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의 재무설계

가계 재무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남편의 승진, 아내의 취업 등으로 소득이 증가했을 때다. 독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늘어난 소득이 고스란히 소비로 빠져나갈 공산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 돌발변수로 소득이 줄면 그야말로 ‘큰일’이 터진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의 ‘실전재테크 Lab’ 30대 최씨 부부의 재무설계 3편 두번째 이야기다. 아내의 취업으로 소득이 증가한 가계의 스토리다.

▲ 소득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 가계는 소득의 일정부분을 안전자산으로 준비해야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최종철(가명ㆍ36)씨와 박은진(가명ㆍ33)씨 부부는 섣불리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해 낭패를 봤다. 결혼 후 모아둔 자산과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1억원(최씨 부부 6000만원ㆍ부모님 4000만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했지만 공사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계 재정은 매월 적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최씨가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면서 “1년 내 조합설립 인가에 실패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안전장치)을 계약서에 넣은 건 천만다행이었다. 최씨는 지역주택조합 투자금 1억원 중 추가 분담금 900만원을 제외한 9100만원을 돌려받았다. 또한 불필요한 보험을 조정해 보험료를 35만원에서 16만원으로 줄여 가계 재무구조를 흑자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아이 교육비를 만들고, 노후를 준비하는 건 여전히 힘든 상황. 그래서 4차 상담이 이뤄진 2017년 2월 21일 조정된 재무구조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월세(40만원)를 아낄 수 있게 전셋집을 마련하라는 숙제를 줬다. 5차 상담은 3개월 뒤인 5월 3일 진행됐다. 최씨 부부는 주어진 숙제를 충실히 이행했다. 지역주택조합에서 돌려받은 투자금(9100만원)과 지금 거주하고 있는 빌라의 월세 보증금(4000만원) 중 1억1000만원을 활용해 전셋집을 마련했다. 조금은 낡은 빌라(56㎡ㆍ약 17평)였지만 세식구가 살기엔 충분했다.

더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아내 박씨가 초등학교 방과 후 교사로 취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박씨는 주2회 우크렐레를 가르치면서 월 90만원(실 수령액)의 월급을 받게 됐다. 최씨 부부의 월 소득은 기존 26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증가하게 됐다.

소득이 늘어났으니 지출 구조를 다시 손보기로 했다. 이전엔 삶의 만족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최소한의 조정을 했지만 이번엔 아내의 취업으로 가계 소득이 증가한 것을 반영하기로 했다. 늘어난 소득이 허투루 사용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사실 변수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출 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아내의 취업으로 딸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면서 6만원의 지출이 추가로 발생했다.

가장 먼저 부부의 용돈(50만원)에 변화를 줬다. 최씨 부부는 그때그때 필요한 의류비와 미용비를 각자의 용돈에서 충당했다. 그러다보니 용돈과 소비성 지출이 구분되지 않아 지출이 과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의류ㆍ미용비(매월 20만원) 항목을 새롭게 만들었다. 남편과 아내의 용돈은 기존 50만원에서 40만원(남편 25만원ㆍ아내 15만원)으로 줄였다. 대신 부부의 용돈을 구분해 자신이 필요한 소비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통장 쪼개기도 병행했다. 급여 통장에서 마구잡이로 지출되던 것을 바꿔 비상금 통장, 소비 통장, 비정기 지출 통장 등으로 나눠 사용하기로 했다. 세금(15만원), 통신비(13만원), 생활비(60만원), 어린이집(6만원), 교통비(15만원) 등 고정적인 지출이 빠져 나갈 수 있는 생활비 통장을 만들었다. 비정기 지출 통장(매월 65만)도 따로 장만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최씨 부부의 지출 구조는 큰 폭으로 바뀌었다. 193만원을 쓰던 소비성 지출은 세금(15만원), 교통비(15만원), 어린이집(6만원), 통신비(13만원), 생활비(60만원), 부부용돈(40만원) 등 149만원으로 44만원 줄었다.

45만원이었던 비정기 지출은 65만원으로 조금 늘었다. 기존 자동차 관리비(20만원)와 경조사ㆍ휴가비(25만원)에 의류ㆍ미용비(20만원)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용돈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의류ㆍ미용비는 별도 관리하기로 했다. 여기에 가족의 보장성 보험료 16만원을 더하면 총지출은 230만원. 254만원이었던 총지출을 24만원 줄이는 데 성공한 셈이었다.

자! 이제 최씨 부부의 ‘변화된 가계부’를 살펴보자. 소득은 월 26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늘어났다. 언급했듯 소비는 254만원에서 230만원으로 줄어 잉여자금은 120만원이 됐다. 문제는 이 돈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였다. 이전 상담에서 확인했듯 최씨 부부의 재무목표 1순위는 내집 마련이다. 하지만 주택청약종합통장 하나 마련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장 먼저 주택청약종합저축(월 5만원)을 장만했다. 주택청약종합통장은 민간 아파트는 물론 임대주택 청약을 신청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딸아이의 교육비와 부부의 노후준비금도 필요하다. 최씨 부부의 경우, 아내가 취업을 했지만 변수가 많았다. 아내의 경제활동이 언제 끝날지 불확실한 데다 최씨 역시 이직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럴 땐 소득의 일정 부분을 안전자산으로 준비하는 게 순리다. 최씨 부부는 교육비와 노후준비금을 당분간 함께 묶어 준비하기로 했다. 적립식 펀드(20만원)에 가입해 조금씩 자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설계했다.

나머지 95만원(잉여자금 120만원-주택청약종합저축 5만원-적립식펀드 20만원) 중 50만원은 적금에 넣기로 했다. 이자율이 낮긴 하지만 적금만큼 가장 안전하게 자산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다. 최씨 부부는 조금이라도 높은 이자를 받기 위해 시중은행이 아닌 저축은행을 활용하기로 했다.

비상금 통장은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사용하기로 했다. CMA는 입출금이 자유롭고 하루를 맡겨도 이자가 지급된다. 지금이 금리상승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쁠 게 없는 선택이다. 최씨 부부는 매월 25만원을 CMA에 넣어 갑작스러운 지출을 대비할 예정이다.

여기서 잠깐. 최씨 부부는 자산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역주택조합에서 탈퇴한 뒤 받은 가입금 9100만원, 전셋집을 마련하기 위해 돌려 받은 월세보증금 4000만원 등 자산이 1억3100만원에 달했다. 이중 1억1000만원으로 전셋집을 마련하고 남은 자금 2100만원 중 1500만원은 돈을 빌려준 부모님에게 돌려드렸다. 남은 600만원 중 이사 비용으로 사용한 100만원을 뺀 나머지 500만원은 CMA 통장에 넣었다.

이제 남은 여유자금은 20만원. 활용 방안을 고민하던 최씨 부부는 남은 자금을 재테크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최씨 부부는 “남은 20만원은 부모님의 용돈으로 드리겠다”고 밝혔다.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면서 부모님께 빌린 돈(4000만원) 중 1500만원 갚은 게 못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최씨 부부는 양쪽 부모님에게 각각 10만원씩의 용돈을 주기로 했다. 적은 금액이지만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리는 게 소원이었던 부부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데 의미를 두기로 했다. 5차례의 재무상담을 통해 최씨 부부의 가계 구조는 크게 바뀌었다. 그렇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가계소득엔 언제든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관리를 게을리해선 안 된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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