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리워드 마케팅’

▲ 멤버십 포인트 제도는 다양한 혜택을 주지만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기도 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포인트 카드 있으세요?” “포인트 적립 해드릴까요?” 어디서 무엇을 구매하든 결제 과정에서 종종 듣는 말이다. 업종을 막론하고 소비자의 사용실적에 따라 포인트 또는 마일리지 형태로 보상을 제공하는 ‘리워드(reward) 마케팅’이 일반화한 탓이다. 지갑 속에 몇개씩은 갖고 있는 포인트 카드를 잘 활용하면, 마치 그것이 스마트한 소비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멤버십 포인트 제도는 항공사에서 시작했다. 1980년 미국 웨스턴 에어라인은 이용고객들에게 50달러(약 5만4000원)에 해당하는 마일리지 쿠폰을 줬다. 이듬해 아메리칸 항공도 이용실적에 따라 포인트(마일리지)를 주는 정책을 도입했다. 국내에서는 대한한공이 1984년 처음 도입한 후 멤버십 포인트 제도가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됐다. 항공사는 물론 통신사, 신용카드사, 편의점, 주유소, 카페 등 포인트를 제공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멤버십 포인트 제도는 새로운 고객을 유인하고 기존 고객을 유지하기 위한 아주 강력한 수단이다. 소비자들은 쌓여가는 마일리지나 포인트 카드에 찍히는 도장을 보고 고객으로서의 혜택을 가시적으로 느낄 수 있다. 궁극적인 혜택을 얻기 위해 불필요한 소비를 하기도 한다. 이용 브랜드를 바꾸려고 할 때도 포인트가 일종의 전환비용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는 고객이탈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도 어차피 사야 할 것을 사면서 포인트를 얻는 것은 나쁘지 않다. 포인트를 이용할 대상이나 방법이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관리는 또 다르다. 자산관리만큼이나 어렵고 복잡한 게 오늘날의 포인트 관리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포인트 활용 실적은 40%에 불과하다. 나머지 60%는 사라지거나 지갑 속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이 기를 쓰고 적립한 포인트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의 게으름과 무지가 한몫을 하긴 하지만 그럴 만한 포인트 사용을 또 다른 판매기회로 활용하려는 사업자들 때문이다. 어떤 포인트는 물건을 구매할 때 제품 가격의 일정액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10만원짜리를 사려고 할 때 20%인 2만원까지는 포인트로 지불할 수 있지만 나머지 8만원은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써야 하는 식이다. 일정 시기까지만 사용이 가능한 쿠폰을 보내놓고 사용하지 않으면 포인트가 무효가 되는 경우도 있다.

멤버십 포인트는 소비자의 구매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백화점에서 사은품을 받기 위해 모자라는 몇만원을 억지로 써본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것만 봐도 공짜로 여겨지는 포인트를 위해 얼마나 비논리적이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포인트 제도가 계속 성공적이려면 게으르고 똑똑하지 않은 소비자도 실망시켜선 안 된다. 그들이 포인트를 사용하면서 몇번 실망하다 보면 고객을 유인하거나 붙잡아두는 효과는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엔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광고를 보거나 걷거나 운동을 하기만 해도 포인트를 쌓아주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고 있다. 한층 진화한 형태의 포인트 마케팅이다. 아직 초기인 만큼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다. 그렇다면 이제 그들이 쌓은 포인트를 편리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아주 유용한 멤버십 포인트 제도가 사라질 수도 있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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