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국산차와 수입차, 수입차와 수입차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자동차 시장에서 벤츠의 질주가 심상치 않다. 2017년 국내에서 팔린 벤츠는 6만8861대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벤츠가 소비자를 유혹하는 데 성공한 요인은 무엇일까. 벤츠 성장세의 요인과 국내 자동차 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 벤츠가 2017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6만68861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사진=뉴시스]

2017년 수입차의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15%에 달할 정도로 뜨거웠다. 부진한 국내경기와 아우디ㆍ폭스바겐 등 유명 브랜드의 ‘디젤게이트’ 사태라는 악재에도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벤츠는 2017년 국내에서 6만8861대를 판매하면서 2년 연속 수입차 순위 1위를 달성했다. 판매량 2위를 차지한 BMW도 2017년 국내 시장에서 5만9624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 결과, 두 브랜드는 수입차 전체 중 50%(벤츠ㆍ29.5%, BMWㆍ25.5%)를 웃도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벤츠의 판매량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실제로 벤츠의 2017년 판매량은 2016년 5만6343대에 비해 22%(1만2518대) 이상 증가했다. 그렇다면 수입차 업체 중 유독 벤츠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입차 10대 중 3대는 ‘벤츠’

첫째,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차종이 많아졌다. 벤츠는 해치백ㆍ세단ㆍ쿠페ㆍ컨버터블ㆍ로드스터ㆍSUV 등 다양한 차종을 판매하고 있다. 이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까다로워진 국내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벤츠의 다양한 차종이 수입차를 선택할 때 디자인ㆍ연비ㆍ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소비자의 니즈와 맞아떨어졌다는 얘기다.

둘째, ‘벤츠는 고리타분하다’는 기존 이미지를 벗는 데 성공했다. 벤츠는 명차라는 이미지와 함께 ‘나이가 들어야 타는’ 점잖은 차라는 이미지를 함께 지니고 있다. 하지만 최근 벤츠는 기존의 이미지에 변화를 주고 있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역동성과 세련된 외관을 장착해 주목 받고 있어서다. 미려한 디자인과 세련된 감각, 적절한 고급 옵션이 선호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는 건데. 이는 BMW와의 점유율 격차를 벌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BMW는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했지만 디자인에 큰 변화를 주지 못하면서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결국, 디자인이 수입차를 선택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운전하는 재미도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벤츠를 운전하는 젊은층 사이에선 주행감이 좋아졌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벤츠가 BMW의 강점이었던 다이내믹한 운전 재미까지 창작했다는 얘기다.

셋째, 가격 문턱을 낮추면서 고객의 접근성을 높였다. 벤츠는 차량 구입 시 차값의 일부만 내고 나머지는 36~60개월 뒤에 결제하는 ‘원금유예할부’ 등 다양한 할부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당장 목돈이 없는 젊은층에게도 벤츠를 소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소형차급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격 하락도 벤츠의 인기에 한몫했다. 특히 세단을 중심으로 중간 모델과 SUV 모델 등 차종의 다양성과 폭넓은 선택폭이 젊은층은 물론 기존의 고객까지 벤츠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다양한 마케팅 전략과 고객에게 다가가는 프리미엄 서비스의 효과도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나쁜 이미지 개선해야

벤츠는 2018년에도 최고의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수입차 시장 점유율 1위 수성은 물론 판매량 8만대 달성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판매량이 증가면서 벤츠의 고민도 깊어질 공산이 크다. 대중화한 브랜드에 식상함을 느낀 소비자가 새로운 브랜드를 찾아 이탈할 수 있어서다.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전략과 고객을 유혹할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사회 공헌에 인색하고 소비자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나쁜 인식도 없애야 한다. 벤츠의 실적 성장세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벤츠의 선전이 자동차 산업 선진화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츠의 이유 있는 질주가 공정한 경쟁 심리를 심어주길 기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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