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서방 스마트폰, 신흥국서 “드르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지난해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글로벌 시장의 진짜 침체기”가 왔다는 위기론이 쏟아졌다. 하지만 관련 통계는 다른 말을 한다. 대륙을 찍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 인도 등 신흥국이 첫번째 타깃이다. 그들의 공세는 지금부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중국 스카트폰의 역성장에 숨은 의미를 취재했다.

▲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사진=뉴시스]

1월 24일, 스마트폰 업계에 충격적인 소식이 들렸다.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거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2017년 중국에서 출하된 스마트폰은 총 4억5900만대로, 전년 대비 4% 감소했다. 중국 시장 출하량이 줄어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인으로 꼽히는 건 시장의 포화다. 스마트폰 사용 기간이 길어지면서 교체 수요가 둔화된 점도 문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위기론을 쏟아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 상태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중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크다. 그간의 성장 스토리가 증명한다. 2009년 48% 성장한 걸 시작으로 2010~2013년 4년간 88~150%의 기록적인 성장률(이하 전년 대비)을 기록했다.

2014년 이후 주요국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드는 사이 중국만은 매년 10% 안팎의 성장률을 유지했다. 글로벌 제조사들의 수익원이었을 뿐만 아니라 화웨이ㆍ샤오미ㆍ오포ㆍ비보 등 신흥 스마트폰 강자가 등장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중국 시장의 역성장은 글로벌 시장의 침체로 해석됐다. 실제로 적신호도 켜졌다. 2016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한자릿수 성장률(7%)에 그쳤다.

하지만 이 통계를 단순히 시장 침체로 분석하는 데 그쳐선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정옥현 서강대 미래기술교육원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중국 시장은 중국 제조사들의 놀이터였다. 주요 브랜드의 점유율은 중국 전체 시장의 65.5%나 됐다. 이들은 그간 중국만 공략해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먹거리가 줄어들고 있다. 이들의 탐욕은 해외로 눈을 돌리게 만들 거다.”

실제로 중국 제조업체들은 해외 시장을 공략 중이다. “값싼 제품으로 저가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나쁜 평가가 많지만 실적은 나쁘지 않다. 한 IT 전문가는 “중국이 진출한 신흥국에서 3G 또는 4G가 서비스된다면 중국 제조업체들의 위력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계도 같은 말을 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의 1위는 중국의 샤오미였다. 점유율 23%를 기록한 삼성전자를 제쳤다. 연간 1억대 이상 스마트폰이 팔리는 세계 2위 시장인 인도에서 삼성전자가 1위를 뺏긴 건 2011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인도에 오래 공을 들여왔지만 중국 업체들의 질주를 막는데 실패했다. 샤오미의 점유율은 2016년 4분기 9%에서 1년 만에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에서 2014년 처음으로 샤오미에 정상을 내준 모습과 일치한다. 레노버(6%), 비보(6%), 오포(6%) 등 3~5위 역시 다른 중국 업체들이 차지했다. 결국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은 더 격해질 거라는 거다. 결과는 중국 업체의 석권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김다린ㆍ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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