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4人의 비평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지난 11일 정부가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두고도 같은 지적이 나온다. 혁신ㆍ벤처기업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정책인 건 맞지만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떨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전문가 4인을 찾았다.

▲ 문재인 정부가 지난 11일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이 15조원에 육박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2007년 152개에 불과했던 매출 1000억원을 기록한 벤처기업이 10년 만인 2017년513개로 늘었다. 혁신ㆍ벤처기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다. 혁신ㆍ벤처기업은 작지만 강하다. 신성장동력 제공, 일자리 창출 등 국가경제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매 정권마다 혁신ㆍ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도 최근 ▲금융ㆍ세제지원 및 상장요건 완화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모험자본 유인 ▲투명성ㆍ공정성 확립 등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 혁신을 위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꺼내들었다. 코스닥 시장을 정비해 혁신ㆍ벤처기업을 발굴ㆍ육성하겠다는 계산에서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2000년대 초 이후 500~700포인트 언저리에 머물러 있던 코스닥 지수가 정책 발표 5일 만에 900포인트를 돌파했다.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5조원에 육박했다. 코스닥 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설 거란 기대감도 새어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자금이 급격하게 흘러들어오면서 버블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거다. ‘상장요건을 완화하면 불량기업이 늘어날 것이다’ ‘투기에 가까운 묻지마 투자가 성행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다. 전례前例도 신통치 않다. 1990년대 말 정부가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프라이머리 CBO(여러 회사채를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는 ‘닷컴버블’만 남긴 채 시장에서 외면 받았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김대종 세종대(경영학) 교수, 김지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장범식 숭실대(경영학) 교수,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등 총 4인의 전문가에게 질문을 던졌다.

4명의 전문가들은 “정책의 방향은 옳다”면서 “특히 기관투자자들의 투자는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 중 하나다”고 말했다. 장범식 교수는 “많은 혁신기업이 상장하기 위해선 장기투자가 중요하다”며 “그런데 개인투자자 90%, 기관투자자 5%에 불과한 코스닥 시장에선 장기투자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정부 정책 끝나면 버블 꺼질까

그는 “이런 수요 측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연기금 투자가 확대돼야 하는데 이번 정책을 보면 연기금이 자발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유인책을 잘 마련해놨다”고 설명했다. 황세운 연구위원도 “지나치게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 기관투자자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장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정부 정책이 사라진 다음의 코스닥 시장이다. 정부 정책으로 과열된 시장이 잠잠해진 이후 코스닥 시장이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버블론이다. 갑작스럽게 코스닥에 몰린 자금으로 부풀려진 주가가 한꺼번에 꺼질 수 있다는 거다.

김대종 교수는 “국가 주도로 부양했다가 이후 시장에 맡겨지면 잔뜩 꼈던 거품이 빠질 수 있다”면서 “활성화 정책 초반엔 자금 정책이 필요한 게 맞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벤처기업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과도한 사업 규제를 완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0년대 닷컴버블 때 주가가 1000배가량 오르며 시가총액이 20조원에 달했던 A기업이 정부의 신기술 규제에 막혀 회사가 쪼그라든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김지영 애널리스트의 의견은 달랐다. 현재 주식 시장의 상승세가 정부의 정책으로만 이뤄진 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매 정권마다 코스닥 활성화 정책은 있었다”면서 “이번에 유독 코스닥 시장이 활기를 띤 건 경기와 시장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과 유동자금이 많았다는 점이 정부정책과 잘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그 첫째가 이전상장 문제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은 지난해 9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코스피로의 이전상장 결정했다. 주가 상승, 투자금 확보 등이 이유였다. 문제는 셀트리온이 코스닥 시장을 빠져나가면 지수 하락과 함께 외국인ㆍ기관투자자 등의 매수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장 교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꾸준한 성장이 가능하고 자금 확보가 수월하도록 만드는 것이지만 이는 단기간에 되는 게 아니다”면서 “그 이전까지는 엄격한 강제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이전상장 페널티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물론 반론도 나왔다. 황 연구위원은 이전상장이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코스닥 대장주의 이전상장은 국가 경제 전체로 봤을 때는 왼쪽 주머니에 있던 돈이 오른쪽 주머니로 옮겨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코스닥 지수가 정체돼있는 주요 원인이 이전상장인 것은 맞다. 하지만 코스닥의 기능은 혁신기업을 키워내는 것이다. 이 기능만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면 코스닥 지수는 2차적인 문제다. KRX300지수가 활성화하면 굳이 비용을 들여 이전상장하는 일은 줄어들 공산이 크다.”

정보 공개 안 하면 말짱 도루묵

전문가들은 기업정보가 투명하지 않은 것도 코스닥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장 교수는 “정부가 기관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을 제시했다”면서 “이제는 기업들이 노력해야 할 때”라면서 말을 이었다. “기관투자자들은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 투자할 수 있다. 기업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이유다. 수많은 코스닥 기업을 커버하기 위해선 애널리스트 숫자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중요한 건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정책으로 코스닥 시장에 붙은 열기도 일회성에 그치지 않겠냐는 것이다. 황 연구위원은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혁신ㆍ벤처기업의 중요성을 부인한 정권은 없다. 다만 드라이브를 강하게 건 정권이 있었고 그렇지 않은 정권이 있었을 뿐이다. 이미 시행된 정책의 방향성은 쉽게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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