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스트레스 진단

▲ 한국엔 평범한 이들의 목을 옥죄는 일들이 너무 많다.[사진=아이클릭아트]

# 어느 커피전문점에선 샷이 4개나 더 들어간 아메리카노를 판다. 별칭 ‘상사 아메’다. 아랫사람 혼내느라 힘 빠졌을 텐데, ‘카페인으로 에너지나 보충하라’는 비꼼이 가득한 별칭이다. 혼난 아랫사람이나, 혼낸 상사나 스트레스다.

# 9년 만에 재취업에 성공했다. 경단녀의 질긴 늪에서 빠져나온 것만으로도 대견했다. 그런데 웬걸, 퇴근시간이 늦어질 때마다 살얼음판이다. 기껏 소득을 올려놨더니, 시터(sitter) 비용으로 다 나갈 판이다. 처음엔 “장하다”고 칭찬하던 시어머니의 인상도 조금씩 구겨진다. “내 아들 밥 잘 챙겨주나” 의심하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를 위해, 가정을 위해 취직을 하고 싶었다. 지금은 ‘글쎄올시다’이다. 이래도 스트레스, 저래도 스트레스다.

# 연말부터 ‘줄타기’를 했다. 지금 좋은 자리로 가지 않으면 2~3년 후가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줄타기는 용케 성공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다. 좋은 자리만 쫓아 다니다보니, “손금이 남아 있어?”라면서 빈축을 늘어놓는 이들이 늘어났다. 이젠 후배 녀석도 대놓고 ‘아부쟁이’라고 깎아내린다. 남달리 능력을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 좋은 자리로 갔더니, 능력자들이 ‘무시’의 눈빛을 쏴댄다. “그래도 버틴 게 어딘가”라고 자위하지만 속마음은 씁쓸하다.

어떤가. 우리들 이야기 아닌가.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어제도 스트레스 오늘도 스트레스다. 이를 개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도 없다. 비틀어진 상하관계, 얼어붙은 취업시장, 사라지지 않는 남녀차별, 부쩍 독해진 구조조정 등 평범한 사람을 옥죄는 일들이 너무도 많다.

대체 무엇을 바꿔야 할까. 우리 정부는 ‘차가워진 세상’에 봄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한국 사회의 ‘스트레스’를 진단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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