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영 - 붓으로 조각하다展

▲ ❶ 옹유등 송승유산, 서화, 66×65㎝, 1970 ❷ 세한도, 종이에 펜ㆍ매직ㆍ수채, 53×38㎝, 1973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종영은 자신의 작업실을 ‘불각재不刻齋’라 했다. 깎아서 형상을 만드는 조각가가 작업실을 불각不刻, ‘깎지 않는 곳’이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각가일뿐만 아니라 전통 서화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긴 김종영은 자신의 서예 작품에 ‘불각도인不刻道人’ 혹은 ‘각도인刻道人’이라고 낙관했다. 각도인이라 낙관한 작품은 1949년부터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반해 불각도인은 1974년부터다. 시간이 지나며 점차 역설을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不刻의 美’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는데, 이는 ‘꾸밈 없고 자연스러우며 지혜를 써서 꾸미지 않는 것’을 뜻한다.

‘김종영 - 붓으로 조각하다 Kimchongyung Sculpture with a Brush展’은 그가 추구한 ‘불각不刻’이라는 조각언어가 일상 속 통찰과 비판적 해석에서 탄생된 것임을 보여준다. 그는 20세기 서화에서 미술로의 대전환기에 ‘사의寫意’라는 동양전통으로 ‘추상抽象’이라는 서구현대를 융합함으로써 동서東西 예술이 나아갈 바를 제시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과 현대의 일치’ 또는 ‘내재와 외래적인 것의 하나 됨’이라는 키워드로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 ❸「장자莊子」 「천하天下」편 판천지지미, 56×87㎝, 1967 ❹ 작품 80-5, 나무, 25×8×46㎝, 1980 ❺ 작품 73-1, 나무에 채색, 33×27×44㎝, 1973

김종영은 증조부와 조부 모두 정3품 벼슬을 지낸 명문 사대부 집안에서 태어났다. 우리에게 친숙한 동요 ‘고향의 봄’에 나오는 ‘꽃 대궐’이 경남 창원에 위치한 그의 생가다. 글씨 잘 쓰고 학예에 능했던 부친 덕분에 조선 사대부의 고급 문화를 어릴 적부터 체화했다. 휘문고등보통학교에서 미술가로서 기초를 쌓은 그는 이후 일본 동경미술학교에서 서양 미술 조각을 전공했다.

작가로서 그는 동서 미술을 대등한 입장에서 통찰해 상호 부족한 점을 보완, 혼융하고자 노력했다. 어려서부터 체화한 서예의 학습 방법인 임서臨書를 토대로 서구 미술을 연구하고 외국 작가의 작품집을 세밀하게 따라 제작했다.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2월 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김종영의 조각ㆍ서화ㆍ서예ㆍ드로잉, 사진과 유품 등 180여점이 전시된다. 그가 애장했던 추사 김정희의 「완당집고첩阮堂執古帖」이 최초로 공개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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