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승세 막는 변수들

코스닥 지수가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만에 29.15%나 상승했다. 제약•바이오주가 상승하면서 개인은 물론 외국인 투자자까지 투자에 나선 결과다. 지난 11일에는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까지 나왔다. 시장에선 1000포인트 달성도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문제는 상승세의 발목을 잡을 요인도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코스닥 시장의 불안 요인을 살펴봤다.

▲ 코스닥 시장이 가파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코스닥 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며 국내 자본시장의 천덕꾸러기란 꼬리표를 떼고 있다. 지난해 10월 600포인트대에 머물던 코스닥 지수는 11월 700포인트를 돌파해 800포인트 턱밑까지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자마자 800포인트를 넘어섰고 지난 16일에는 901.23포인트를 찍었다. 2002년 3월 29일 927.30포인트 이후 16년 만의 900포인트대 돌파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1860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코스피ㆍ코스닥 지수 격차는 1620.51포인트로 2017년 5월 10일 1627.44포인트 이후 8개월 만에 적은 격차를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이 3개월 만에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코스피 지수를 이끌던 반도체가 고점 논란에 시달리자 대형주가 약세로 돌아섰고, 그 빈자리를 코스닥이 채웠기 때문이다. 코스닥 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약ㆍ바이오 업종의 상승세도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실제로 신라젠ㆍ바이로메드ㆍ제넥신ㆍ셀트리온 등 제약ㆍ바이오주의 주가가 단기간에 깡충 뛰어오르면서 코스닥 시장을 향한 관심을 키웠다.

지난 11일 정부가 발표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통한 자본시장 혁신방안’도 코스닥에 불을 붙이고 있다. 정부는 ▲연기금의 코스닥 차익거래 시 증권거래세 면제 ▲기금운용평가기침 개선 ▲KRX300 도입에 따른 벤치마크 지수 변경 등의 정책으로 기관투자자의 코스닥 투자를 활성화 한다는 계획이다.

 

제약ㆍ바이오주의 상승세에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가세하자 시장 안팎에선 코스닥 1000포인트 돌파가 가능하다는 낙관론이 나온다. 이정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KRX300 신설로 기관투자자의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이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2002년 3월 고점인 940~950포인트를 넘어설 경우 1000포인트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세 상승을 위해 코스닥 시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의 이전 상장 이슈가 상승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셀트리온이 코스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셀트리온 3인방(셀트리온ㆍ셀트리온헬스케어ㆍ셀트리온제약)은 지난 24일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각각 1위, 2위, 8위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날 기준 세 기업의 시총은 55조6675억원으로 코스닥 시총(317조9383억원)의 17.5%에 달했다. 문제는 이들 3인방의 시총이 불어나면서 코스닥 지수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 24일 코스닥지수는 894.77포인트로 전일(894.43포인트) 대비 0.34포인트(0.04%) 상승했다.

코스닥 1000포인트 돌파 가능할까

이날 상승세를 기록한 종목(695개)이 하락종목(485개)보다 훨씬 많았음에도 상승폭이 적었다. 셀트리온 3인방이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지수와 반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코스피시장이 삼성전자의 주가에 좌우되듯이 코스닥에선 셀트리온이 지수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장이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 상장을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스닥의 또다른 문제점은 지금의 상승세가 제약ㆍ바이오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의 코스닥 상승세는 비정상에 가깝다”며 “시장의 관심과 투자가 제약ㆍ바이오 관련주에만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년간 실적을 내지 못한 기업의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건 우려할 만한 일”이라며 “제약ㆍ바이오주의 변화에 따라 코스닥 시장의 방향성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 기업 중 CJ E&M(미디어)과 펄어비스(게임)를 제외한 8개 종목이 모두 제약ㆍ바이오 관련 기업이다.

 

여전히 부족한 시장의 정보도 코스닥의 우려 요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타가 발행한 코스닥 상장사 보고서는 4425건이었다. 같은 기간 발행한 코스피 상장사 보고서 1만2955건의 34.1%에 불과하다. 보고서가 나온 기업의 수도 상장사 1266개 중 534에 그쳤다. 1년에 단 한번도 보고서가 나오지 않는 코스닥 상장사의 비율이 57.8%에 이른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안에 모든 상장사의 분석보고서를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비판만 쏟아지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4일 열린 ‘자본시장 전망과 정책방향’ 세미나에 참석해 “중소형 증권사들 리서치센터 인원이 보통 28~30명에 불과하다”며 “일반적으로 애널리스트 1명이 10개 기업을 커버한다는 걸 생각하면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상승세 발목 잡을 요인 살펴야

코스닥 상장 기업 중 상당수가 투자자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불공정거래가 잦고 규모가 작고 성장성이 불투명한 기업도 많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금융당국에 통보한 불공정거래 건수는 코스닥 시장이 85건으로 코스피 시장의 23건에 비해 3.7배나 많았다. 코스닥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하다는 얘기다.

이종우 센터장은 “2000년대 IT 버블 이후 최고치로 높아진 주가수익비율(PER), 시장의 변동성, 개별 기업의 신뢰성 등 코스닥 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많다”며 “추가적인 지수 상승을 전망하고 있지만 무조건 낙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코스닥 시장에 모처럼 봄바람이 불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진 지켜봐야 한다는 거다. 코스닥엔 그만큼 변수가 많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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