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자동차 튜닝산업은 바람직한 중소기업형 산업모델이다. 레드오션이 된 자동차 정비산업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활로를 제시할 수 있어서다. 문제는 한국의 튜닝산업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는 여전하고, 대기업이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는 것도 변하지 않았다.

▲ 자동차 튜닝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선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자동차 튜닝산업은 달콤한 과육을 품은 ‘떠오르는 먹거리’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함으로써 고용을 늘리고, 신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튜닝을 통해 자동차에 숨은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친환경적인 요소를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자동차 튜닝산업이 레드오션이 된 자동차 정비영역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활로를 제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수출길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주목할 점은 수십년간 불모지였던 자동차 튜닝산업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거다. 2017년 산업분류코드에 자동차 튜닝업이 신설됐고, 자동차 튜닝사 자격증도 첫 시험을 치렀다. 튜닝 관련 부품산업의 경쟁력 있는 원천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형 연구개발비 보조사업도 시작됐다.

그럼에도 국내 자동차 튜닝산업은 갈 길이 멀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는 여전하다. 우리나라 정부 정책의 기반은 포지티브 규제다. 포지티브 규제란 법률이나 정책상 허용하는 것을 제외하곤 모두 금지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사업 운신의 폭을 제한해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튜닝산업의 정책 기준이 대기업에 맞춰져 있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일부 개정한 자동차 튜닝에 관한 규정을 예로 들어보자. 규정에 따르면 튜닝 시 자동차 제작사의 부품만을 사용해야 한다. 자동차 제작사가 아닌 중소기업은 글로벌 기준 이상의 성능을 갖춘 부품을 개발해도 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자동차 튜닝산업에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전ㆍ배기가스ㆍ소음 등 반드시 규제해야 할 세가지 원칙을 세우고 그 외에는 허용해줘야 한다. 해외 사례를 참조해 세칙을 만들고 중소기업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튜닝산업에도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 이어지고 있다. 2018년 말 론칭을 앞두고 있는 현대차의 튜닝브랜드 ‘N’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유럽시장에 ‘i20N’을 선제적으로 출시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i20N은 기존 i20을 고성능화해 출시한 모델이다. 차종의 고성능화와 다양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를 빌미로 중소기업 먹거리인 자동차 애프터마켓을 침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성장 막는 탁상공론

더구나 자동차 튜닝산업의 가능성을 본 대기업은 괜찮은 중소 튜닝기업을 속속 인수하고 있다. 시장의 기반을 닦을 수 있는 중소기업들이 싹을 틔우기도 전에 대기업들이 인수해버린다면 되레 산업의 성장동력이 제역할을 못할 수 있다. 자동차 튜닝산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가 모든 정책을 내놓을 땐 심사숙고해야 한다. 책상 머리에 앉아 ‘아니면 말고’ 식의 정책을 제시하면 후유증은 국민이 받는다. 튜닝산업의 미래는 ‘규제’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한국은 아직도 많이 늦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