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출점 홍보 줄어든 이유

“어? 못 보던 게 갑자기 들어섰네?” 물론 하루아침에 없던 게 생길 리는 없다. 대형 공사현장을 목격했을 테고, 오픈 준비하는 걸 봤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느끼는 건, 오픈 팡파르가 예전 같지 않아서다. 우편함, 신문 사이사이 껴 있던 점포 홍보 전단이 눈에 띄게 줄었다. 왜일까. 그 안엔 유통업체들이 처한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대형마트 출점 홍보가 부쩍 줄어든 이유를 취재했다.

▲ 상생 이슈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역에선 일부러 출점을 알리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사진=아이클릭아트]

“롯데마트 칠성점, 어반포레스트(Urban 4 rest)와 그로서란트(grocerant)로 250만 대구시민 잡는다!” 지난해 12월 14일 롯데마트가 신규 점포 소식을 알렸다. “2010년 7월 15일 대구율하점을 오픈한 지 7년 만에 대구에 신규 점포를 오픈한다”는 5페이지짜리 롯데마트 칠성점 오픈 보도자료를 통해서였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대구 지역에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많은데 롯데마트는 7년 만에 2호점을 오픈한 것”이라며 “유통 격전지에 점포를 오픈한 만큼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의 점포 오픈 홍보는 근래 보기 드문 일이었다. 대형마트들은 언젠가부터 점포 오픈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첫째 이유는 괜히 지역상권을 자극해 시끄러운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대형마트 규제가 강화된 이후 예전만큼 출점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과거엔 점포 출점 계획을 세우면 우리 계획대로 하면 됐다. 하지만 환경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점포 하나를 출점하려고 해도 지자체 상생협의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출점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지자체, 지역상인들과의 협의가 언제 어떻게 끝날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출점 전에 홍보를 하기가 쉽지 않다.”

 

지자체, 특히 지역상권과의 갈등은 점포 출점에 커다란 걸림돌이다. 롯데가 2016년 전남 무안군에 롯데아웃렛 남악점을 오픈하고 보도자료를 내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남악점은 롯데아웃렛과 롯데마트, 롯데하이마트, 토이저러스 등 롯데의 유통채널이 집결한 사실상의 복합쇼핑몰이다. 그런데도 롯데는 ‘조용한 오픈’을 택했다.

롯데아웃렛 남악점은 오픈까지 많은 진통을 겪었다. 하수도 처리 문제로 인근 목포시와 범시민대책위원회가 롯데아웃렛 인허가에 반발하며 오픈이 지연됐던 거다. 지역상인들의 피해 호소도 만만치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오픈을 하긴 했지만 롯데는 오픈 기쁨을 누리는 대신 조용한 자세를 취하기로 했다. 이곳은 여전히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채 여러 가지 숙제들은 안고 있다.

“언제 출점할지 우리도 몰라”

3월 오픈 예정인 롯데마트 경기 양평점 역시 2012년 건축 허가를 받은 이후 양평시장 상인회와 상생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겨우 합의에 성공, 6년여 만에 오픈을 앞두고 있다. 점포 문을 열고도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마트의 사정도 크게 다르진 않다. 이마트는 일반 점포의 오픈을 가급적 알리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신 이마트타운이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홍보에는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외에는 대부분 프로모션이나 CSR 활동 홍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채널은 지역상권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늘 상생 이슈가 따라 붙는다”며 “그러다보니 민감한 지역은 점포 오픈을 해도 따로 홍보를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보를 하고 싶어도 그럴만한 일이 없다는 경우도 있다. 홈플러스는 2016년 12월 파주 운정점이 가장 최근 오픈한 점포다. 소비침체와 대형마트 규제 등 여러 악조건이 겹치면서 그후 출점이 스톱됐다.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보다 출점 자체가 없다”는 게 홈플러스 관계자의 말이다.

물론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도 있다. 어찌됐든 출점은 하지 않았느냐는 거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눈앞에 뻔히 보이는데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고 그들이 모르겠는가”라며 “하지만 최소한 ‘자극은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출점 홍보라는 그 안에 유통업계의 고민과 현실이 그대로 담겼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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