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의 오류, 1월 전세거래 강남서 가장 많아

“강남 집값 급등의 원인을 8학군의 부상으로 꼽기는 어렵다. 실수요자가 대거 늘어 전세 대란이 일어나야 하는데, 강남 전세시장은 잠잠하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강남 전세 시장은 조용하다. 전세가격에도 큰 변동이 없다. 하지만 이 분석은 틀렸다. 올해 1월 전세 거래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강남이다. 강남이 더 뜰 수밖에 없는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으로선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통계다. 더스쿠프(The SCOOP)가 ‘1월 강남 집값의 급등은 학군과 무관하다’는 주장의 허점을 찾아봤다.

▲ 강남 집값 상승의 이유는 ‘학군 프리미엄’일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많은 전봇대를 꽂았다. 콕 집은 타깃은 갭투자(매매가격과 전세금 간의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방식). 지역은 강남으로 좁혔다. 집값 급등의 진원지가 강남이고 이를 끌어올린 게 갭투자를 활용한 투기세력이라는 거다.

정부는 지난해 ‘8ㆍ2 부동산 대책’으로 강남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대출 문턱을 높여 갭투자의 난이도를 올렸다. 최근 이슈가 된 ‘재건축 연한 상향 검토’ ‘재건축 부담금 예상액 발표’ 등도 목표가 분명하다.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거다. 당시 강남에선 84㎡(약 25평) 아파트 한채가 20억원이 넘는 가격에 팔렸다. 정책 방향은 옳은 듯했다.

하지만 통계는 정부의 기대를 배신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월 넷째주(22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의 주간가격은 전주 대비 0.93% 올랐다. 서울 25개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세다. 부동산114의 통계에서도 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 등 강남 4구 모두 주간 상승률 톱5위 안에 들었다.

이를 두고 여러 분석이 쏟아졌다. ‘수급 불균형’ ‘다주택자 규제에 따른 ‘똘똘한 한채’ 수요 급등’ 등이다. 결국 실수요가 넘치는데, 공급만 옥죈 정부 탓이라는 거다. 있지도 않은 갭투자자들을 주범으로 몰았다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무엇보다 강남의 전세가율 추이가 갭투자의 현실성을 부정한다. 실제로 강남구, 송파구, 서초구의 전세가율은 하락세다. 이들 3구의 지난해 12월 전세가율은 각각 54.4%, 59.3%, 57.3%를 기록했다. 전세가율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 수준을 알려주는 지표다. 낮은 전세가율은 매매가와 전세가 간 차이가 크다는 걸 의미한다. 갭투자는 이 간극이 클수록 초기 투자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하지만 이 통계는 매매가격이 크게 오른 데 따른 ‘착시’에 불과하다. 강남 전세시장의 거래량이 늘고 있다는 게 증거다. 올해 1월 강남구의 전세 거래량은 1062건으로 서울 전체 지역구 중 가장 높았다. 곧바로 송파구가 897건으로 2위, 서초구는 699건의 거래량으로 4위를 차지했다. 현장에서도 전세 끼고 매매에 나서는 ‘갭투자 수요’가 여전하다는 게 공통 주장이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팀장은 “집값만 오르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갭투자는 여전히 매력적”이라면서 “물론 대출 문턱이 높아져 2~3년 전 갭투자가 유행하던 시기보다는 리스크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얼어붙어 집값이 내리면 ‘깡통주택’으로 전락할 수 있어서다.

정부 생각대로 갭투자 줄었나

결국 리스크를 안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강남에 뛰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부추기는 건 누구일까. 정부일 가능성이 높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센터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강남은 대한민국 최초 신도시다. 1969년 제3한강교(한남대교) 개통을 신호탄으로 허허벌판 부지에 계획적인 도시 설계가 이뤄졌다.

동시에 강북에 있던 경기고ㆍ서울고 등 명문고들이 강남으로 대거 이전했다. 입시학원의 대명사인 대치동이라는 학원 인프라도 생겼다. 학력이나 출신학교의 차이가 직업과 소득의 격차로 나타나는 게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명문고가 모여 있는 강남 쪽에 아이를 보내려는 부모의 욕망을 막을 순 없다.”

이는 교육정책이 시장과 어긋나는 헛발질을 계속한 탓이 크다. 정부는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대학입시정책을 변경하고 각종 평준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 반대로 사교육 시장은 날로 성장 중이다. 최근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관련 사교육을 잠재우기 위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을 확대하자, 강남에선 학종 준비를 돕는 고액 컨설팅 학원이 급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4년부터 학교에서 정규수업이나 방과후 학교에서 선행ㆍ보충 학습을 금지한 ‘공교육 정상화’ 정책은 상위권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를 높였다. 전략과 정보에 빠른 사교육 업체가 모인 강남 8학군의 주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자녀 교육을 위해 무리하게 전월세로 강남에 입성하는 임차인들이 강남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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