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떠올랐다. 레저 열풍이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SUV는 여러 장비를 넣을 수 있는 넉넉한 적재공간을 갖췄기 때문이다. 혹시 레저 열풍이 꺼지면 SUV 성장세도 잦아들까. 필자의 대답은 ‘No’다. SUV는 이미 소비자의 차 구매 리스트 상단에 올랐다.

▲ SUV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SUV)의 열풍이 거세다. SUV 라인업을 갖추지 않은 브랜드가 없을 정도다. 그중 소형 SUV의 인기는 특별하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 전체 판매량은 쪼그라들었지만, 소형 SUV만은 달랐다. 업계 맏형 현대차ㆍ기아차가 각각 ‘코나’와 ‘스토닉’을 출시하면서 시장 규모가 되레 커졌다. 4년 전 등장한 ‘티볼리’는 아직도 쌍용차의 최대 매출 모델이다. 인기는 통계가 증명한다. 2017년 국내 소형 SUV 판매량(12만 5358대)은 2016년 대비 30%나 증가했다. 2013년 9214대에 불과했던 소형 SUV 시장이 4년 만에 12배나 커진 셈이다.

SUV는 어떻게 소비자의 마음을 훔쳤을까. 상품성이 높아진 점이 주효했다. 과거 SUV는 ‘오프로드 전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투박하고 남성적인 이미지로만 소비됐다. 그만큼 딱딱하고 경직된 디자인이 많았다. 큰 덩치만큼 주행감이 나빴다. 자동차의 중요한 덕목인 편안한 승차감은 SUV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가격 진입 장벽도 높았다.

최근 나오는 제품들은 다르다. 세단 못지않은 주행성능을 자랑한다. 톡톡 튀는 디자인을 적용해 패션카로도 손색이 없다. 여기에 최고급 사양까지 더했다. 승차감도 도심 위주로 만들어 불편 요소가 대부분 사라졌다. 연비와 가격도 많이 개선됐다. 2000만원대에 신차가 출시되기도 한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돌기 마련이다. 자동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몇년간 이어진 SUV의 열풍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이라며 홀대하는 이도 있다.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SUV는 고정된 트렌드로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

몇가지 근거가 있다. 가장 큰 건 여행이 우리 국민들에게 필수적인 생활양식이 됐다는 점이다. 차량을 선택할 때 넉넉한 적재공간이 중요 마케팅 요소로 자리 잡은 이유다. SUV는 넓은 트렁크로 캠핑용품, 스키장비, 서핑보드 등 큰 짐을 싣기에 용이하다. 시장점유율이 40%에 육박한다는 건 SUV가 세단처럼 소비자들의 구매 리스트 상단에 올랐다는 증거다.

글로벌 메이커들이 SUV 라인업을 강화하는 것도 장기 흥행을 점치는 이유다.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이끄는 게 SUV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메이커들은 이미 SUV가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판단했다. 포르쉐 ‘카이엔’ 마세라티 ‘르반테’ 등이 시장에 나온 게 대표 사례다. 고급 세단과 스포츠 쿠페 등을 주로 선보이던 최고급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SUV를 소홀히 대하지 않는다는 거다.

SUV의 장점이 갈수록 부각되는 점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장점은 ‘안전성’이다. 최근에는 소형 SUV에도 최첨단 지능형 안전 시스템이 대거 탑재되고 있다. 이미 높은 시트 포지션으로 시야가 시원하게 뚫린 SUV는 안전성 측면에서 세단보다 우수하다.

세단과 신차 경쟁이 붙은 점도 호재다. 여전히 ‘전통 세단’을 고수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들은 새로운 SUV 소비자와 세력 다툼을 벌일 공산이 크다. 전통 세단 마니아와 SUV 마니아의 대결 양상은 자동차 메이커에도 자극을 줬다. 세단과 SUV 모델을 한꺼번에 내놓고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려는 메이커가 늘고 있어서다. 여러 통계 데이터에서 SUV 재구매율이 세단보다 높게 나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이는 한번 SUV를 경험한 소비자는 다시 SUV를 구매한다는 얘기다.

이제 SUV는 ‘다양한 차종’의 일부가 아니다. 주류 모델이다. SUV가 없으면 자동차 브랜드의 생존 자체가 어려운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SUV 열풍을 단순히 유행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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