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씨 동업 ‘종지부’ 실적으로 논란 털까
윤씨 동업 ‘종지부’ 실적으로 논란 털까
  • 성태원 대기자
  • 호수 276
  • 승인 2018.02.21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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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연 삼화페인트공업 회장

김장연(61) 삼화페인트공업(이하 삼화페인트) 사장이 2월 1일자로 마침내 회장 자리에 올라 눈길을 끈다. 윤씨 집안과의 오랜 동업 관계에서 벗어나 명실공히 김씨 단독 오너 체제를 구축했음을 대내외에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원조 페인트업체인 삼화는 올해 창립 72주년을 맞는 장수기업이다. 연매출 5000억원대의 중견그룹으로 성장했지만 최근 3년간 실적부진에 시달려 왔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김장연 회장의 미래를 내다봤다.

▲ 단독경영을 선언한 김장연 회장에게 실적은 가장 큰 부담거리다.[사진=뉴시스]

새해 들기 바쁘게 전해진 김장연 사장의 회장 승진 소식에 업계 사람들은 이런 해석을 내렸다. “아, 이제 김씨 집안이 삼화페인트를 완전히 차지했구나.” 김 회장이 10년에 걸쳐 벌여온 60여년 동업 윤씨 집안과의 결별 작업이 완결됐다는 의미도 지닌다.

오너 2세 김장연 회장은 금슬 좋은 창업 동지였던 선친 김복규 회장(1993년 작고)과 동업자 윤희중 회장(2004년 작고)에 이어 약 14년 만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1994년 대표이사 사장이 된 지 24년만이다.

한국 사회에서 기업 오너들이 가지는 최종 직함은 대개 ‘회장’이다. 회장들은 대주주 경영자로서 회사를 대표한다는 상징성과 함께 모든 회사 정책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지게 된다. 일반인들에겐 ‘회장=회사 주인’이라는 뜻으로 전달된다. 이런 의미에서 김 회장은 이제 법적인 것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삼화페인트의 ‘나홀로 주인’으로 비치게 됐다.

삼화페인트 이사회는 2월 1일자로 김 사장을 ‘그룹 경영전반을 총괄하는 회장’으로 승진, 임명했다고 1월 31일 발표했다. 회장이면 대개 경영 전반을 총괄하기 마련인데, 굳이 그 내용을 강조한 것을 보면 그의 회장 승진에 큰 의미를 두고 있음을 알게 된다. 회사 측은 김 회장이 기술 중심의 미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연구ㆍ개발(R&D)을 전폭 지원함으로써 지속 성장기반을 확보하는데 공이 컸다는 점도 강조했다.

업계는 2003년께부터 삼화페인트에 오너 2세 동업 체제가 가동됐다고 본다. 당시 윤씨 집안 오너 2세인 윤석영(윤희중 회장 장남)씨가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 하지만 2세 동업 체제는 1세 때처럼 오래가지 못하고 5년 만에 끝났다. 2008년 윤석영 대표가 갑자기 병사했기 때문이다. 동업 62년 만인 이때부터 보기 드물게 사이가 좋았던 두 집안 사이에 금이 갔다.

윤씨들이 경영에서 배제되는가 하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은 소송전까지 벌였다. 2013년 김장연 대표가 2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단독경영권을 확보하려 한다고 판단한 고故 윤 대표 부인이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던 것. 몇년간 이어진 소송에서 엎치락뒤치락 했지만 법원은 결국 김 대표 측 손을 들어 주었다. 2015년쯤 대세는 기울어 사실상 김장연 사장 단독 경영체제가 구축됐다. 그로부터 몇년이 지나고 이번에 회장에 취임함으로써 10년간 이어졌던 어설픈 ‘한 지붕 두 가족’ 시대를 최종 마감한 것으로 이해된다.

올 1월 24일 삼화페인트 측 발표에 따르면 현재 대주주 김 회장의 지분율은 31.41%다. 김 회장의 특별관계자인 김귀연(누나) 1.56%, 오진수(현 대표이사 사장) 0.42%, 류기붕(현 전무 공장장) 0.25%를 합하면 사실상 그의 지분율은 33.64%에 이른다. 우호지분인 일본 츄고쿠 머린 페인트 8.55% 등을 감안하면 그의 회사 지배력은 안정권이란 평가를 받는다.

반면 윤씨 집안은 지분율이 대폭 후퇴했고 회사에 대한 영향력도 크게 줄어들었다. 고故 윤석영 대표의 형제인 윤석재(7.17%) 윤석천(5.73%) 두 사람만 5% 이상 주요 주주로 남아 있다. 둘을 합해도 12.9%에 지나지 않는다. 소송에서 졌던 윤 대표 부인은 패소가 확정되자 2016년 초 지분 5.12%를 팔고 말았다. 경영에 참가하고 있는 이도 없다.

72년간 페인트 업에 전념하다시피 해온 이 회사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금슬 좋은 동업회사의 한국적 모델’이라는 이미지를 달고 살았다. 김씨, 윤씨 두 집안이 1~2대에 걸쳐 60년 넘게 의좋은 동업 관계를 유지해 그 자체가 보이지 않는 자산도 됐다. 그렇다 보니 60년 동업 의리를 저버렸다며 일부 세간에서 김 회장 측에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 회장의 선친 김복규 전 회장은 청년 시절인 1935년 일본 관서페인트에 입사해 페인트 제조기술을 익혔다고 한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그는 일본 도쿄대 법대를 나온 엘리트 윤희중 전 회장과 뜻이 맞아 국내 최초로 페인트 제조회사(당시 회사명 동화산업)를 공동 설립했다.

두 사람은 사이좋게 역할을 분담하며 회사를 국내 굴지의 페인트 회사로 키워 나갔다. 하지만 1993년 김 전 회장 타계, 2004년 윤 전 회장 별세, 2008년 윤석영 대표 작고 등이 변수가 돼 60여년 동업은 무너지고 만다.

이 중심에 김장연 회장이 있었다. 그는 1957년생으로 신일고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연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26세) 기술부로 입사해 기획실장, 기획이사, 영업이사, 영업담당 상무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입사 11년 만인 1994년(37세)엔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바로 직전 해인 1993년 선친 별세로 윤희중 창업 회장과 함께 동업 관계를 이어나갔다. 그는 외부에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아직 자녀(3세)가 회사에 다닌다는 이야기도 들리지 않아 경영권 승계 준비를 하는지는 미지수다.

단독경영 시대를 선언한 그에게도 호사다마好事多魔랄까 고민거리가 앞에 놓여 있다. 공교롭게도 소송전을 벌인 시기에 시작된 실적 부진세가 내리 3년간 이어지고 있다. 삼화페인트는 2014년 매출 5267억원, 영업이익 458억원으로 실적에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매출은 이듬해인 2015년 5071억원, 2016년 4821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엔 4881억원(잠정)으로 다소 회복했지만 의미는 크지 않다. 영업이익 감소세가 심각해서다. 2015년 316억원, 2016년 188억원, 지난해 88억원으로 3년 만에 거의 5분의 1토막으로 줄고 말았다.

최근 3년간 각종 기능성 도료 개발에 주력한 만큼 올해 5000억원대 복귀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두고 봐야 알 것 같다. 전체 매출에서 휴대전화용 도료 비중이 20%대로 비교적 높았다. 3~4년 전부터 스마트폰 재질이 플라스틱에서 금속으로 바뀌면서 실적 후퇴가 불가피했다. 총매출의 약 35%는 건축용 도료이고 나머지 65%는 각종 공업용 도료 및 수지류가 차지한다.

국내 페인트 시장은 연간 약 3조원 규모다. 이 시장의 약 80%를 KCC, 삼화페인트, 노루페인트, 강남제비스코, 조광페인트, 벽산페인트 등 6개 종합도료업체가 차지한다. KCC 점유율이 약 35%로 선두이고, 그 뒤를 삼화페인트와 노루페인트가 15% 정도를 차지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다. 6개 종합도료업체 외에 150여 중소기업이 나머지 시장을 나눠 갖고 있지만 기술력과 브랜드파워를 겸비한 대기업에 유리한 형국이다.

삼화페인트는 13개 계열사(국내 5개ㆍ해외 8개)를 거느리며 건축용 페인트 시장에선 강자다. 중소기업에서 출발해 기술을 중시하는 페인트 전문 중견그룹으로 탈바꿈했다. 계열사를 통해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 등 해외진출도 했으나 실적은 별로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우위의 글로벌 삼화’를 꿈꾸며 단독 경영시대를 선언한 김 회장이 실적을 만회하고 재도약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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