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에 취하는 그 순간이 ‘빨간불’

‘커피 전문점의 성공신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웹사이트에 성공사례가 실렸던 기업.’ 그랬던 카페베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2008년 서울 천호동에 1호점을 낸 지 10년 만이다. 카페베네는 10년 중 절반은 가파르게 몸을 키웠고, 나머지 절반은 뒷감당에 허우적댔다. 샴페인을 터뜨리는 순간,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카페베네의 실패 방정식을 산출해 봤다.

▲ 카페베네가 문을 연 지 10년 만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사진=뉴시스]

국내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베네가 12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해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려다 미뤄졌던 거라 사실상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커피전문점의 신화’로 불리던 카페베네는 왜 10년 만에 스스로 일어서지 못할 지경이 됐을까.

전문가들은 무리한 신규 사업 확장, 성급한 해외시장 진출이 ‘부채’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하나 더, 초기의 혁신은 사라지고 기존의 성공방식만 답습하려 한 매너리즘이 지금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❶무리한 사업 확장 = 스타벅스ㆍ커피빈 등 외국계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국내 커피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2008년.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를 표방하며 ‘카페베네’가 첫선을 보였다. ‘화성침공(오락실)’ ‘왕삼겹닷컴(삼겹살)’ ‘행복 추풍령 감자탕(감자탕)’ 등 손대는 사업마다 300호점 이상을 내며 대박을 터뜨린 김선권 대표의 새로운 사업이었다.

카페베네는 등장하자마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유럽풍의 빈티지한 인테리어와 다른 커피전문점에선 볼 수 없었던 와플, 젤라토 등 다양한 메뉴 구성이 인기를 끌며 급격하게 성장했다.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시도도 잘 먹혔다. 연예기획사 싸이더스 HQ와 제휴를 맺어 한예슬, 송승헌 둥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스타벅스의 아성을 무너뜨리겠다”는 당찬 포부를 김 대표는 밀어붙였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전략으로 카페베네 매장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1년에 500호점, 2012년 10월에 800호점, 2013년 8월에 1000호점을 돌파했다. 무서운 속도였다.

 

카페베네의 초기 성장에 힘을 얻은 김 대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2011년)’와 제과점 ‘마인츠돔(2013년)’ 등을 연달아 론칭했다. 성적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김 대표는 2014년 두 브랜드를 매각했다. 투자비용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채 사업을 접으면서 부채는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고꾸라지는 실적, 폐점하는 점포

실적만 봐도 알 수 있다. 카페베네는 2014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꺾이기 시작했다. 2013년 각각 1874억원, 40억원이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년 후인 2014년 1421억원과 -29억원으로 줄었다. 이후에도 줄곧 내리막을 탔다. 2015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210억원, -114억원, 2016년엔 817억원과 -134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부턴 출점보다 폐점하는 점포가 더 많았다. 신규 오픈한 점포는 75개인데, 2015년 한해 동안 폐점한 점포는 140개다. 2016년엔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신규 오픈은 44개, 폐점은 184개. 카페베네가 처한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수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카페베네의 자본 총계는 -151억원이다. 자본금은 501억원이었던 데 반해 이익잉여금은 -628억원. 심각한 자본잠식에 빠져버렸다. 더 이상 손쓸 수 없게 된 카페베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이유다.

❷섣부른 해외 진출 = 카페베네는 2012년 미국 뉴욕에 해외 1호점을 낸 데 이어 중국, 일본, 몽골,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갔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성공신화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013년엔 카페베네의 성공사례를 담은 논문이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웹사이트에 실리기도 했다. 데이비드 최 미국 LMU대(Loyola Marymount University) 교수와 강병오 중앙대 교수 등이 공동 집필한 논문은 2008년 카페베네 브랜드 론칭부터 2012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 해외 1호점을 개설까지의 과정을 분석했다. 신생 기업인 카페베네가 스타벅스, 커피빈 등 글로벌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던 한국의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급성장할 수 있었던 차별화 전략을 소개했다.

 

‘맨땅에 헤딩’ 요구

성적표는 초라했다. 2012년 오픈한 맨해튼점은 적자가 이어졌고, 중국기업과 50대50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해 진출한 중국 사업도 신통찮았다. 카페베네가 그랬던 것처럼 3년 만에 600호점까지 냈으나, 가맹점과의 갈등으로 결국 중국 사업에서 손을 뗐다. 카페베네를 실패로 내몬 두번째 이유다.

❸기존 방식의 답습 =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고 기존의 성공방식을 답습하려한 것 역시 실패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성훈 세종대(경영대학원) 교수는 “프랜차이즈 오너들이 가장 범하기 쉬운 실수가 바로 ‘답습’”이라며 “카페베네 역시 그런 실패 방정식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첫번째 브랜드에서 성공하면 두번째, 세번째 브랜드를 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어떤가. 성공한 예가 별로 없다. 왜일까. 기존의 성공방식을 고수해서다. 시장은 변하고, 소비자 역시 변하는데 그걸 파악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맨땅에 헤딩’ 해왔던 자기만의 성공방식을 자꾸 요구하고, 고집하게 된다.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의 혁신은 사라지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거다.”

카페베네의 실패는 결코 카페베네 하나로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무리하게 가맹점을 늘리고,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만 수익을 챙기려는 안일한 방식으로는 그 누구도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카페베네를 통해 프랜차이즈 업계가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 곱씹어봐야 할 타이밍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