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단골손님 호반건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시장에선 ‘단골손님’의 입장에 대우건설 인수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있지만, 한편에선 “물만 흐리고 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많다. 지금껏 M&A에 참여하기만 하고, 본입찰에선 빠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호반건설은 M&A 시장을 시끄럽게 만드는 미꾸라지일까, 아니면 M&A를 절묘하게 활용하는 영리한 여우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M&A 단골손님 호반건설을 취재했다.

▲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굵직한 인수ㆍ합병(M&A) 시장이라면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기업이 있다. 호반건설이다. 주력은 건설이지만 호반건설이 손을 뻗치는 분야는 운송, 병원, 테마파크, 골프장, 리조트 등으로 다양하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사업다각화를 위해 다양한 업종의 매물들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 10월 KDB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을 매물로 내놨고, 어김없이 단골손님이 찾아왔다. 물건을 팔려고 내놨을 때 손님이 찾아오면 반가운 법. 단골손님이라면 더욱 반가울 게 분명하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호반건설이 M&A에 진정성을 갖고 임하는지 의구심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이 M&A 시장에서 보인 행보를 보면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호반건설이 M&A 시장의 다크호스로 본격 등장한 건 2015년 금호산업 인수를 추진하면서부터다. 그해 2월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인수의향서(LOIㆍLetter Of Intent)를 제출, 4월 단독으로 본입찰에 나섰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시장의 예상 가격보다 훨씬 낮은 6007억원을 써냈고, 금호산업 채권단은 “최저 매각 예상금액에도 못 미친다”는 이유로 유찰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였기 때문에 시장에선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금호산업의 가격이 1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계산도 내놨다. 당시 시장 안팎에서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을 진짜 인수하려는 의향이 있었는지 의문” “M&A라는 이슈를 통해 홍보효과만 누렸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돈 건 이 때문이다.

물론 일부에서 “금호산업이 실제로 1조원대의 가치를 갖고 있었는지 실사를 해보지 않고서는 알 길이 없다”면서 “매각하려는 입장에서 너무 가격이 부풀려진 것 아닌지도 고려해볼 문제”라는 지적이 없었던 건 아니다.

 

문제는 그 이후로도 호반건설의 M&A 행보는 ‘간만 보고 빠지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다. 금호산업 인수 실패 이후 최근까지 호반건설이 M&A 시장에서 정식으로 LOI를 제출했던 총 8회. 이 중 2016년 울트라건설(인수가격 208억원)과 2017년 제주 퍼시픽랜드(인수가격 약 800억원)를 제외하면 대부분 예비입찰만 거친 후 발을 뺐다.

가령, 2016년 5월 동부건설, 9월 보바스병원, 2017년 SK증권과 블루버드CC 인수전에 뛰어들어 LOI만 제출한 후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2017년 한국종합기술 인수전에는 본입찰까지 갔지만 우리사주조합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

간만 보고 빠지는 호반건설

호반건설은 2017년 10월 리솜리조트 인수전 본입찰에도 참여, 현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협상을 진행 중이다. 12월에는 대우건설 예비입찰에도 참여한 상태다. 하지만 호반건설의 전례로 볼 때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렇다면 호반건설이 M&A 시장을 철새처럼 떠도는 이유는 뭘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건 홍보효과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이나 대우건설 등과 같은 굵직한 대기업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브랜드를 알리려는 게 아니냐는 거다.

실제로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한 이후 시공능력평가액 순위가 2015년 15위에서 2017년 13위로 올랐다. 브랜드 가치가 꽤 올랐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호반건설은 조단위의 금액이 거론되는 M&A 시장에 별도의 컨소시엄 구성없이 단독으로 나서면서 ‘자금력이 탄탄한 건설사’라는 인식도 심어줬다.

또 다른 이유로는 ‘시장 파악을 위한 M& A 시도’가 거론된다. 호반건설은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건설만 해온 호반건설로서는 다른 산업 분야를 잘 모른다. ‘호반건설이 예비입찰을 통해 사업의 특성과 노하우를 빼 가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모 증권사에서 M&A 실무를 담당했던 A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예비입찰에 참여하면 매각 기업의 실사를 약식으로 볼 수 있다. 형식은 ‘약식’이지만 공개되는 내용은 방대하다. 회사 정관에서부터 취업규칙, 인사기록 등을 비롯해 상법상 해당 기업의 각종 설립 근거들이 제공된다. 여기에 각종 회계자료, 매출채권과 같은 영업자료,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자료까지 공개된다. 상장사의 경우 공시에 나오는 자료보다 훨씬 심도 있는 자료들이다. 그래야 인수기업이 매각기업의 적정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호반건설의 내부사정에 정통한 B씨의 주장은 다르다. 그는 “호반건설의 M&A 전략이 왜 의심을 받는지 모르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입찰에 먼저 참여한 후 동부건설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인수 의지가 없었다면 금호산업보다 작은 동부건설 예비입찰에 들어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 호반건설은 M&A시장 단골손님이지만 실제 구매는 그리 많지 않았다. 사진은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사진=뉴시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한 이유가 ‘브랜드 알리기’ 차원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호반건설은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위해 하나은행으로부터 약 4000억원의 자금조달을 위한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말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호반건설이 현금화할 수 있던 자산이 약 8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데 최대 1조2000억원까지 고려했다는 얘기가 된다. 돈도 없으면서 블러핑(거짓 베팅)을 하진 않는다는 얘기다.

호반건설 M&A 전략 관전포인트

호반건설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전을 계기로 M&A 시장에 도드라져 보인 것일 뿐”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호반건설은 2001년 스카이밸리CC 인수를 시작으로 KBC광주방송 인수(2011년), 복합쇼핑몰 아브뉴프랑 오픈(2013년) 등 이미 오래 전부터 사업다각화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검토를 신중하게 하는 것을 두고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

호반건설은 M&A 시장을 흔드는 미꾸라지일까 M&A 시장을 절묘하게 활용하는 영리한 여우일까.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든 호반건설을 바라보는 시장의 관전포인트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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