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SNS 스팀잇의 명암

지금의 거대한 SNS 시장을 만든 주역은 누굴까. 사용자들이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는 건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이다. 어떤가. 불만스럽지 않은가. 소수가 독점하는 플랫폼 생태계를 대체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활발하게 거론되는 이유다. 그중에 가장 유력한 후보는 블록체인이다. SNS 블록체인은 과연 플랫폼을 깨뜨릴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SNS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짚어봤다.

▲ 기존의 SNS 플랫폼을 대체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블록체인이 거론되고 있다.[사진=뉴시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SNS 생태계를 주름잡는 플랫폼 서비스들이다. 이들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표 SNS인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은 2일 기준 5595억 달러(약 600조3435억원)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321조5843억원)을 가볍게 넘는 수준이다. 하루 이용자수는 12억8400만명에 이른다. 전세계 인구 6명 중 1명은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페이스북이 ‘공룡 기업’으로 우뚝 서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4년에 불과하다.

오늘날의 SNS를 만들어낸 성장동력은 뭘까. 사용자다. 사용자들은 SNS 플랫폼 안에서 글이나 사진, 동영상 등의 콘텐트를 만들어낸다. 흥미로운 콘텐트, 잘 만든 콘텐트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플랫폼에 몰린다. SNS 플랫폼이 짧은 기간에 수많은 가입자를 모을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콘텐트다. 플랫폼의 성장동력인 콘텐트를 만든 건 기업이 아닌 사용자다. 플랫폼의 가치를 키운 1등공신이 사용자임에도 그들이 받을 수 있는 건 ‘좋아요’ 뿐이다. 반면 그 옆에 붙은 배너 광고의 수입은 기업이 고스란히 가져간다. “재주는 사용자가 넘고 돈은 플랫폼이 번다”는 불만이 나올 법하다.

물론 모든 플랫폼에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유튜브처럼 콘텐트를 만든 사용자에게 광고수익을 나눠주는 곳도 있다. 그럼에도 석연치 않긴 마찬가지다. 수익배분의 칼자루를 기업이 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전체를 통제하는 기업이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수익배분율도 시스템 상에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천문학적 규모의 플랫폼 유지비를 감당하려면 당연히 수익을 많이 내야 한다”고 반박할지 모른다. 틀린 말은 아니다. 페이스북은 서버 운영비와 인건비 등의 명목으로 매년 약 90억 달러(약 9조6903억원)를 쓴다.

그렇다면 중앙기관 없이도 시스템 운영이 가능하게 만들면 해결되는 것 아닐까. 이런 의문에 해답이 될 만한 기술이 있다. 바로 ‘블록체인’이다. 이 시스템에서는 데이터를 보관하는 중앙 서버가 필요 없다. 데이터가 생겨날 때마다 모든 사용자가 그 내용을 보관하기 때문이다. 중앙 서버가 없으니 막대한 유지비와 인건비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블록체인을 SNS에 얹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스팀잇(Steemit)’이다. 스팀잇에는 데이터를 보관하는 중앙서버가 없다. 모든 데이터는 스팀잇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의 컴퓨터에 기록된다. 따라서 스팀잇에 광고 수익을 붙이는 이익집단도 없고 그래야 할 당위성도 사라진다.

블록체인 탑재한 SNS

스팀잇은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해 6월 1일 18만명이었던 회원수는 올해 1월 31일 71만명으로 3.8배 늘었다. 오태민 크립토 비트코인 연구소장은 그의 저서 「비트코인은 강했다」에서 “공룡 SNS 기업들의 수익구조에 점차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 이들이 스팀잇으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만 갖고는 소수 플랫폼이 독점한 SNS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사용자를 끌어올 만한 매력적인 유인책이 부족해서다. 그래서 스팀잇 개발진은 한가지 약속을 걸었다. “스팀잇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 사용자에게는 기여한 만큼 정확하고 투명하게 보상하겠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다는 걸까. 자, 개발진의 논리를 따라가 보자. 스팀잇에선 글을 쓰는 회원에게 암호화폐가 보상으로 주어진다. 아무 글이나 써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른 회원들의 추천에 따라 지급 수량이 결정된다. 좋은 글을 써서 추천을 많이 받을수록 암호화폐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스팀잇의 암호화폐 ‘스팀’은 거래소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스팀의 가격은 거래소의 시세를 따른다. 개발진이 기여도만큼 정당하게 보상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사용자들이 좋은 글을 꾸준하게 올려 스팀잇의 가치를 띄우면 스팀의 가격도 오르고 사용자들의 보상도 그만큼 커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얘기다. 초창기부터 스팀잇에서 활동해온 한 사용자는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네이버 블로그에서 스팀잇으로 옮겨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상적인 얘기다. 하지만 맹점이 있다. 스팀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다. 사용자들이 스팀잇에 모이는 건 오로지 스팀 때문이다. 글을 쓰고 정당한 대가를 받겠다는 거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스팀 가격이 갑자기 폭락하기라도 하면 사용자들이 떠나는 건 한순간이다. 블록체인이 암호화폐를 보상수단으로 끌어안고 있는 한 언제든지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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