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 10만원이 있다면 뭘 기부할텐가
[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 10만원이 있다면 뭘 기부할텐가
  •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 호수 274
  • 승인 2018.02.01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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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비교하게 만드는 대조효과 원리
▲ 비싼 메뉴를 보고 나면 다른 메뉴는 비교적 싸게 느껴진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 그리고 미지근한 물이 들어있는 3개의 통이 있다. 한 손은 뜨거운 물에, 다른 손은 차가운 물에 담갔다가 두 손을 동시에 미지근한 물로 옮겨보자. 같은 온도의 물에 두 손을 넣었지만 양손에서 느껴지는 온도는 다를 것이다. 뜨거운 물에 있던 손은 차가움을, 차가운 물에 있던 손은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바로 ‘대조효과’ 원리다.

어떤 사물에 대한 생물학적 반응이나 인식이 그 이전에 발생한 상황이나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대조효과’라고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처음에 가벼운 물건을 들어보고 난 후에 무거운 물체를 든 사람은 처음부터 그 무거운 물체를 든 사람보다 물체의 무게를 더 무겁게 평가한다.

외모도 마찬가지다. 멋진 연예인들이 나오는 쇼를 보게 한 후 모르는 여성들의 외모를 평가하게 해보자. 이럴 경우 쇼를 보지 않고 실험대상의 외모를 평가할 때보다 점수를 낮게 매기게 된다.

대조효과는 시장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때 널리 활용된다. 대표적인 예로, 백화점에서 양복과 스웨터를 사러 온 고객에게는 스웨터보다 비싼 양복을 먼저 보여준다. 비싼 양복을 사고 난 후에는 스웨터의 가격이 별거 아닌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꼭 양복을 사지 않더라도 스웨터는 먼저 본 양복값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스웨터 정도는’ 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를 팔 때도 딜러들은 대조효과 원리를 잘 이용한다. 판매원들은 고객이 자동차 구매를 결정한 후에야 여러 고급 옵션이나 부수적인 서비스들을 소개한다. 몇천만원짜리 자동차를 산 고객에게 기껏해야 몇십만원에 불과한 옵션 가격은 상대적으로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급 레스토랑 메뉴판에도 제일 비싼 메뉴가 맨 앞 페이지에 있다. 그런 메뉴들은 현실적으로 너무 비싸서 대부분의 소비자가 잘 선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첫 페이지의 메뉴가격을 본 소비자는 그것으로 레스토랑의 수준을 인식해 그에 비해 싸게 느껴지는 두번째나 세번째 메뉴를 고르게 된다. 두번째나 세번째 메뉴가 객관적으로 높은 가격일지라도 말이다. 때로는 인기가 별로인 고가 메뉴를 먼저 보여주고 그 다음에 가격이 비슷한 아주 괜찮은 메뉴를 제시하기도 한다. 물론 그 레스토랑의 주력 메뉴는 두번째 메뉴다.

이웃돕기 모금을 할 때도 이런 대조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연말 강의를 하고 있는 대학의 학생들이 청소년 공부방에 놓을 ‘책상 보내기 운동’을 했다. 기부금은 1계좌당 10만원으로 책정했다.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이웃들을 위해 ‘연탄보내기 운동’도 병행했다. 연탄 1장은 600원. 10만원을 내면 거의 한달용 소비량인 167장을 보낼 수 있다. 이땐 원하는 만큼 기부할 수 있게 했다.

사람들은 어떤 옵션에 더 많은 기부를 했을까. 책상보다 연탄이 더 필수품이라는 인식 차이 때문일 수도 있지만 ‘책상 1개’와 ‘연탄 167장’이라는 대조되는 숫자 때문에 연탄 기부액이 3배 이상 많았다.

우리는 늘 무엇인가와 비교하면서 현재 상태를 판단한다. 행복이나 불행도 마찬가지다. 발전하고 싶다면 나보다 잘나거나 앞서가거나 많이 아는 사람들과 비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상대적으로 불행하다고 느끼겠지만 말이다. 행복하고 편안하고 싶다면 반대로 하면 된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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