2일 첫 입국한 유커가 오늘 오후 우리 면세점을 방문에 면세점 쇼핑을 했다”며 관련 사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12월 20일 다시 중국 국가여유국이 한국행 비자를 거부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풀리던 분위기가 다시 냉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이날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면서도 “하루빨리 정상화되면 좋겠다는 간절한 희망 때문인지 업체들이 지나치게 앞서 나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렇다 할 해제조치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는데 국내 업체들이 지레짐작으로 몇 걸음 더 나갔다는 얘기다.

“속단했다간 또 다친다”

그동안 중국 당국은 ‘판매 허용’ ‘판매 중단’ 소문이 돌 때마다 한국행 단체관광을 금지하거나 해제를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제재가 있다 한들 지나친 마케팅을 단속하기 위한 것이었지 중국 당국은 한국을 특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소문은 곧 현실이 됐다. 한국으로의 여행길을 막았다.

국내 업체들이 소문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도 속단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폐쇄적인 중국의 특성상 중국 내 정보 채널을 갖기가 쉽지 않다보니 언론보도나 여행사를 통해 현지 상황을 파악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이리저리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다.

다시 말해 유커가 돌아온다는 섣부른 희망만으론 또다시 생채기만 늘어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 역시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그것도 어디까지나 희망일뿐”이라고 말했다.

▲ 사드 이전으로 분위기를 되돌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사진=뉴시스]
몇 번의 부침을 겪으며 국내 업체들은 예전보다 더 조심스러워졌다.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던 것처럼 중국의 입장이 또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이훈 한양대(관광학) 교수는 “중국과 갈등을 빚었던 해외 사례들을 통해 짐작하는 수밖에 없다”며 일본과 베트남을 예로 들었다.

“차갑게 식었던 분위기가 해결되는 데는 적어도 10개월에서 1년은 걸릴 것이다. 그들 국가도 명확하게 ‘이때부터’라고 선을 긋고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다. 분위기가 얼어붙는 건 금방이다. 하지만 풀어지는 건 또 그렇지 않다. 더디다. 특히나 중국은 일반적인 생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유커가 돌아온다는 속단론은 아직 이르다는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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