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할수록 오르는 강남 아파트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이상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뛴 상태다.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잇달아 내놓은 대책이 오히려 강남권 수요 쏠림을 부채질하며 가격을 끌어올리는 형국이다.

부동산 규제책이 강남선호 현상을 부추기는 역효과도 빚고 있다. 오는 4월 부활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제도가 그렇다. 다주택자 보유를 막으니 더 오를 ‘똘똘한 한 채’로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해 조합이 설립된 재건축단지의 거래를 차단하니 아직 조합이 꾸려지지 않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린다. 게다가 특목고 우선 선발권 및 자사고 폐지 방침이 강남학군 수요를 자극했다.

정부는 강남권 부동산 이상과열의 원인을 투기적 수요로 보고 관계기관 합동점검반을 투입해 단속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다주택자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변칙 증여나 강남 재건축 아파트 취득자 등의 자금출처를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동안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 유보적이던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보유세 인상의 타당성을 언급하는 등 정부와 여당이 보유세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이다.

거래가의 60~70% 수준인 기준시가를 올리고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남 집값과의 전쟁을 선언했던 노무현 정부가 썼던 종부세 카드를 다시 꺼내들 태세다. 준공 후 30년인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된다. 일련의 정부 대책과 시장의 반작용은 노무현 정부 시절의 데자뷔다.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종부세를 도입했지만 기대한 만큼 집값 하락 효과를 내지 못했다. 전세보증금과 월세를 올려 종부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거나 부부ㆍ자녀 명의로 소유권을 쪼개는 편법이 등장했다. 과거처럼 무차별적으로 종부세를 매기면 집을 사고팔지 않은 채 한 집에서 오래 거주해온 다수의 사람들이 세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특히 은퇴한 노인층이 타격을 받을 게다. 보유세 인상 등 조세정책보다 강남권의 대출 조건을 더 까다롭게 하고 투기혐의자에 대해선 자금 출처를 조사하는 것이 먼저 할 일이다.

강남권 아파트값이 치솟는다지만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 아파트는 약 30만 가구로 전국 주택의 2.1%에 불과하다. 세계 어느 나라든 집값이 비싼 특정지역은 존재한다. 강남권 집값이 뛴다고 거기에 맞춰 부동산 대책을 남발하면 이미 미분양이 나타나는 지방이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 모름지기 주택정책은 국민 대다수가 주택을 구입하고 세를 드는 서울 강북과 수도권, 지방도시까지 두루 신경 써야 한다.

재건축단지 집값이 오르는 것은 투기행위도 있겠지만 새로 짓는 아파트의 평면설계나 설비, 커뮤니티 시설이 기존 아파트보다 월등해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에 재건축 연한까지 연장하면 신규 공급이 줄어 가격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재건축을 규제하기보다는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는 잡음을 최소화하는 대책이 요구된다.

부동산 시장이 정부 예상과 달리 움직이면 대책에 문제가 없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규제만으로 집값이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은 역대 정부의 부동산대책 실패가 입증한다. 과거 정부도, 현 정부도 강남 아파트값이 치솟으면 긴급 대책을 내놓는 패턴을 되풀이했다. 가격급등이 전국적ㆍ일반적 현상인지 규정짓기도 전에 임시방편 대책을 내놔 내성을 키웠다. 다주택자를 무조건 범죄자로 몰아세우는 식도 곤란하다. 지역별 시장의 특수성과 수요를 고려하는 맞춤형 정책을 쓸 때다.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고 바로 추가 대책을 일기 쓰듯 발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자세로 읽힌다.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이 핵심인 대통령 신년사에서 부동산대책을 언급하지 않은 배경이다. 수요-공급의 원리를 무시한 규제 일변도 ‘부동산대책’으론 집값을 잡지 못한다. 인구 및 가구 변화를 감안해 필요한 곳에 공급을 확대하는 ‘주택정책’이 절실하다. 젊은 신혼부부와 서민층이 임대료 걱정 없이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자. 강남 수준의 주거ㆍ교육 환경을 갖춘 첨단 스마트 신도시를 곳곳에 건설하는 방안도 추진하자.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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