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맞벌이 부부의 재무설계 上

어렵게 장만한 아파트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면 어떻겠는가. 상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로 소비를 늘리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게다가 한번 늘어난 소비를 원래대로 돌리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톱니 효과).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가 늘어난 소비로 고민하는 장씨 부부의 가계부를 점검했다. ‘실전재테크 Lab’ 6편 첫번째 이야기다.

▲ 한번 늘어난 지출을 다시 줄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뻔한 얘기지만 답은 ‘그렇다’이다. 경제적 행복감은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증가한다(현대경제연구원 경제행복지수 보고서). 자산의 규모와 경제행복지수가 정비례한다는 얘기다. 자산의 증가는 재무설계 측면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자산이 늘어나는 만큼 안정적인 미래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가한 자산이 소비로 이어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소비습관을 설명하는 용어 중 ‘톱니 효과’라는 게 있다. 한번 늘어난 소비 수준은 이전으로 쉽게 되돌아가지 않는다는 의미다. 자산의 증가가 되레 가계 재무 상황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건데,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자산 증가로 가계 재무상황에 비상등이 켜진 장재현(가명ㆍ45)씨와 하임주(가명ㆍ44)씨 부부의 사례를 통해 답을 찾아보자.

경기도 광명시에 살고 있는 장씨 부부는 초등학교(4학년)에 다니는 쌍둥이 딸을 둔 맞벌이 가정이다. 장씨 부부의 월 소득은 세후稅後 664만원이다. 중견기업 차장으로 일하고 있는 장씨가 370만원, 중소기업 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아내가 294만원을 번다. 장씨 부부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

소득을 차곡차곡 쌓았고,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해 경기도 광명시에 분양가 4억4000만원(전용면적 84㎡ㆍ약 24평)의 아파트를 장만하는데 성공했다. 은행에서 1억5000만원(연이율 3.6%ㆍ상환기간 30년 원금균등상환)의 돈을 빌리긴 했지만 결혼 15년 만에 내집 마련이라는 꿈을 이뤘다.

내집을 마련했다는 기쁨은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서 더 커졌다. 지난해 7월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된 이후 아파트 가격이 6억2000만원으로 수직 상승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산 가격의 상승이 소비 증가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장씨 부부는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가구와 가전제품을 모두 새것으로 바꿨다. 비상금으로 남겨둔 5000만원 중 3900만원을 활용해 10년 가까이 탄 준중형 승용차를 신형 SUV로 바꿨다.

급격하게 늘어난 소비는 내집을 마련한지 단 6개월 만에 재무적 고민이 돼 돌아왔다. 늘어난 소비는 좀처럼 줄지 않았고 저축 여력은 갈수록 사라졌다. 새로 장만한 가구와 가전제품을 모두 신용카드 할부로 구입한 탓에 매월 갚아야 할 카드값(50만원)만 늘어났다.

장씨 부부의 재무목표는 두딸의 교육비와 은퇴자금 마련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매월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는 것도 버거워졌고 재무목표 달성은 불가능한 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장씨 부부가 재무설계를 신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12월 1차 상담에서 확인한 장씨 부부의 한달 지출 내역을 살펴보자. 언급했듯 부부의 월 소득은 664만원. 전기세, 수도세 등 각종 세금과 통신비로 각각 30만원, 22만원을 사용한다. 초등학교 4학년인 쌍둥이의 교육비로 매월 100만원(각각 50만원)을 지출한다. 이밖에 교통비 25만원, 생활비 120만원, 남편 용돈 40만원, 아내 용돈 40만원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매월 86만원(대출금 1억5000만원×연이율 3.6%ㆍ원금균등상환)이 나가고 있다. 이렇게 사용하는 소비성 지출은 월 463만원에 달했다. 비정기 지출로는 경조사비 20만원, 의류ㆍ미용비 40만원, 자동차 관리비 35만원, 여행ㆍ휴가비 30만원 등 월 평균 125만원(연 1500만원)을 지출한다. 금융성상품은 보장성보험(월 75만원)이 유일하다.

이렇게 장씨 부부는 매월 663만원(소비성지출 463만원+비정기 지출 125만원+보험료 75만원)을 사용하고 있었다. 잉여자금은 단돈 1만원에 불과했다. 장씨 부부는 “아파트를 구입하기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 용돈을 드리고도 월 150만원은 저금을 했지만 지금은 적자를 면하는 데 급급하다”고 말했다.

필자가 보기에 장씨 부부의 가계 재무 상황은 매우 위험했다. 잘 형성돼 있던 저축습관과 소비습관이 내집 장만 6개월 만에 무너진 탓만은 아니었다. 이대로 가다간 더 큰 빚을 질 가능성도 높았다. 무엇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두딸의 교육비가 증가할 게 불보듯 뻔했다. 만에 하나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면 장씨 부부가 견뎌야 할 재무적 압박은 더욱 심해질 공산이 컸다.

가계 재무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기 전에 바로잡아야 했다. 1월 4일 진행한 2차 상담에서는 협의 끝에 재무 목표를 변경했다. 필자는 “아파트 가격이 아무리 상승해도 집을 팔지 않는 이상 실제로 늘어난 자산은 없다”고 조언했다. 아파트 가격 상승의 기쁨에 취할 게 아니라 갚아야 할 주택담보대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맥락에서 장씨 부부의 재무 목표 1순위를 부채상환으로 변경했다.

재무 목표가 바뀌었으니 이제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재무 환경을 만들 차례다. 필자는 다른 가계들처럼 장씨 부부에게도 스스로 지출 계획표를 짜보라고 주문했다. 장씨 부부는 생활비(60만원), 부부 용돈(40만원ㆍ각각 20만원) 등 100만원의 지출을 줄이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생활비에서 카드값 상환이 50만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경제활동을 하는 부부의 용돈을 전반으로 줄이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늘 얘기하지만 무리한 지출 감축은 역효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지출을 줄이기에 앞서 불필요한 지출을 먼저 확인하고 실현 가능한 선 계획을 짜야 한다. 소비를 줄이는 것도 예쁘게 잘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1월 23일 진행한 3차 상담에서는 장씨 부부가 제출한 지출 계획표를 분석하고 불필요한 지출이 어디서 발생하는 지 지출을 줄일 수 있는 항목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봤다. 갑작스러운 소비 증가로 무너진 장씨 부부의 지출구조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바뀐 재무구조와 적합한 재테크 방법은 다음편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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