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탐욕, 허술한 법망 비웃다

대기업의 탐욕이 골목상권을 잠식했다. 정부가 2011년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도입한 이유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는다는 게 취지였지만 이 제도는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관련 법안들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 지난해 49개 업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무더기 해제됐다.[사진=뉴시스]

우리 경제의 실핏줄 골목상권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대기업의 탐욕이 골목을 파고든 탓이다. 체급이 다른 소상공인들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2011년 정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카드를 꺼낸 이유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해 ‘3년+3년’ 동안 대기업의 사업 확장을 억제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 제도는 강제성이 없어 골목상권의 보호막이 되지 못했다. 운영 주체인 동반성장위원회도 민간자율합의체에 불과했다.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려면 대기업의 동의가 필요한데,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리 만무했다. 적합업종으로 선정돼도 환호성을 지를 일은 아니었다. 대기업이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더라도 강제할 수 없어서다.


대기업들은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롯데마트는 2016년 카페, 서점, 화원을 결합한 형태의 ‘페이지그린’을 열었다. ‘화초 및 산식물 소매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임에도 페이지그린은 ‘특화매장’이라서 규제를 피해갔다. 대기업 계열사의 한식뷔페가 생겨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기업의 음식점 진출 제한에 ‘역세권ㆍ복합다중시설ㆍ신도시’ 등은 예외라는 조항이 있었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법제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침 정부가 바뀌면서 청신호가 켜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생계형 적합업종을 법제화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관련 법안들은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다. 20대 국회 들어 법제화를 위한 법안이 3건 발의됐지만 소관위가 열린 건 한번에 그쳤다. 그사이 지난해 적합업종 권고기간이 만료된 49개 업종은 울타리 밖에 놓였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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