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평창올림픽

▲ 남북한 선수들이 끌어낼 평화의 메시지 효과는 값어치를 따지기 어렵다. 평창올림픽 기간만이라도 정쟁을 피해야 하는 이유다. [사진=뉴시스]

비록 발바닥 부상으로 준결승에서 기권했지만, 메이저 테니스대회 4강에 오른 정현 선수에게서 우리는 한국인의 자긍심을 느꼈다. 세계 수준의 실력과 기록, 유창한 영어와 재치있는 언변, 상대선수를 존중하는 매너에서 기성세대와 다른 당당한 젊은 세대의 유전자(DNA)를 발견했다. 평창올림픽에서도 그에 버금가는 선수들의 활약을 볼 수 있으리라.

평창올림픽은 각종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만 뛰는 게 아니다. 대회를 원활하게 진행해야 할 올림픽조직위원회와 자원봉사단에서부터 스폰서를 맡은 기업, 대회에 참관하는 각국 정상들과 주요 인사들을 맞는 정부,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는 국민에 이르기까지 온 나라가 동참하는 국가적 행사다.

먼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외국 선수단과 관람객을 맞는 것은 LG전자가 배치한 로봇이다. 8개 외국어를 구사하도록 인공지능(AI) 음성인식 플랫폼을 탑재했다. 보행 로봇 ‘휴보’가 성화 봉송주자로 나선 데 이어 음료서빙 로봇이 등장하고 로봇스키대회도 열린다.

현존하는 가장 빠른 통신망과 선명한 TV방송이 평창에서 세계 최초로 구현된다. KT가 LTE보다 20배 빠른 5G로 주요 경기를 중계하고, HDTV보다 4~16배 선명한 UHD 방송이 현장감을 더한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수소전기차 ‘넥쏘’를 선보이고, KT와 자율주행버스도 합작 운행한다. 이번 올림픽이 우리의 AIㆍ사물인터넷(IoT)ㆍ자율주행차ㆍ5Gㆍ로봇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정보통신기술(ICT) 경연장이 될 것이다.

올림픽은 세계 여러 국가 정상과 인사들이 개ㆍ폐막식에 참석하고 경기를 관람하는 다자외교 무대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올림픽은 지구촌 유일한 냉전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여파로 북미 관계가 악화되고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개최된다. 우여곡절 끝에 남ㆍ북한이 공동 입장하고 응원하며,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꾸려 출전한다.

공동 입장 때 한반도기 사용과 단일팀 구성에 따른 우리 선수 피해를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입장하고 경기를 펼치며 발휘할 평화의 메시지 효과는 값어치를 따지기 어려울 것이다.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북한 선수 생일파티를 함께했다는 소식을 접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이것이 바로 올림픽 메시지와 정신”이라고 평했다.

공교롭게도 빅터 차 주한미국대사 내정자 낙마와 함께 미국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핵시설을 선제적으로 정밀 타격하는 ‘코피 작전(bloody nose strike)’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아베 일본 총리 등 14개국 정상급 인사와의 회동을 십분 활용해 한국을 제친 채 대북 문제를 결정하는 ‘코리아 패싱’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마침 4년 뒤 다음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중국 베이징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을 폐막식에 초청하는 외교적 노력이 긴요하다. 시진핑이 평창에 오면 북중 고위급 회담이 성사되고 북미간 대화창구가 열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평창올림픽의 ‘평화 효과’가 북핵 위기를 타개하는 비타민이 되도록 외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여야 정치권도 진영 논리를 뛰어넘어 협조할 부분은 공조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적어도 올림픽 기간만이라도 ‘평화올림픽’ ‘평양올림픽’ 논란 등 정쟁을 접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안전과 민생, 경제활성화와 관련한 입법화 논의를 서두르는 것이 평화와 화합으로 요약되는 올림픽정신에 부합하는 길이다.

여러 국가가 올림픽 개최를 변화와 발전의 계기로 삼았다. 독일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흑백TV 생중계에 성공했다.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컬러TV 중계로 기술력을 과시했다. 도쿄올림픽은 일본이 가전 분야를 앞세워 세계경제를 주름잡는 전환점이 됐다. 그 일본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제2의 도약을 노린다.

한국도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경제발전을 가속화한 경험이 있다. 30년 전 해낸 일을 오늘 못할 리 없다. 지혜와 힘을 모아 2018 평창올림픽 이전과 이후가 다르게 만들자. 외교안보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국민의식에 이르기까지 두루 업그레이드시키자. 그래야 한국인과 한국 브랜드 제품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벗어나 제값을 받거나 ‘코리아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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