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사다리」 “내가 저 사람보다 가난해”라는 그릇된 인식

▲ 사회적 사다리의 꼭대기와 밑바닥이 멀어질수록 정치는 더 분열되기 쉽다.[사진=아이클릭아트]

“무상 급식의 의미를 깨달았던 순간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고, 그 일을 되새길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우리 가족은 그 전날이나 그날이나 똑같이 가난했지만, 그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 나와 친구들 간의 차이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중략…갑자기 계층의 사다리가 내 위로 쭉 펼쳐졌다.”

「부러진 사다리」의 저자인 키스 페인은 이같이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그는 주변에 어떤 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사다리’의 서로 다른 층에 있음을 느낀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미국 켄터키주 빈민가 출신의 심리학자로 불평등과 자수성가를 몸소 체험한 페인은 소득분배 문제와 그에 관한 통계자료를 개인 삶과 연결시킨다. 이 책에서 ‘사다리’는 올라갈수록 더 나은 지위와 소득, 건강, 미래를 누릴 수 있지만, 아래쪽에 있다면 죽음조차 불평등한 현실을 상징한다.

심리학, 신경과학, 행동경제학 분야의 다양한 연구를 통해 ‘나는 저 사람보다 가난해’라는 인식이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줄 뿐만 아니라, 가난을 개인의 인격적 결함으로 보는 잘못된 시각도 지적한다.

페인은 “불평등이 심해지면 부자든 빈자든 이상 행동을 한다”며 비행기 기내 소동을 예로 든다. 대다수 항공의 이코노미석 승객들은 탑승할 때 넓은 좌석의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 승객들의 옆을 지나간다.

연구 결과, 이코노미석 승객이 높은 등급의 좌석 구간을 통과해 탑승하면서 불평등을 직접 목격할 때 기내 소동 발생 가능성이 2배 더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비행기 표는 아무리 싸도 수십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이코노미석 승객들을 진정한 의미의 빈곤층이라 말할 수 없다. 이 결과는 버젓한 중산층도 불평등을 인식하면 빈곤감을 느끼고 가난한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저자의 연구팀은 또한 ‘단기 소액 대출’, ‘약물 검사 통과 방법’ 등 위험 행동을 했을 때 사람들이 찾아볼 만한 인터넷 키워드 검색 수, 미국 내 50개 주의 건강 및 사회문제 지수, 그리고 각 주의 불평등 지수를 비교했다. 그 결과, 이런 무모한 행위는 건강, 약물 중독, 폭력ㆍ살인 등 건강 및 사회문제와 연결되며 불평등이 심한 주일수록 그 정도가 심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불평등과 정치적 성향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미국에서 지난 30년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불평등이 심해질수록 반대 정당에 ‘매우 적대적인’ 비율도 급증했다고 한다. 높은 지위에 있다는 우월감이 생기면 상대방의 생각은 잘못됐다고 느끼기 쉽다. 사회적 사다리의 꼭대기와 밑바닥이 서로 멀어질수록 정치는 점점 더 분열될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런 추세는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불평등은 빈곤층과 약자들을 힘들게 하지만 이 책은 그것이 부유한 특권층에게도 해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불평등의 물리적·심리학적·도덕적 영향과 어떻게 하면 폐해를 줄일 수 있는지도 제시한다. 

세 가지 스토리

「품질의 맥」
지경철 지음 | 북랩 펴냄


불량률 0%의 제품생산은 가능할까. 저자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설계·협력·제조·운반의 단계를 거치면서 생기는 변수가 숱하게 많기 때문이다. ‘최고’가 아닌 ‘최적’의 품질관리를 목표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년간 현업에 종사한 저자는 최적의 품질관리를 위한 조언을 아낌없이 책에 담았다. 13곳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품질 혁신 프로젝트’의 과정도 공개한다.

「목적 없음이 이끄는 삶」
박종서 지음 | 책과나무 펴냄

인간은 창조적인 존재다. 남이 시켜서 하는 삶이 아닌 자신만의 인생을 살 때 비로소 신명이 나는 이유다.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일에 파묻혀 자신을 소외시킬 때 인간은 병에 들고 만다. 저자는 쉼 없이 인생을 달려온 이들에게 머릿속을 잠시 비우고 주위를 둘러보라고 말한다. 목적 없는 삶은 결코 병이 아니다. 목적을 향해 더욱 힘 있게 나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삶의 끝에서 나눈 대화」
이리스 라디쉬 지음 | 에스 펴냄

한세기 가까이 살아온 고령의 작가들은 죽음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할까. 이 물음을 시작으로 저자는 문학사에 획을 그은 70~80대 작가들과의 마지막 인터뷰를 한데 모았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인생의 최후와 그 의미를 포장 없이 드러냈다. 그들에게 있어 죽음은 불확실하지만 불안한 일은 아니다. ‘모든 것과 작별하는 아쉬움’이자 ‘가장 위대한 기적’이고 ‘흥미로운 순간’이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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