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 집단, 생명줄 잡고 ‘쥐락펴락’
비전문가 집단, 생명줄 잡고 ‘쥐락펴락’
  • 고준영 기자
  • 호수 270
  • 승인 2018.01.0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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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자회사 험난한 매각기

산업은행이 출자전환한 회사의 매각이 지연되면 서로에게 득 될 게 없다. 산은으로선 공적자금 추가 투입이 부담되고, 해당 회사는 비전문적인 관리ㆍ감독 시스템에 놓인다는 게 영 꺼림칙하다. 그런데도 산은이 출자전환한 기업들의 매각 과정은 진통의 연속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산은 자회사의 험난한 매각기를 살펴봤다.

▲ KDB산업은행이 비금융자회사 매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출자전환 회사들은 좀처럼 매각 실적이 나오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3년 안에 비금융자회사를 전부 매각하겠다.” 2015년 10월 29일 금융위원회가 결단을 내렸다. KDB산업은행의 관리ㆍ투자기간이 장기화하면서 부작용이 드러나자, 산은이 1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금융자회사 132곳의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거였다. 회수된 재원은 중견기업을 육성하는 데 투자해 산은의 본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전문가들은 “적합한 인수 후보자만 찾는다면 빨리 매각하는 게 낫다”면서 입을 모았다. 특히 비금융업의 경우, 산은의 관리가 길어지는 게 독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비전문성과 경영관리능력 부족이 이유였다. 한진해운을 파산으로 몰고 가고, 대우조선해양을 방만하게 만든 책임 중 일부가 산은에 있다는 점에서 이 지적은 설득력을 얻었다.

산은이 앞서 약속했던 3년은 이제 1년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비금융자회사를 전부 매각하겠다던 산은의 야심찬 계획은 어떻게 됐을까. 산은은 2년만에 132개 비금융자회사 중 110개를 정리했다. 2016년 96곳, 2017년 14곳의 지분을 팔았다. 이행률이 83.3%에 달하는 셈이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라고 보긴 어렵다. 매각한 110곳 중 96곳이 중소ㆍ벤처기업 등 투자대상 기업이어서다. 게다가 이들 기업 대다수는 연매출 100억원 이하의 영세기업이다. 반면 산은이 출자전환한 부실기업 중 매각에 성공한 기업은 14개에 불과했고, 매각하지 못하고 남은 비금융자회사 22개 중 출자전환 기업은 20개나 된다. 매각을 성사시켜야 할 출자전환 기업은 그 실적이 저조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남아있는 산은의 출자회사 가운데 매각 이슈가 흘러나오는 굵직한 매물은 금호타이어와 동부제철, 대우조선해양 정도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당분간 매각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먼저 금호타이어는 가장 최근까지 매각설이 흘러나왔다. 2017년 3월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중국의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매각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은 더블스타의 가격 인하 요구안을 수용하지 못했고, 지난 9월 6개월간 이어진 협상 테이블이 엎어졌다.

이후로도 금호타이어의 매각 가능성은 끊임없이 거론됐다. 최근엔 SK네트웍스가 관심을 보였다는 얘기가 돌았다. 산은 관계자는 “SK 정도 되는 기업이 사겠다고 하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면서도 “하지만 금호타이어의 매각가격이 얼마인지 묻는 수준의 가벼운 접촉이었을 뿐 구체적인 얘기가 오간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공개입찰을 진행할지 P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에 돌입할지는 실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부제철은 그나마 상황이 괜찮다. 철강업계가 다른 산업에 비해 꾸준히 실적을 내고 있는데다 동부제철에 눈독을 들이는 곳이 없는 건 아니라서다. 특히 지난 몇년간 현대제철은 동부제철의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떠오르고 있다.

진통 겪는 출자전환 자회사 매각

철강업계 관계자는 “동부제철의 설비가 현대제철의 사업포트폴리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하겠지만 포스코에 밀려 만년 2위 자리에 있는 현대제철이 덩치를 키우고 싶어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동부제철을 향한 관심을 접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동부제철을 살 만한 곳은 우리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 “검토를 통해 동부제철의 설비가 현대제철에 얼마나 필요하고, 산은이 얼마나 경쟁력 있는 가격에 내놓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동부제철이 무결점인 건 아니다. 재무구조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다. 2016년 출자전환을 통해 자본잠식에 따른 상장폐지를 가까스로 모면한 동부제철은 2017년 3분기 자본잠식률이 60%로 다시 치솟았다.

2017년 12월 28일 동부제철이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통해 자본잠식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거다. 빠르게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매각 가능성이 가시화하지 않는다면 산은으로선 갈수록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대우조선해양은 동부제철과 상황이 반대다. 올해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통해 3조3777억원가량의 거액을 지원받기는 했지만 수주가 다소 회복되고 남은 일감을 처리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경영정상화를 향한 기대감도 새어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매각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조선업 시황이 크게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대우조선해양은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매각 가능성은 극히 낮다.[사진=뉴시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한 나머지 빅2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인수 가능성을 일축했다. 두곳 모두 여전히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있는 중이어서 조선업에 슈퍼사이클이 오지 않는 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일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두 회사 모두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하면서 재정문제가 드러났다. 해외에 매각하는 경우도 난항을 겪을 공산이 크다. 대우조선해양이 영위하고 있는 방위산업의 특수성과 기술유출 우려 등 걸림돌이 한둘이 아니다.

채권단 일방적인 결정은 옳은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업황,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 구조조정과 경영정상화 등 산은의 출자회사 매각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산적해 있다. 여기에 산은의 일방적인 결정이 원활한 매각과 경영정상화를 막는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실제로 산은의 자회사 매각 과정에서 회사 실무진의 의사는 일절 반영되지 않는다. 산은 자회사들은 회사 매각 과정이 어떻게 결정되는 지 전혀 알 수 없다.

산은 관계자는 “매각에 관한 사안은 채권단이 결정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회사 관계자가 참여하는 건 시장논리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산은 자회사 관계자들은 “해당 산업에 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산은의 일방적인 판단은 그만큼 허점이 생길 여지가 크다”면서 “게다가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이 산업논리보다 금융논리를 먼저 앞세우는 것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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