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안전망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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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운동장이 있다. 균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운동장이다. 운동장 주인은 생각했다. “운동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더 주면 스스로 뜯어고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균형이 잡히겠지?” 그의 방법은 성공할까. 안타깝게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운동장을 바로 세우려면 ‘기울어진 원인’을 찾아내 일일이 뜯어고쳐야 한다. 돈은 마법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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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착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하지만 한국 사회엔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고질병들이 수두룩하다. 골목을 파고드는 대기업의 탐욕, 임대료 상승으로 거리에 내몰리는 상인들, 일감 몰아주기…등등. 듣기만 해도 거북하고 답답한 병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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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런 고질병을 방치해 놨다는 거다. “소상공인을 보호하자”고 떠드는 금배지들은 고질병을 해소할 만한 법 개정안만 내놓고 ‘나 몰라라’했다. 2008년~2016년 그들이 내놓은 개정안 중 가결된 건 10% 안팎에 불과하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발품을 팔면서 고질병의 원인을 찾기는커녕 미봉책을 내놓는 데만 급급했다. 고질병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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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선 고질
병을 찾아내 하나씩 뜯어고쳐야 한다. 정부의 몫이자 사회의 의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최저임금 논란에 펜을 짚어넣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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