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카페주인 재무설계

“사업으로 성공하겠다”는 기대를 품고 회사를 박차고 나오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사업을 준비하면서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은 데다가 사업 초기엔 수입도 일정치 않다. 한동안은 돈을 모으지 못해 늘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야 한다. 그럴 때일수록 지출을 꼼꼼하게 관리해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일단 눈에 보이지 않는 지출, 이를테면 신용카드를 없애는 게 좋다.

▲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지출이 눈에 보이지 않아 가계부를 관리하는 게 쉽지 않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경기도 동두천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남은지(가명·32)씨. 직장생활을 하다 어머니와 함께 카페를 시작하게 된 지도 벌써 1년이 됐다. 아직까지 수입은 많지 않지만 단골손님이 하나둘 늘어갈 때마다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안도감이 조금씩 든다.

남씨에겐 세가지 목표가 있다. 현재 부모님과 살고 있는 그의 첫번째 소원은 독립이다. 가게 보증금과 비상금으로 모아둔 1500만원이 있긴 하지만 추가자금(1500만원)이 필요하다. 최근엔 결혼 고민도 슬슬 하고 있다. 필요한 결혼자금은 4000만원. 그동안 일만 해온 탓에 여유가 생긴다면 세계여행도 한번 다녀오고 싶다. 경비는 1000만원 정도 예상하고 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남씨에게 필요한 돈은 8000만원. 하지만 단기간에 모을 수 있는 목돈이 아니다. 사업을 시작하느라 모아놓은 돈도 많지 않다. 이럴 땐 일정기간을 정해 저축을 하거나 대출을 받는 방법이 있다. 남씨는 굳이 대출까지 받아가면서 독립을 하고 싶지는 않다.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준비하면서 세가지 목표에 한걸음씩 다가가기로 했다.

남씨처럼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다 개인사업으로 인생 경로를 바꾸면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기본적인 준비가 꼭 필요한 이유다. 적은 금액이라도 미래를 위한 안정장치를 마련해둬야 한다. 남씨도 지금보다 사업이 더 안정을 찾으면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꼼꼼하게 해나갈 계획이다.

Q1 지출구조

 

개인사업을 하는 탓에 수입이 매달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남씨의 월 평균 수입은 200만원이다. 카페를 하고 있어 지출패턴은 비교적 단순하다. 식비와 외식비로 각각 20만원씩 쓰고 교통비로 9만원을 쓴다. 홈쇼핑을 시청하다 가입한 두개의 건강보험료로 9만원을 내고, 주거래은행에 30만원짜리 적금도 붓고 있다. 여기까지 88만원이다.

나머지 112만원의 대부분은 카드값으로 쓴다. 인터넷쇼핑과 중고거래를 즐겨하고, 할부와 지출관리를 따로 하지 않는 탓에 한달 카드값이 100만원에 이른다. 통신비도 신용카드로 결제한다. 그러다보니 수입의 절반을 카드값으로 쓰는 셈이다. 남는 12만원도 따로 관리를 하지 않는다. 남으면 남는 대로 그냥 통장에 두는 식이다. 계획한 자금을 모으기엔 저축액이 턱없이 부족하고 카드사용까지 많아 개선이 시급한 남씨의 가계부다.

Q2 문제점

 

남씨는 직장생활을 할 때 대부분 신용카드를 사용했다. 나름대로 저축을 하며 검소하게 생활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스스로 생활을 억누르진 않았다.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았다. 소득이 안정적이었던 터라 지출 부담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득이 일정하지 못한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그런데도 남씨는 카드소비 습관을 버리지 못해 여전히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지출 내역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가계부를 따로 쓰지 않는다. 계획된 지출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거다.

카드사용을 줄이는 것이 남씨에게 주어진 첫번째 미션이다. 3개월간 신용카드사용 내역을 추적해 지출을 세분화하는 작업을 먼저 진행했다. 그마나 다행이라면 급하게 비상금을 지출해야 할 특이사항이 없고, 반복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지출이 많긴 하지만 비교적 지출이 일정하다는 거다.

Q3 개선점

 

통장 쪼개기를 통해 지출을 세분화했다. 식비(20만원)와 교통비(9만원), 신용카드로 결제하던 통신비(8만원)은 고정지출 통장으로 관리를 시작했다. 대신 외식비(20만원)와 의류구입·미용비(39만원)는 비상금 통장(59만원)을 만들어 해결하기로 했다.

소비성 지출 37만원과 비상금 통장에 거치할 59만원을 제외한 104만원으로 금융상품을 다시 짰다. 두개의 갱신형 건강보험(9만원)은 해지하고, 위험관리를 보강해 새로운 상품(14만원)에 가입했다. 강제 저축을 통해 저축액도 늘렸다. 주거래은행 적금(30만원)은 해지하고 이자율이 높은 제2금융권 적금(50만원)을 활용했다. 연금보험(30만원)과 주택청약저축(10만원)까지 추가해 알찬 가계부를 완성했다.
홍성철 한국경제교육원 선임연구원 hsc4945@naver.com│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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