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해외 이전 피해 줄이려면…

미국에 설비투자를 하겠다는 기업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해외 이전을 검토 중인 기업도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당연히 “국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안은 없을까. 이번에도 머리띠를 묶은 노동자들의 한탄만 들어야 할까.

▲ 한진중공업이 필리핀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할 때 노조는 해외 이전 반대만을 외쳤고, 결국 실익은 없었다.[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 설비투자를 위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무기로 뽑았다. 하지만 기업들이 ‘압박’만으로 움직일 리 없다. 이익이 있어야 행동을 시작한다. 그런데 국내 기업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몇몇 기업은 ‘공장의 해외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압박에 휘둘리느니 ‘살길’을 찾겠다는 거다.

미국 내 설비투자를 늘린 기업들도 많다. 그 자체만으로 ‘해외 이전’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해외 이전’의 전조임에 분명하다. 국내 노동자로선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기술 혁신으로 인해 산업 구조가 통째로 바뀌지 않는 한 해외 이전은 일자리 감소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아서다. ‘공장의 해외 이전’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노동계가 머리띠를 둘러매는 이유다.

문제는 이익을 좇아 해외로 떠나는 기업들을 막을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되레 ‘통상 압박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기업 논리가 더 명분이 있다. 일부에서 “기업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정부가 세금을 줄여 주고, 노동계는 노동시간 단축, 임금 삭감 등 ‘통 큰 양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프랑스는 올해 폴란드로 이전하려던 월풀의 제조공장을 그렇게 붙잡았다. 하지만 프랑스 내부에선 “그 대책이 최선이었는지”에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공장 이전을 막아 일자리는 지켰지만 상처는 깊어졌다는 얘기다.

그럼 해외 이전으로 인한 대량 실직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게 최선일까. 그렇지는 않다. 고故 김기원 전 방송통신대(경제학) 교수가 2011년에 쓴 칼럼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당시 그는 한진중공업이 필리핀으로 해외 생산기지 이전을 결정한 후 노동계가 무조건 반대만을 외치자 “뱀 같은 지혜와 비둘기 같은 유연함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주장을 폈다.

“시장원리를 인정하면서도 폐해를 시정할 수 있다. 정부는 구조조정당하는 노동자에게 실업수당을 넉넉히 지급하고 재취업을 적극 지원해 ‘삶의 불안정성’을 해소해야 한다.” 쉽게 말해, 사회적 안전망을 탄탄하게 만들라는 거다. 칼럼이 나온 지 7년이 흐른 지금도 해고 노동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이 전무한 상황에서 김 전 교수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대안도 있다. 김익성 동덕여대(EU통상학) 교수는 “핵심부품 생산기지는 국내에 두고 비핵심부품 생산기지만 이전하면 기술 유출도 막고 미국도 달랠 수 있다”면서 “여기에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기조에 걸맞은 고부가가치 기술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돕는다면 되레 일자리를 늘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 혁신을 통해 산업의 틀을 바꾸면 노동시장에 미치는 여파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다. “기업이 기술력 향상을 통해 얻는 이익으로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선순환구조다. 기업들이 주판알을 튕기는 시점부터 노동시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거다. 이게 바로 국내 기업이 가져야 할 올바른 기업가정신 아니겠는가.”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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