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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창업에 또 물만 부었나길 잃은 청년 창업
[275호] 2018년 02월 09일 (금) 12:45:18
김미란 기자 lamer@thescoop.co.kr

청년들이 길을 헤매고 있다. 청년실업률, 청년 창업, 5년 사업지속률 등 청년들의 어려움을 엿볼 수 있는 지표는 수두룩하다. 취업이 어렵다면 창업을 하라고 정부까지 나서서 권장하고 있지만, 창업시장은 결코 만만치 않다. 청년 관련 정책이 현실 안으로 더 파고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이 또 ‘밑빠진 창업’에 물만 부었다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길 잃은 창업의 자화상을 취재했다.

▲ 청년 창업이 혁신 창업 대신 생계형 창업으로만 몰리고 있다.[사진=뉴시스]

박진우(가명ㆍ32)씨는 대학 졸업 후 짧다면 짧은 1년 6개월 동안 직장생활을 했다. 사표를 내던지고 그가 선택한 건 재취업이 아닌 창업이었다. “말이 좋아 개인사업이지 친구와 온ㆍ오프라인으로 휴대전화 액세서리 등을 파는 작은 잡화점을 차렸다.” 박씨는 온라인을, 친구는 주로 오프라인을 담당했다. 하지만 창업시장은 박씨에게 관대하지 않았다. 가게 임대료를 내고, 친구 몫을 떼어주고 나면 손에 들어오는 돈은 생각보다 적었다.

그 사이 박씨 가게 근처에만 경쟁 가게가 4개 더 생겼다. 고민 끝에 박씨는 오프라인 사업을 접었다. 친구와의 동업을 끝내고 서울의 가게도 뺐다. 경기도 소도시의 물류창고 한쪽에서 하루 종일 주문을 확인하고, 배송작업을 하는 박씨. “지금이야 근근이 이어가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걸 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일자리 정책에도 청년(15~29세) 실업률이 나날이 치솟고 있다. 2013년 8%였던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9.9%로 상승했다. 일자리를 찾기 힘든 청년들은 자의반 타의반 창업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정부도 각종 지원정책을 펴며 청년 창업을 독려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기술형 청년 창업 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육성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했다. 또한 청년전용 창업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성장 잠재력이 뛰어난 청년 중소ㆍ벤처기업 창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재도전 창업자에 대한 재기교육, 재창업 자금 및 투자펀드의 확대도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현재 청년 창업 시장은 기술형 창업보다는 생계형 창업 비중이 월등히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대 청년 창업의 과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창업 중 벤처기업, 이노비즈 기업, 경영혁신형 기업 등 혁신형 창업으로 인증을 받은 비중은 0.3%에 불과했다. 청년 창업 대부분이 생계형 창업으로 몰렸다는 얘기다.

국세청이 지난해 발표한 ‘국세통계로 보는 청년 창업활동’을 보면 2016년 기준 청년 창업은 22만6000개로 전체 창업의 22.9%였다. 이중 93%는 개인 창업, 업태별로는 소매업이 6만8680개로 가장 많았다. 소매ㆍ음식숙박ㆍ서비스ㆍ도매ㆍ제조업이 전체의 청년 창업의 72%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청년들의 창업은 성공적이었을까. 아니다. 2011년 창업해 2016년까지 폐업하지 않은 사업체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 청년 창업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소매업은 어떤가. 2011년 7만2617개가 창업했지만 5년을 이어온 건 1만2322개, 17%뿐이었다.

   
 

“취업문이 좁아 대안으로 창업시장에 뛰어드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다시 취업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수도 그만큼 많다. 문제는 그들이 면접을 보러 가면 실패의 경험을 높이 평가해주는 게 아니라 ‘이미 한번 실패한 사람’으로 본다는 데 있다.” 모 대학 교수는 그들을 대하는 사회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무작정 창업하라고만 등 떠밀게 아니다. 청년 창업이 존속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 방안이 이뤄져야 한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창업 준비뿐만 아니라 승계, 매각 등 과정에 이르는 서비스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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