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투자자문 | 갓뚜기와 CSR

▲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착한 기업이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옆집 아저씨가 자신의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당신의 집을 90㎝가량 침범했다. 어쩌겠는가. 90㎝ 뒤로 물러나라면서 싸울텐가, 아니면 통크게 양보할 텐가. 중국 청나라 시대 ‘육척항六尺巷’ 일화는 양보의 경제학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양보는 약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기업 경영의 최우선 목표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어떤 상황에서도 손해를 보지 않고 이윤을 창출하는 게 기업의 기본섭리라는 얘기다. 사실 이런 논리는 기업뿐만 아니라 무한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일반인에게도 통용된다. 안타까운 점은 경쟁이 심화하면서 양보의 미덕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손해를 보고 양보하는 사람을 이른바 ‘약한 사람’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양보는 강자가 베푸는 은혜도 약자가 스스로 고개를 숙이는 굴종도 아니다.

중국에는 양보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다. 중국 청나라 시기, 안후히安徽성 둥청桐城시에선 장씨와 오씨 집안이 담을 맞대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오씨 집안이 새로 집을 지으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오씨 집의 담장이 장씨의 집 쪽으로 3척(약 90㎝) 정도 넘어 들어왔기 때문이다. 두 집안 모두 귀족가문이라 관청의 중재도 소용이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씨 집안은 중앙관청의 대학사 겸 예부상서(지금의 외교부장관)로 있던 아들 장영에게 편지를 보냈다. 오씨집에 압력을 행사해 달라는 거였다. 하지만 장영은 답신에서 3척을 먼저 양보하라고 설득했고 장씨 집안은 마지못해 그렇게 했다. 그러자 오씨 집안도 자기집 담장을 3척 뒤로 물려 쌓았다. 이렇게 두집 사이에 전에 없던 폭 6척의 골목길이 생겨났고, 후대 사람들은 이를 육척항六尺巷이라 불렀다.

양보의 미덕은 기업의 경영에도 접목된다.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베풀고 양보해야 한다. 단순히 이익을 창출하고 세금을 잘 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주목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2017년 ‘갓뚜기(GOD과 오뚜기의 합성어)’ 열풍이 불었다. 오뚜기 창업자 고故 함태호 회장의 숨은 선행이 재조명 받으면서다. 아들인 함영준 회장이 주식 상속세 1700억원을 성실히 납부하겠다고 밝히면서 오뚜기는 일약 ‘착한 기업’으로 떠올랐다.

최근 착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SRI(사회책임투자) 펀드가 주목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거다. 이와 함께 눈여겨봐야 할 것이 공유가치창출(CSV)다. 공유가치창출은 사회 환원이란 측면에서 보면 CSR과 비슷하다. 차이점은 사회참여를 장기적인 발전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투자로 여긴다는 것이다. 기업은 주주 이익 극대화에 머물지 않고 종업원, 협력업체, 지역사회와 국가 등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까지 생각해야 한다.

기술을 개발하고 경쟁사와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건 소수의 주주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종업원과 협력업체다. 또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해 주는 것은 고객이다. 오너의 이익 극대화에만 열중하고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는 기업은 살아남기 어려워졌다. 이런 면에서 보면 어떤 기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www.barunib.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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