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투자자문의 바른투자 | 투기와 탐욕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건 쉽지 않다. 자금을 투입해 수익을 거둔다는 목적이 같은데 다 리스크도 똑같이 껴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와 투기가 낳는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투자는 안정적인 수익을, 투기는 일확천금이라는 탐욕을 낳는다. 투자와 투기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투자와 투기의 간극을 짚어봤다.

▲ 투자는 대상의 본질적인 가치가 상승하는 걸 기다리는 일이다.[사진=뉴시스]

주식투자의 원칙은 간단하다. 저렴한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팔면 된다. 하지만 이 원칙의 이면에는 복잡한 투자 전략이 숨어 있다. 우선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투자하려는 기업의 영업상태, 부채비율 등 기초 자료는 물론 기술력ㆍ수급상황ㆍ투자심리 등을 줄줄이 꿰고 있어야 한다. 주식 좀 한다는 사람들이 투자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유다. 

문제는 단순한 원칙만 보고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따지고 보면, 그리 틀린 행동도 아니다. 주식 투자는 초보자도 쉽게 진입할 수 있다. 증권사가 제공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ome Trading SystemㆍHTS)을 활용하면 굳이 증권사를 방문하지 않고 집이나 사무실에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여기엔 투자자의 착각도 한몫한다. 20일선ㆍ60일선 등 몇가지 용어만 습득하고 주가 그래프의 흐름을 읽는 정도로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예단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어떤 이는 자신의 판단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누군가가 건넨 정보를 소수만 아는 고급정보라고 생각해 종목을 매수하기도 한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주식투자를 통해 일확천금을 꿈꾸지만 그중 열에 아홉은 실패라는 쓴맛을 맛본다.

안타깝지만 당연한 결과다. 투자가 아닌 투기를 했기 때문이다. 사실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건 쉽지 않다. 둘 다 수익을 목표로 하고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 결과, 많은 투자자가 자신이 하고 있는 투기를 투자로 인식한다. 당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나의 수익은 정당한 대가로 생각하면서 남이 하면 운 좋게 얻은 수익’이라 여긴 경험이 있다면 이미 투기를 한 것이다.

또 다른 투자 격언 중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말이 있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는 그만큼 리스크가 높다는 거다. 수익과 위험성은 정비례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가장 좋은 투자전략은 수익과 리스크를 최적의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투기에 나선 사람들은 리스크는 잊은 채 수익성만 보고 투자에 뛰어든다.

자산이 많은 부자들이 더 큰 돈을 버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부자는 높은 수익률을 좇기보다 혹시 모를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인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이른바 ‘한방’을 쫓아 투자에 나선다. 큰 수익률을 노리는 데 급급해 리스크 관리는 뒷전으로 밀기 일쑤다.

투자에 꽃길이 있더냐

이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투기에 나선다. 운이 좋으면 한두 번은 성공할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투기에 실패하는 사람이 실패를 반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기에 있어서만은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될 수 없다. 투자와 투기는 접근 방식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투자는 생산 활동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지만 투기는 생산 활동과 상관없이 이익을 얻기를 바란다.

투자는 (투자)대상의 본질적인 가치 상승에 주목하지만 투기의 관심은 시세 차익에 있다. 최근 광풍이 불었던 가상화폐 투자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상화폐 투자가 블록체인 기술의 가치에 투자하기보다 가상화폐의 인기에 편승한 시세차익을 노리는데 급급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크게 3가지를 명심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첫째, 본질적인 가치와 시세 차익의 구분이다. 투자는 투자대상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높은 수익보다 손실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는 얘기다. 투기는 정보도 부족한 상태에서 막연히 투자를 진행하고 시세만 보고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투자의 본질은 ‘위험성’을 없애는 데 있지만 투기는 그렇지 않다.

둘째, 단기간에 고수익을 바라는 건 투자가 아닌 투기에 가깝다. 앞서 언급했듯 투자는 대상의 본질적 가치가 상승하길 기다리는 일이다. 그 어떤 투자대상도 단기간에 가치가 급상승하는 건 불가능하다. 단기간에 수익을 올리려고 노력하는 건 본질적 가치 상승보다는 수급에 기대서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이다. 투자는 장기적이다. 단기 수익을 노리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시장을 관망하며 수익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투자금의 성격이다. 같은 투자대상에 같은 금액을 투자해도 투자자의 보유자산에 따라 투자가 될 수도, 투기가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투자처라도 무리하게 빚을 내면서까지 투자에 나서는 건 지양해야 한다. 만에 하나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이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손실을 볼 경우 이를 만회하기 위해 또다시 과도한 투자에 나서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투자에 100% 성공은 없다는 걸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

투자에 ‘꽃길’이 있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유명 투자자도 꾸준히 수익을 내지 못한다. 주식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 수많은 회사를 방문하고, 방대한 정보를 수집ㆍ분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피나는 노력 없이 거둔 수익은 일종의 요행일 뿐이다.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하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꼼꼼하게 전략을 세운 후 투자에 나서야 한다.

시장 심리 예측하는 행위는 투기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나드 케인스는 “투자는 자본이 일생 동안 산출할 수 있는 수익을 예측하는 행위이고, 투기는 시장의 심리를 예측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가치투자의 아버지이자 워런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도 “투자는 철저한 분석을 통해 원금과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것으로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행위는 투기”라고 경고했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타면서 빚을 내 투자에 나서는 개미투자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이 활성화하는 건 다행이지만 이들이 투기가 아닌 투자에 나서고 있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로라하는 투자 전문가들이 계속해서 투기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한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www.barunib.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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