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멀쩡히 달리던 차량에서 갑자기 불이 난다면 어떨까. 대부분은 차에 어떤 결함이 있을 거라는 의심부터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운전자가 결함 의혹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제조사는 발뺌할 게 뻔하고, 정부도 제조사의 손을 들어주기 일쑤기 때문이다. 결국 차량 화재라는 비극을 막기 위한 차선의 방법은 운전자가 틈틈이 차량을 관리하는 것뿐이다. 특히 기름떼가 끼어 있는 엔진룸의 청소 및 관리는 필수적이다.

▲ 자동차 화재의 원인은 차량의 결함이나 운전자의 부주의가 많다.[사진=뉴시스]

국내에서만 매년 5000건의 자동차 화재 사건이 발생한다. 차에 불이 붙는 사고가 하루 평균 14건은 일어난다는 얘기다. 운전자라면 주행 도중 자동차 화재 사건을 눈으로 목격한 경험이 있을 게다. 가까운 주변에서 화재가 났을 수도 있다. 물론 내 차라고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요즘 같은 추운 겨울철에 유난히 차량 화재 사건이 몰려서 발생한다.

대체 뭐가 문제길래 차에 툭하면 불이 날까. 원인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차량결함이다. 운전자들이 가장 먼저 의심하는 화재 원인이다. 그런데 차량 결함을 밝혀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해당 자동차 브랜드는 “차량 결함이 아니다”고 주장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차량 화재 연간 5000건

그렇다면 운전자가 밝혀야 한다는 얘긴데,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 이상 가능할 리 없다. 차량 화재는 차 자체가 전소되는 경우가 많아 국과수에서도 원인불명으로 나오기 일쑤다. 법도 브랜드 손을 들어준다. 우리나라는 문제가 발생한 이유를 소비자가 찾아야 할 때가 많다. 관련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차량 관리가 미흡해서다. 연차가 7~8년이 넘는 중고 차량이 대상이다. 특히 누유는 위험하다. 새어나온 기름이 먼지와 붙으면 순식간에 가연성 물질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냉각수 부족이나 엔진오일 부족도 엔진을 과열하는 원인이다. 주행 중 자동차 엔진의 온도는 수백도에 달하는데 기름이 새어 나와 엔진에 닿으면 화재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전자 장비는 화재의 셋째 원인으로 꼽힌다. 24시간 작동하는 영상 블랙박스나 원격 시동장치 등도 폭발의 원인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선 피복이 끊기거나 벗겨질 수도 있다. 차량의 불법 개조(튜닝)도 문제가 된다. 검증 받지 않은 자동차 수리 센터에서 차를 수리하거나 임의로 차의 구조를 변경할 경우 심각한 결함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결국 차량 화재 사건을 줄이기 위해서는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차량 결함을 운전자의 힘으로 밝혀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특히 엔진룸 청소는 꼭 해야 한다. 어쩌면 세차보다 더 중요하다. 물론 운전자가 직접 하면 사고가 날 수 있다. 단골 정비업소를 만들어 두는 게 좋다. 소모품도 정품을 고집하자. 무상 애프터서비스를 받기가 편하다.

주행 중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필수다. 평상시보다 엔진의 온도가 높다거나 주행 중 이상이 발생하면 하루속히 정비업소에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간단한 자동차 상식을 틈틈이 알아두는 것도 좋은 대처방법이다.

자동차는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이동수단이지만 완벽한 제품은 아니다. 자동차의 35%가 전기전자부품인 걸 고려하면 작은 불씨가 언제든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뜨겁게 달궈진 차량을 마른 잔디 근처에 주차했다가 잔디에 불이 붙어 차량이 전소된 사건이 있었으니, 오죽하겠는가.

차량 관리가 필수

물론 차량 화재는 차를 만드는 완성차 기업의 책임이 가장 크다. 정부도 전문가 집단을 양성해 객관적인 원인 확보에 언제든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나라는 이런 면에서는 ‘후진국’이란 평가를 받는다. 소비자가 직접 차량 결함을 증명하고 대기업과 법적 다툼을 해야 하는 힘든 환경이다. 일단 차량 관리를 꼼꼼히 하자. 비극을 막기 위한 차선의 방법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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