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학원장 재무설계

꿈에 그리던 집을 장만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마냥 행복하지 않다. 왜일까. 집값의 절반 이상을 은행 대출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원리금을 다 갚으려면 앞으로 족히 20년은 빚쟁이로 살아야 한다. “방과 거실만 내 것이고 나머지는 다 은행 것”이라는 농담이 전부 농담이 아닌 이유다. 집 장만 하느라 진 빚을 갚고 나면 행복할까. 다음엔 은퇴 이후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 무리한 대출로 집을 장만하면 원리금 상환의 늪에 빠질 수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안정된 미래를 위해 목돈을 마련하겠다며 현재의 소비를 줄이는 이들이 있다. 반면 현재의 행복이 중요하다며 먹고, 입고, 자는 것에 구애 받지 않으려는 이들도 있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미래를 위한다고 무조건 돈을 아끼고 안 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면 현재는 그만큼 불행해진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게 차근차근 준비하면 현재를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의 행복을 누리며 미래를 준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스트레스 없는 재무설계다.

작은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신비(가명ㆍ35)씨. 또래에 비해 꽤 많은 돈을 모았다. 석달 전엔 인천 부평의 아파트에 신규 입주했다. 30대 중반에 3억6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갖게 된 거다. 하지만 전용면적 82㎡(약 25평) 모두가 그의 몫은 아니다. 집의 28%만 그의 소유다. 2억6000만원을 대출해 집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가 월 수입의 29%에 달하는 143만원을 매달 꼬박꼬박 빚 갚는 데 쓰는 이유다.

그렇다고 목표를 세우지 않을 순 없다. 그에겐 세가지 목표가 있다. 대출상환 기간(20년)을 줄이는 것과 5년 안에 5000만원을 더 보태 사업을 확장하는 것. 65세 이후엔 매달 생활비로 200만원 정도는 걱정 없이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현실적인 목표 같지만 이것만 이루려고 해도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아쉽게도 지금은 여유자금이 바닥을 드러낸 상태. 가계부를 살펴보면서 해결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Q1 지출구조

 

이씨는 월 500만원을 벌고, 이중 290만원은 소비성 지출, 143만원은 대출원리금 상환으로 빠져나간다. 저축 규모는 119만원. 모두 더하면 552만원이다. 500만원을 버는데 52만원의 초과지출이 발생하는 거다. 왜일까. 그의 가계부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이씨는 매달 식비를 포함한 생활비로 40만원, 외식과 용돈에 40만원, 교통비로 40만원을 쓴다. 관리비와 공과금은 22만원, 통신비는 12만원씩 빠져나간다. 각종 모임 회비도 20만원으로 적지 않다. 운전자ㆍ치아ㆍ건강ㆍ종신보험 등 각종 보험료도 61만원. 자동차보험ㆍ명절ㆍ경조사ㆍ휴가비를 비롯한 연간 지출은 660만원(월 평균 55만원)에 이른다. 대출 원리금(143만원)에 정기적금(99만원)과 저축성 보험(20만원)까지 더하면 그가 한달에 쓰는 돈은 552만원으로 늘어난다. 매달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소비 규모다.

Q2 문제점

 

아파트에 입주한 후 상환해야 할 대출 원리금이 생겨 지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예상치 못한 지출을 메우기 위해 신용카드를 사용한 게 판단 미스였다. 소비를 줄여야 하는데, 학원을 운영하며 학생들과 공유할 게 많아 통신비는 줄이기 힘들다. 가족ㆍ지인들과의 식사자리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지인들의 권유로 무작정 가입한 보장성 보험과 비정기 지출을 줄여야 한다. 특히 61만원에 이르는 보장성 보험료는 4인 가족 적정 보험료보다 많다. 반드시 손봐야 할 부분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연간 의류 150만원ㆍ경조사 100만원)도 대출금을 상환할 때까진 타이트하게 묶어야 한다. 그래야 온전한 ‘내 집’이 되는 날을 앞당길 수 있다. 노후 준비 역시 지금의 구조로는 어렵다. 정기적금과 저축성 보험 금리도 대출금리(3.2%)를 넘어서긴 힘들다. 소비성 지출, 비소비성 지출 모두 뜯어고쳐야 한다는 얘기다.

Q3 개선점

 

보험료를 먼저 손봤다. 화재보험과 운전자보험은 줄이고 치아보험은 해지했다. 건강보험은 중복 특약을 삭제하고 의료비 보장을 추가했다. 그러자 보험료가 61만원에서 16만원으로 45만원 줄었다. 적금(99만원)과 저축성 보험(20만원)도 해지했다. 해지금은 대출금을 일부(2000만원) 상환하는 데 썼다. 이로써 월 대출상환금도 143만원에서 133만원으로 감소했다. 비정기 지출도 10만원(55만원→45만원) 줄였다.

이렇게 184만원의 여유가 생겼다. 조정 전 52만원의 초과지출을 감안하면 사실상 132만원. 먼저 청약통장(2만원)을 만들고, 연금보험(50만원)에 가입했다. 국내ㆍ외 적립식 펀드(30만원)에도 투자했다. 나머지 50만원은 비상금 통장(CMA)에 넣기로 했다.
권희철 한국경제교육원 수석연구원 koreaifa3@hanmail.net│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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