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의 따뜻한 경제학

최저임금이 올랐다. 그러자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높게 나온다. 실질 임금이 오르는 노동자들도 후유증을 걱정하는 눈치다. 그럼 최저임금을 다시 낮춰야 할까. 아니다. 어쩌면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새롭게 바꾸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 최저임금의 부정적 영향만 강조하지 말고 긍정적 영향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사진=뉴시스]

새해 벽두부터 우리 사회가 최저임금 정상화 방안을 둘러싼 날선 공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반대 여론이 만만찮아서다. 야당(자유한국당)과 재계는 “단기간에 최저임금을 과하게 올리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올해 인상폭은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래 세번째로(1991년 18.8%, 2001년 16.6%) 높다. 경제성장률까지 따져볼 때 상당히 많이 오른 게 사실임을 감안하면 파장을 우려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필요는 없다.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일종의 최저생계비다. 국가가 법률로 정한 임금의 하한선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이 높게 설정되면 저임금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이 개선된다. 그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은 임금격차를 억제하는 분배적 기능도 갖고 있어 사회통합적 기능도 수행한다.

반면 최저임금이 과하게 인상되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영세자영업자 등이 임금부담을 덜어내려는 전략을 펼 우려가 있다. 시설의 무인화, 업무의 외주화 등이 추진될 위험이 높다는 거다. 저임금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되레 그들의 생존기반을 위협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정상화 방안을 두고 “기업들의 어려운 경제적 현실은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적 포퓰리즘에 따라 일방적으로 강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올려야 하는 당위성도 분명하다.

최저임금은 국가의 경제적 능력을 감안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올해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27번째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구 5000만명을 넘는 국가들로 한정해보면 우리나라는 7번째 국가에 해당한다.

그런데 독일 경제사회연구소(WSI)에 따르면 2017년 1월 기준 우리나라의 법정 최저임금은 시간당 3.86유로다. WSI가 취합하는 22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5위다. OECD 회원국 중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위스(일부 지방정부는 최저임금 존재) 등은 “임금이 하향평준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을 법으로 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을 모두 고려하면 일부 동유럽 국가보다 조금 높은 우리나라 실질 최저임금의 순위는 OECD 31개국 가운데 23위에 그친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인상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우려가 ‘부정적 파급효과’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냐는 점도 따져봐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없을리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인상은 낡은 산업구조의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낮은 인건비에 기댄 수출로 돈을 벌었지만, 이런 산업구조는 더이상 체질에 맞지 않다. 대기업의 몸집이 커질대로 커진 상황에서 최저임금조차 못 주는 기업들이 많다면 산업구조의 재조정을 고민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최저임금 인상 이슈를 잘 활용하면 국내 산업생태계 모순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혜택은 모두에게 고르게 돌아가야 한다. 국민들 모두가 노력하고 헌신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소득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최저임금은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 또한 값싸고 편리한 소비문화에 안주해 이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노동자들의 경제적ㆍ사회적 무방비 상태를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이정우 인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socwjwl@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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