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책 1060원의 고찰

최저임금이 올랐다. 지난해 6470원이던 최저시급이 1월 1일 7530원으로 인상됐다. 그로부터 한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쪽에선 최저임금 인상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하지만 그건 최선이 아니다. 당장의 충격을 덜기 위해 최저임금을 다시 낮추자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충격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회적 안정망을 갖추는 것이다. 정부도, 국회도, 사회도 게을렀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최저임금 인상액 1060원의 경제학을 고찰했다.

▲ 최저임금 인상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사진=뉴시스]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인상하겠다(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 “우리 사회가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면서 지탱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수준에 대한 치열한 토의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다(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

지난해 7월 15일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수준안을 시급 6470원에서 16.4%(10 60원) 인상된 753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시급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궤를 함께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후폭풍은 생각보다 거세다. “시장이 충격을 흡수하지 못할 것”이라며 여기저기서 반발이 터져 나온다.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임대료, 인건비 등 원가 상승 요인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업체들의 항변도 귓등으로 흘려듣기 어렵다. 실제로 몇몇 업체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발 빠르게 가격을 올리고 있다.

아르바이트나 시간제 근무를 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도 날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후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맹점주들이 많아졌다”면서 “인건비 부담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고용하지 않고 직접 업무를 보는 가맹점주들도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발표 직후 ‘최저임금 인상 추가부담 최소화’ ‘고용감소 방지’ ‘소득주도 성장 구현’을 골자로 하는 각종 소상공인ㆍ영세 중소기업 지원책을 내놨지만 여론은 바뀌지 않고 있다. 후속 대책도 녹아들지 않고 오히려 우려 섞인 목소리만 커질 뿐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오를 때가 된 것도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취업자의 연간 실질임금은 3만2399달러다. 시간당으로 환산하면 15.7달러. OECD 평균인 24.3달러의 64.6% 수준이다. 일본 22.8달러, 미국 33.7달러와 비교해도 낮다. 최저임금 비율도 높다. 우리나라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은 50.4%로 미국(34.9%), 일본(39.7%)보다 월등히 높다. 16.4%라는 인상률에 가려져서 그렇지 최저임금을 끌어올릴 때도 됐다는 얘기다.

문제는 충격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느냐다. 이영면 동국대(경영학) 교수는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로 인한 부작용을 꼼꼼하게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혼란이 생긴 것 같다”고 꼬집었다.

최저임금 원점론 괜찮나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달성하려면 내년, 내후년에도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 공공기관이나 중견기업들은 흡수할 수 있겠지만 과연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2차, 3차 파도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실제로 우리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후폭풍을 견딜 만한 생태계를 만들어놓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소득양극화다.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0은 완전평등, 1은 완전불평등)를 보자. 가처분소득 기준 2016년 전체가구의 지니계수는 0.304로 전년 대비 0.009 증가했고, 정부정책효과는 0.049로 전년 0.046보다 0.003 증가했다. 정부 정책에도 지니계수는 매년 확대하는 추세다.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소상공인을 위한 나라를 만들자”면서 떠들어댄 금배지들도 관련법 개정안만 내놓고 일 다한 듯 웃고만 있었다.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개정안들도 고질적인 문제다. 18대, 19대 국회에서만 소상공인 지원 관련 개정안이 117건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중 가결된 건 14건, 12%다. “소상공인을 살려야 우리 경제가 산다”며 관련 개정안들이 우수수 쏟아졌지만 그 이후에는 뒷짐만 진 채 ‘나 몰라라’ 한 셈이다.

20대 국회도 마찬가지다. 10%를 간신히 넘긴 가결률에도 국회의원들은 이번에도 “소상공인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다수의 법안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나 대부분의 법안들이 긴 잠에 빠져 있다.

생태계 바꿀 골든타임 

이정우 인제대(사회복지학)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은 성급한 정책이었으니 원점으로 되돌려 놔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그건 아니다”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에서 불거져 나온 문제들을 바꿀 수 있는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일 수 있다.

▲ 문재인 정부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사진=뉴시스]
최저임금 인상 후푹풍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6월엔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해야 한다. 더 큰 폭풍이 밀려올지 모른다는 얘기다. 이영면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취지는 좋았지만 그걸 적용하는 현실적인 실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며 “부작용을 줄이려면 단기적으로는 고용시장의 밑단에 있는 이들까지 혜택이 미칠 수 있도록 수급 조건을 완화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두 잘살자는 취지는 분명히 좋다. 하지만 사회를 바라볼 땐 때때로 너무 큰 그림으로만 보지 말고 구석구석 세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수많은 줄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데 ‘최저임금’이라는 한 가지만 보고 정책을 세우니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오는 거다. 더욱 현실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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