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운전자는 차가 오래되면 부품을 교체하기 마련이다. 부품 성능이 떨어지거나 사고가 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나라 운전자는 이때 꼭 브랜드에서 만든 ‘순정품’만 고집한다. 이것 외엔 모두 싸구려나 비품 취급한다. 이 이분법, 괜찮을까.

▲ 순정품으로 인해 대체부품과 재활용품이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자동차 부품은 다양하다. 종류도 많다. 제작 단계에서 사용하는 부품에 수리용 대체부품, 재활용 부품까지 더하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여러 부품 중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품이 있다. 바로 ‘순정품’이다. 자동차 제조사가 출고한 자동차의 부품을 의미한다.

그런데 순정품은 가격이 높다. 중고차 가치가 100만원인 차에 200만원짜리 부품을 쓸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정부는 대체부품을 밀어주기로 했다. 대체부품은 순정품과 성능·품질이 동일하거나 유사해 순정품을 대체할 수 있는 부품이다. 성능 시험을 통해 정부가 품질을 보증한다.

장점 많은 대체부품

이는 대체부품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다. 값비싼 부품 거품을 빼고 자동차 수리비 및 보험 손해율을 낮추는 게 목적이다. 국내 부품업체 육성 효과도 기대된다.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이어서 친환경적이다. 대체부품을 활용하면 자동차 사고 시 소비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친소비자 정책으로도 의미가 있다. 올해 2월부터는 혜택이 더 커진다. 자동차 사고를 보험으로 처리할 때 대체부품을 쓰면 순정품과의 차액을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대체부품 시장은 ‘개점 휴업상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여전히 순정품만 선택한다. 매년 대체부품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효과는 ‘제로’라는 얘기다.

필자는 그 이유를 ‘순정품’이라는 이름에서 찾는다. 순정純正의 뜻은 “순수하고 올바름, 조금도 다른 것의 섞임이 없음”이다. 최고의 성능을 갖춘 부품에나 어울리는 설명이다. 대척점에 선 비非순정품은 어쩐지 급이 떨어지는 부품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건 명백한 오해다. 순정품은 양산차에 장착하는 부품이다. 양산차 수준에 걸맞은 내구성을 갖는다. 비용만 추가하면 얼마든지 순정품보다 뛰어난 부품을 만들 수 있다. 기술력만 갖췄다면 중소기업이 만든 비순정품의 성능이 순정품보다 훌륭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순정품’이라는 명칭도 왜곡된 거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파는 순정품에는 ‘OEM부품’ ‘정품’ ‘규격품’ 등 다양한 용어가 있다. ‘○○ 순정품’ 등의 식으로 회사 브랜드명을 그대로 쓰는 건 문제가 있다.

아이러니한 건 이런 오해를 정부가 부추기고 있다는 거다. 2017년 11월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튜닝 관련법을 일부 개정하면서 순정품을 법적 명칭으로 사용했다. 얼마 전엔 지상파 공영방송 뉴스를 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아나운서가 순정품이란 명칭을 그대로 썼기 때문이다. 최고의 부품이라는 뉘앙스도 곁들였다. 왜곡된 이름이 사회 곳곳에서 쓰이고 있었다.

순정품이 낳은 오해

물론 순정품이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굳이 쓰자면 ‘정품’ ‘대체부품’ ‘재활용품’ 등으로 나눠 쓸 수도 있는 일이다. 해외에서는 부품에 따라 다양한 명칭을 쓴다. 덕분에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사고 이후 수리부품으로 대체부품을 30~40 %가량 쓴다. 순정품과 비순정품만 있는 우리나라 시장과는 딴판이다.

이런 왜곡된 명칭은 우리나라 부품 산업 발전에도 악재다. 순정품만 팔리니 대체부품을 만드는 기술력 있는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건 꿈같은 일이다. 부품 판매 이익을 포기하기 싫어서 AS를 소홀히 하는 자동차 기업들도 문제다. 이대로 흘러가면 순정품과 비순정품의 잔인한 이분법만 남을 게 뻔하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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