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DTI의 두 걱정

정부가 대출자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을 규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에 나섰다. 줄어들지 않는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고 다주택자의 부동산 시장 왜곡을 막겠다는 거다. 시장에선 그 효과와 부작용을 두고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규제가 약하면 효과가 떨어지고 강하면 살아나고 있는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2017년 10월 24일 ‘가계부채 종합대책’에서 정부가 예고한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의 계획은 신DTI를 통해 2017년 3분기 1419조1000억원을 기록한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고 다주택자의 돈줄을 조여 부동산 가격 상승세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신DTI는 금융위원회의 의결과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1월 31일부터 투기지역ㆍ투기과열지구ㆍ조정대상지역ㆍ수도권 등에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DTI는 돈을 빌리는 사람이 1년 동안 갚아야 할 원리금이 소득의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게 하는 부동산 규제정책이다. DTI를 더 엄격하게 만든 신DTI의 핵심은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을 막는 것이다.

일례로 기존 DTI는 주택담보대출이 있어도 원금을 뺀 이자만 반영해 대출 가능 금액을 계산했다.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사람이 제2, 제3의 대출을 받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이유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과 저금리 기조가 함께 작동하면서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높은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적은 돈으로 구입해 되팔아 차익을 노리는 갭(gap) 투자까지 성행했다. 다주택자가 큰돈 들이지 않고 빚으로 주택을 구입해 투자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정부는 이런 다주택자를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차익을 노리고 이뤄지는 높은 거래량이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어서다.

DTI 규제 꺼내든 정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식(2017년 6월 23일)에서 “최근 집값 급등의 원인은 공급 부족이 아닌 투기세력”이라며 “집을 3채 이상 보유한 사람, 특히 5주택 이상 보유자의 거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위해 서민과 실수요자가 집을 갖지 못하도록 주택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며 “부동산 정책은 투자를 조장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경고 메시지를 전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문제는 정부가 다주택자를 옥죄고 부채총량을 줄여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느냐다. 아직까진 단언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전매제한 기간을 강화하고 담보인정비율(LTV)ㆍDTI 적용 비율을 낮춘 6ㆍ19 부동산 대책, 6년 만에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부활된 8ㆍ2 부동산 대책 등의 시행에도 집값은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1일 발표한 전국 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년 대비 1.48% 상승했다. 2016년 상승률(0.71%)의 두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세종시와 강남 등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11개구의 서울의 집값 상승률은 각각 4.29%, 3.64%로 전국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정부의 규제에도 여전히 돈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낙관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다주택자의 돈줄을 죄는 신DTI가 시행되면 가계부채 상승률이 둔화하고 다주택자의 투기도 막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금융위원회가 주택담보대출 신규대출자 6만6000명을 대상으로 정책 효과를 예상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3.6%의 대출자가 신DTI의 영향을 받아 평균 대출금액이 12.1%(기존 2억5809억원→ 2억2691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6ㆍ19 대책과 8ㆍ2 대책이 모두 적용되면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이 32.4% (기존 1억3398만원→9060만원) 감소할 것이라고 금융위는 예상했다.

시장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또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기존 다주택자와 주택담보대출 단순만기연장 다주택자는 신DTI 적용에서 배제됐다”면서 “소득이 많은 자산가와 시행 전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이전에도 핀셋 규제라는 이름으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큰 효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신DTI 규제 효과가 나타나도 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신DTI 탓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 살아나고 있는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DTI 규제로 가계부채가 10% 감소하면(2016년 3분기 1290조원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2조7090억원 줄어들었다.

한경연은 이를 바탕으로 “규제 효과가 큰 DTI를 적용하면 일반재와 주택에 대한 소비가 큰폭으로 줄어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출규제의 영향에 민감한 중ㆍ저소득층이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도 비슷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산은은 신DTI와 함께 도입 예정인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동시에 시행하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017년 55조원에서 올해 40조원대로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대출규제로 민간 건설기성 증가액은 같은 기간 15조원에서 8조원으로 감소해 민간건설부문의 GDP 성장기여도가 0.1%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용관 산은 연구원은 “민간건설 부문이 2016년 GDP 성장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이른다”면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시장을 자극할 경우 민간건설투자 위축에 따른 경제성장률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물경제 파급효과 따져봐야

성태윤 연세대(경제학과) 교수는 “부채총량 감소, 부동산 시장 안정화 등 단편적인 목표에만 집중해 정책을 시행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실물경기의 현황을 살피는 것은 물론 주거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등의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가계부채 감소ㆍ부동산 안정화 달성을 위한 정부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어떤 성과를 거둘까. 결론을 내기에는 시기상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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